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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창간7주년 특별기고] 철강 탄소중립, 전력산업 개혁 없이는 어렵다

IT 기업 NUVVE는 덴마크의 전력 공기업 및 닛산 자동차와 협력하여 전기차 배터리를 계통에 공급하여 주파수 응답 서비스를 제공(V2G)하고 있고, 프랑스 전력회사 Schneider Eletric은 애플과의 R&D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건물...

[창간7주년 특별기고] 철강 탄소중립, 전력산업 개혁 없이는 어렵다

전기 수요 폭증·AI 확산…전력망 확충과 시장 혁신 시급

수소환원제철 성패, 무탄소 전력·경쟁력 있는 수소 조달 달려

한전 계통망 독점·왜곡된 전기요금, 전력 신산업 성장의 병목

OECD 주요국은 경쟁체제 전환…한국은 소매시장 개방 지연

철강업계, 전력비 대응 넘어 전력산업 변화의 기회 포착해야

페로타임즈는 창간 7주년을 맞아 국내 철강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와 미래 대응 방향을 짚는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경쟁력의 문제로 부상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확대, 재생에너지 조달 등 핵심 과제는 모두 전력산업의 구조와 직결돼 있다.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는 이번 기고에서 탄소중립 시대 철강산업의 성패가 전력산업 전환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김 대표는 전기요금 수준만을 둘러싼 단기 대응을 넘어 전력망 중립성, 판매시장 경쟁, 분산에너지, 실시간 가격체계 등 근본적 개혁을 제안한다. 또 해외 주요국의 전력시장 구조개편과 전기 신산업 성장 사례를 통해 한국 전력산업의 현주소를 짚었다. 본지는 철강업계가 전력산업 변화의 위험과 기회를 함께 인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탄소중립 시대의 전력산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최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의 K-GX(한국형 그린전환) 정책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면서 ‘산업전환=그린전환’의 핵심은 전력산업에 달렸음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탄소중립을 위한 철강업계의 궁극적인 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이 있지만, 그 성패는 전적으로 그린수소를 포함한 무탄소 전력에 의한 경쟁력 있는 수소 조달에 달렸다. 그렇지만 AI 세계 3강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모든 면에서 크게 낙후되어 있다.

앞으로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기요금의 수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현주소와 세계적인 변화 과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을 소개한다.

[전력산업이 왜 중요한가?]

◆ 급증하는 전기 수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 사용량은 총에너지 수요보다 두 배 빠르게 성장하였지만, 앞으로 2035년까지는 6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급증은 전기차 도입, 에어컨디셔너(히트펌프) 사용, 경제의 디지털화, 인공지능(AI)의 확산 등에 기인한다.

한편 이러한 급증 속에 저탄소 에너지원은 2030년 이전에 전 세계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충족하려면 전력망 확장·보강과 극한 기상 현상과 디지털 위협에 대한 전력 시스템의 복원력을 높이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IEA는 강조하고 있다.

◆ 에너지 트릴레마(Trilemma)

에너지의 필요조건인 안정성·형평성·환경적 지속성은 서로 상충되는 관계다(Trilemma). 공급 안정성을 위한 예비력 확보는 전기 공급비용 증가로 형평성을 저하시키고, 형평성 확보를 위한 석탄·LNG 발전은 탄소배출량 증가로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면 전기 공급 변동성 증가로 에너지 안정성을 위협하게 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에너지의 핵심인 재생에너지가 가진 지역 편재성·간헐성·변동성 극복 과정은 오히려 ICT 발달로 새로운 산업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 트릴레마를 해결하는 3D와 신산업 분야

전기산업은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지역 분산화(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확대,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 에너지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AI를 활용한 계통 운영 최적화, 섹터 커플링 기술 도입(ex: Power to X), 고객 Data 분석을 통한 에너지 소비 감축·효율화 사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분산화를 위해서는 수요지에 발전설비 확대, BTM 자원의 증가, 생산·소비 결합(Prosumer)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전기 인프라 및 설비 확충 프로세스 혁신, 전기와 타 서비스의 융합(ex: 통신·가전·전기차), 개인 간 에너지 거래 플랫폼 사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계통 운영 디지털화, 전기 설비 유지관리보수(Q&M) 디지털화, 전기 거래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AI의 망(grid) 데이터 학습을 통한 계통 운영 지능화, IoT·드론·AI·머신러닝 기술을 설비 Q&M에 활용, 디지털 위·변조 방지 기술 활용(ex: 블록체인) 사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 전기산업 변화 모습

생산에서는 AI의 우월한 연산 능력으로 소규모 분산 전원의 통합·운영이 가능해져 분산 전원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크게 개선된다. 즉, 기상 데이터를 학습·분석하여 발전량과 소비량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정교한 출력 제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송전에서는 기술 고도화로 분산 자원의 무한한 보급과 운영이 가능해져 전력망 복잡성이 극도로 높아지며 적기 접속 요구가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는 최종 전기 소비자에서 앞으로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소비하며 필요할 때는 직접 거래도 하는 ‘Prosumer’로 진화하게 된다.

[우리의 현재 수준은?]

◆ 전기산업의 신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관련 법률

선진국의 전기사업은 탈탄소화, 지역 분산화, 디지털화로 관련 신산업이 육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CBAM과 같은 무역규제를 도입하여 자국의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는 단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신산업 성장이 가능한 것은 전력망(grid)의 중립성 확보와 실시간 전기 수급에 따른 전기 가격이 가치사슬 단계별 경쟁체제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관련 법률이 재생에너지 성장과 전기 신사업 육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기 관련 어느 법에도 전력망(grid) 이용의 중립성과 판매시장의 경쟁을 통한 전기 가격 자유화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 한전의 계통망(grid) 독점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발전 부문은 분할이 되었고, 이후 신규 발전 진입도 가능해져 형식적으로는 경쟁체제가 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그러나 발전된 전기를 나르고 배분하고 판매하는 계통(grid)은 한전이 독점을 하고 있다.

2024년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분산에너지법의 분산특구나 지역별 차등요금(LMP) 모두 한전이 독점 운영하는 송·배전망을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함에 따라 판매시장 경쟁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소비자 후생 증대 및 관련 신산업 성장 같은 실질적인 정책효과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분산특구 내 전력 직거래 시 전기 사용자는 한전의 송·배전망을 이용해야 하고, 개별적으로 송·배전망을 설치할 수 없으며, 계약단가 같은 영업기밀도 ‘한전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기업이 RE100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하는 PPA도 한전의 송·배전망 이용료가 기존 이용료 대비 140%~200% 수준으로 높아 기업이 제도 활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왜곡된 전기요금

전기요금은 원가주의, 공정보수주의, 공평주의 원칙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 이 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택용과 농사용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산업용은 대폭 인상했다. 이러한 요금 인상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한전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영업적자 40조 원, 부채 203조 원으로 한 해 이자비용만 4조 원을 부담하고 있다.

산업용에 대한 편파적·지속적 인상으로 산업용 소비자들은 전력거래소에서 도매가격(SMP)으로 전력 직구입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직구입을 할 경우 고압의 산업용은 송전 요금만 부담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분담하던 배전비용을 다른 소비자가 모두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전기요금 책정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요금 정책에서 벗어나 판매시장 개방을 통한 시장의 힘을 활용할 필요가 있으나 아직까지 그러한 비전은 전혀 없다.

[해외 각국의 전력정책과 신산업 성장은?]

OECD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맞아 전력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전력계통망(grid)의 중립성을 확보해주고 구체적인 전기 가격은 시장의 수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결정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유연성은 ICT 발달에 따른 AI 혁명과 결합되어 다양한 신산업을 육성시키고 있다.

◆ OECD 모든 나라가 전기 경쟁체제 도입 (한국은 예외)

1990년대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전력시장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OECD 국가 중에 전력산업을 독점체제로 운영하는 나라는 멕시코와 한국뿐이다.

소매경쟁체제 도입으로 전기요금이 더 상승한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전기요금이 다양해지고 도매시장 상황이 잘 반영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소매경쟁이 도입된 국가에서 신재생 전원의 전기를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green pricing 보급이 활발해지고 있다.

판매경쟁의 핵심은 비용 절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격의 발견(price formation and discovery), 신상품 개발, 발전경쟁 촉진에 있다. 즉, 소매판매 부문의 역할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위해서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찾아 생산자로부터 이에 부응하는 상품 생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기 신산업이 육성된다.

최근 ICT의 발전으로 정밀한 전력 사용 계량이 가능해지고 더 나아가 개별 소비자의 전기 사용을 통제하는 것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전기는 고도로 차별화된 상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매 부문 경쟁 도입은 소매시장뿐 아니라 도매시장의 기능도 활성화시키게 된다.

▷ 유럽 전력시장 구조개편

유럽 전력시장 구조는 1990년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했다. 1990년 이전에는 국영 전력회사와 민영·공영 전력회사들에 의해 운영되었으며(규제가격 적용), 전력계통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발전설비의 과잉투자가 이루어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전력가격 상승 억제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단일 전력시장의 형성 및 시장 자유화 추진을 바탕으로 경쟁요소를 도입했다.

유럽 전력시장 자유화를 위한 시장개편 과정은 1~3차 에너지 패키지를 통해 계통 운영 부문의 분할(unbundling)을 추진하여 경쟁이 가능한 부문(발전·판매 부문)과 규제가 필요한 부문(계통 운영·송배전 부문)을 분리했다.

1차 에너지 패키지에서는 회계의 분리를, 2차 에너지 패키지에서는 기업의 분사를, 3차 에너지 패키지에서는 기업 소유구조의 분리(매각)를 규정하여 전력시장의 단계적 분할을 추진했다. 4차 에너지 패키지에서는 에너지 효율의 향상과 재생에너지 글로벌 리더십 확보,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공정 거래 기회 부여 등을 정책 목표로 수립했다.

▷ 미국 전력시장 구조개편

미국 전력시장은 1992년 에너지정책법(Energy Policy of Act, EPACT) 제정으로 본격적인 구조개편이 촉발됐다. 1990년대까지 미국 전력산업은 주정부의 규제를 받는 수직통합형 전력회사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이후 에너지정책법(1992), Order 888(1996) 수립을 통해 신규 발전사업자 진입 확대 및 송전망 개방 등 도매전력시장에서 경쟁이 확대됐다. 소매전력시장의 경우 1990년대 주별 소매요금 격차가 심화되면서 전기요금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도입됐는데 1996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대부분 1996~2000년대 초반에 경쟁이 도입됐다.

현재 텍사스, 오하이오,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등 13개 주와 D.C.에서 완전소매경쟁 시장이 도입·운영 중이고, 그 밖에 캘리포니아,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오리건, 버지니아, 몬태나주는 일정 규모 이상 또는 산업용 고객에게만 소매시장 경쟁을 허용하는 등 부분적으로 소매시장 경쟁이 운영 중이다.

▷ 일본 전력시장 구조개편

- 산업용 고압 전력부터 소매경쟁 도입

일본은 1990년대 세계은행의 권고와 유럽의 시장개방 추세에 따라 전력시장을 개방했다. 1995년 1차 개혁으로 발전 부문 경쟁체제를 도입해서 누구나 발전사업 참여가 가능하게 했다. 2000년 2차 개혁으로 ‘전압별 소매시장 부문 개방’을 단행했다. 계약전력 2,000kW 이상 대량·고압 소비자에게 전력회사 선택권을 부여, 전체 전력의 30%가 시장에 개방됐다. 2003년 3차 개혁으로 계약전력 50kW 이상 ‘전압별 소매시장 개방 확대’를 단행한 결과 전체 전력의 64%까지 개방됐다.

이어 2008년 4차 개혁으로 도매시장 활성화를 추진했다. 기존의 하루 전 시장, 선도시장에 추가하여 ‘시간 전 거래시장’을 개설하고 ‘그린 도매 시장’을 개설하여 친환경 전력 공급의 토대를 마련했다. 2013년 5차 개혁으로 현재의 전력시장 구조가 결정됐다.

- 전력소매시장 전면 개방

2016년 4월 약 7.5조 엔(약 70조 원)에 달하는 규모인 전력소매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통신, 가스 등 타 사업자들의 활발한 전력시장 진입이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 이종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결합상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결합상품은 동시에 복수의 상품(예: 통신과 전기)을 사용할 경우 요금 할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전기요금 억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 송·배전 부문의 중립성 확보와 소매 부문 요금 전면 자유화

일반전기사업자의 송·배전망 요금 및 이용정보 제한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전력판매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법적 분리를 통해 2020년 4월 송·배전망 법적 분리 및 소매요금 전면 자율화를 단행했다.

전력소매시장 개방 전 소매요금은 총괄원가방식으로 엄격하게 규제되어 있었으나 경쟁 도입 후 요금의 급격한 상승을 방지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소매 부문에는 규제요금과 경쟁요금을 동시에 적용 중이다. 이러한 개혁의 결과로 가정용·산업용 전기요금 평균단가는 1차 개혁 전(1994년) 대비 2017년 약 31% 하락했다.

◆ 전기 신산업 성장

▷ 신사업 전개 방향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산은 전기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고 성장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확장,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기존 산업 간 융합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에너지 신산업에 진출, 기존 사업 철수 후 신사업 진출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AI,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에너지 부문에 접목하여 전력계통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에너지 플랫폼을 구현하고 운영하는 En-Tech 기업도 등장했다. 이종 기업의 전력산업 진출이 연대·협력을 통한 융복합을 촉진하여 전력산업 효율 극대화, 다양한 신 BM 개발 등의 Synergy가 창출되고 있다.

▷ 주요 신사업 동향 및 사례

주요 신산업으로는 전기 자동차(EV) 제조, 배터리 기술 및 에너지 저장, 전기 항공기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그리드 및 그리드 현대화, 스마트 홈 및 IoT 기반 에너지 관리, 수소 연료전지 및 저장, 전기 건설 및 농업 장비, 그린 수소 및 Power to X(P2X) 기술,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거래 등이 있다.

IT 기업 NUVVE는 덴마크의 전력 공기업 및 닛산 자동차와 협력하여 전기차 배터리를 계통에 공급하여 주파수 응답 서비스를 제공(V2G)하고 있고, 프랑스 전력회사 Schneider Eletric은 애플과의 R&D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건물 에너지관리 솔루션 개발에 성공(BEMS)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AI를 이용해 주택용 태양광-ESS 설치에 대한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SolarAPP+)을 도입해 인허가 기간을 11개월 단축(기존 12개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 기본 방향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탄소 급전에서 저탄소 급전으로, 중앙집중식 계통에서 분산형 계통으로, 한전의 계통망(grid) 독점에서 개방으로, 한전의 송전·배전·판매 독점에서 판매 경쟁체제로, 통제요금에서 실시간 시장가격 체제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왜곡된 전기요금을 바로잡아 기존 독점 사업자 한전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한전을 안정시킨 후 계통망 중립성 확보와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전기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고 또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전력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계통망(grid)의 플랫폼화에 따른 제도적·금융적 지원과 미래 재생에너지 핵심 기술 및 설비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

▷ 송·배전 정보 공개 및 이용 요금 합리화

현재 한전이 송전·배전·판매(송배판) 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대안 제시를 위한 합리적 논의가 불가한 실정이다. 분산에너지법상 분산특구에서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송·배·판 요금의 합리적 책정이 중요하다. 지역별 차등요금제(LMP)도 송·배전 요금이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모선별 요금제(nodal pricing)를 반영해야 한다.

산업용 소비자가 전력거래소에서 도매가격으로 직구입할 경우에도 합리적인 송전 요금이 전제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직접구매계약(PPA)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도 한전의 불합리한 송·배전 요금이다. 정부가 공개한 분산특구 내 전력 직거래 고시안(제2024-662호)은 한전의 송·배전 독점을 강화하는 안이다. 한전의 송·배전망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계약단가를 포함한 직거래의 내용을 ‘한전을 통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 계통망(grid) 독립 및 배전 이하 경쟁체제 도입

송·배전망은 전력판매사업의 기본적인 플랫폼으로 전력소매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력판매사업자들의 자유로운 송·배전망 이용이 가능하도록 공정한 요금이 필수적이다. 전력시장 경쟁체제를 도입한 모든 나라는 송·배전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회계분리나 법인분리를 했고, 유럽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소유분리도 하고 있다.

우리도 송·배전에 대해 단기적으로 회계분리, 중기적으로 법인분리를 하여 망 운영의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단, 사회적 수용성을 감안하여 소유분리는 유보할 수도 있다. 송전은 정부가 운영하는 전력거래소와 통합, 국영 전력송전처(TSO)화하여 송전망 신규 건설 및 운영 책임 주체가 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전은 기존의 판매업무를 수행하되 신규 시장 진입자와 동등한 조건으로 송·배전망을 이용하여 경쟁을 통한 소비자 선택 확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민영화가 아님. 우체국이 민간과 같이 택배와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같음)

한편 일본의 시장개방 성공 사례를 참고해서 우리도 산업용 고압 전력부터 단계별로 경쟁체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배전운영자(DSO) 독립 운영

분산에너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전력 수급을 담당하는 배전운영자(DSO)의 중립적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분산에너지법 제정 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배전감독원 설립이 추진되었으나 최종 법안에서 제외되었다. 배전감독원을 설립하여 장기적, 체계적으로 전력산업을 육성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전력산업계 일부에서 ‘전력감독원’ 신설 입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전력산업 전반의 비전 수립과 연계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전력산업 거버넌스 확립

한전, 전력거래소, 배전감독원(신설),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전력정책과 세부 실행을 담당하는 기관이 예산과 인사의 독립성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을 감독·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신산업 육성 지원

계통망(grid)의 플랫폼화를 지원해야 한다. 계통망(grid)이라는 물리적인 네트워크가 ‘Platform’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데이터 축적, 정보보호 등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데이터의 취득·전송, 학습과 분석(AI, 머신러닝), 공유(cloud), 정보보호와 정확성 유지(blockchain) 등의 디지털 기술 도입 및 개발에 대한 제도적·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 재생에너지 핵심 기술 및 설비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ESS, 스마트그리드 등에 대한 정부 R&D 투자 확대 및 민간 R&D 지원으로 핵심 기술 개발 및 설비 투자가 유인되도록 해야 한다.

[맥락을 알고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과 미래의 비전을 통찰해야 한다. 철강산업에서 전력의 ‘비중’은 막대하다. 전기로 업계는 지금까지 절대적인 원가 비중이 높았지만, 앞으로는 원가는 물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운영체계에 적응’하면서 전력 신산업도 창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고로 업계는 이제 ‘전기가 연·원료 역할’을 하는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현실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재생에너지의 태생적인 문제도 있지만 전력산업 자체가 큰 병목이다. 그나마 상대적인 가능성을 가진 핑크 수소도 현 전력산업 체계 안에서는 경제적인 조달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글을 통해 철강업계가 처한 전력산업의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전력산업 자체의 발전 과정에서 철강업계가 기회의 창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김경식 EGS네트워크 대표는

현대제철 기획실장 전무를 역임한 철강·ESG 분야 전문가다.

현재 ESG네트워크 대표와 고철(高哲)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및 한국환경공단 ESG경영위원,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전문위원, 기후에너지환경부 홍보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전력비 구조, 배출권거래제 등 산업 전환 이슈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제시해 왔다. 페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는 포스코의 하이렉스 등 수소환원제철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저서로는 ESG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다룬 『착한 자본의 탄생』, 기업 홍보 실무 경험을 정리한 『홍보 오디세이』 등이 있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정리=정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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