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섰다. 쥐가 들끓고 비가 새는 학교에 교사는 부족한 프랑스 공교육을 규탄하는 시위에 돌입한 것이다. 공권력이 물리적 저지에 나서자 학생들은 학교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항전했다. 경찰은 수천명의 미성년 학생들을 구금했다. 같은 달 23일엔 스페인 경찰이 87세 여성 노인을 70년을 거주했던 셋집 문을 부수고 강제 퇴거시켰다. 부동산 회사가 월세를 77만원에서 410만원으로 올렸고, 노인 세입자가 이를 감당 못하자 법적 강제 조치를 한 것이다. 수만명의 시민이 주거비 인하를 요구하며 광장에 텐트촌을 만들고 농성에 들어갔다.
두 사건을 계기로 유럽 곳곳에서 민생고(民生苦)에 항의하며 들불처럼 번진 군중 시위가 17일(현지시각) 유럽 곳곳을 타격했다. 프랑스가 심각하다. 파리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노동자·학생·일반 시민 등 정부 추산 55만명이 시가지를 점거한 채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했다. 폭동으로 번진 시위로 소도시 리모주 시청이 불타올랐다. 고교생 궐기가 대중의 민생고 폭력 시위로 번졌다.
이탈리아의 로마·밀라노, 포르투갈의 리스본·포르투, 스페인의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벨기에 등 유럽 각국 대도시들도 프랑스 못지않은 시민 봉기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에 나선 이유는 한결 같다. 급등한 물가와 주거비, 재정부족으로 인한 공공서비스 악화를 규탄하며 화염병을 날린다.
역사적 대중은 언제나 빵과 집의 결핍에 예민했다. 물론 파리의 부녀자들이 생선을 토막내는 클라베(사각 형태의 무거운 칼)를 들고 베르사유 궁전에 쳐들어가 루이 16세 부부를 파리로 압송(?)하고 결국 단두대에 세웠던 프랑스 혁명의 시대는 아니다. 혁명 대신 선거로 심판한다. 고물가와 주거난에 들고 일어난 군중을 발판으로 유럽의 극우 정당과 인물들이 기세를 올린다. 프랑스 극우 인물 마린 르펜이 대선 유력주자로 떠오르고,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이 약진하고, 중도 좌파인 스페인 총리는 실각 위기에 몰렸다. 원인과 배경은 다르지만 남미의 블루 타이드 현상과 중첩된다.
민주주의 대중은 단지 민생고 때문에 궐기하지 않는다. 민생고를 감내하라는 권력의 요구가 정당하지 않을 때 일어서고, 선거로 심판한다. 한국 여야 정당들이 주목해야 할 유럽의 민생고 시위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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