철강 경기 부진 흔들린 광양만권 이차전지로 재도약 청신호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2036년까지 총 5조 3724억원 투자
정부·지자체 기업 투자환경 조성과 산업생태계 뒷받침이 중요
2026년 09월 30일(수) 21:00
광양만권이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돼 철강 경기 부진으로 흔들려 온 지역 산업계에 새로운 성장축이 생겼다.
30일 전남광주시에 따르면 광양만권은 오랜 기간 제철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 주요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겹치면서 철강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철소와 협력업체에 의존해 온 지역 경제는 업황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산업 다변화는 이 지역의 오랜 숙제였다.
실제 포스코로 대표되는 광양만권 철강산업의 각종 산업지표는 10% 가량 줄고, 생산과 수출, 고용 부분에서도 최대 15% 가량 감소했으며, 광양시 지방세 징수액도 20%넘게 줄어든 상태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은 이 같은 산업 부진 흐름에서 의미가 크다. 광양만권은 리튬·니켈 등 기초원료의 정·제련부터 양극재·흑연 같은 핵심소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산업기반을 갖췄다. 전남광주시는 포스코 계열사를 중심으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료소재 생산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을 다루는 제련·소재 기술과 대규모 산단, 항만 물류 인프라가 철강으로 다져진 자산이라는 점에서, 이차전지 원료는 지역 기반을 살려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분야다.
공급망 측면의 위상도 달라진다. 앞서 지정된 청주·포항·울산·군산 등 4곳이 셀과 소재 중심이었다면, 광양은 그 앞단인 원료를 맡는다. 니켈·리튬(전남)에서 전구체(전북), 양극재(포항), 셀(청주·울산)로 이어지는 전주기 그림에서 비어 있던 첫 고리를 채우는 셈이다.
정부는 포스코그룹 7개사 등 선도기업과 함께 2036년까지 리튬 정·제련 등에 총 5조 372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투자된 4조 7551억원을 합치면 특화단지 관련 투자 규모는 약 10조원에 이른다.
침체한 광양만권에 활로가 열렸지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이차전지 시장은 전기차 수요 정체와 원료 가격 변동성으로 투자 속도가 조절되는 국면을 겪어 왔다. 계획된 투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얼마나 신속하게 기업 투자 환경을 뒷받침하느냐가 중요하다.
세풍산단의 염폐수 처리시설 확충을 비롯해 용수·폐수·전력·접근도로 등 투자 애로를 풀어야 한다. 광물 비축창고 등 원료 공급망 안정성을 높일 시설도 필요하다.
산업생태계 완성도 뒷받침 돼야한다. 광양만권에는 장비·부품·배터리 셀·ESS·재활용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포스코그룹 같은 앵커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후방 기업을 유치해야 원료 거점이 실질적인 클러스터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고체·나트륨이온 등 차세대 배터리 소부장 기업 유치도 과제로 제시됐다.
인재 매칭 문제도 서둘러야 한다. 시는 올해 2월 지역 10개 대학과 협력체계를 맺었지만,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와 정주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력 유출을 막기 어렵다.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은 “이제 특화단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며 “정부는 올해 하반기 특화단지추진단을 꾸려 세부 육성계획을 마련한다. 이 계획에 지역 핵심사업이 얼마나 반영되고 예산이 뒷받침되느냐가 광양만권 재도약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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