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10시 30분 쯤 종합 국정감사 종료를 앞두고 나른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오늘 국감을 보고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교수 7명이 사직하기로 결정했다”는 센터장의 전언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 7월 15일 소아응급센터에 들어 온 생후 4개월 영아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지에도 불구하고 사망했다. 부모는 112로 신고했고 즉시 형사와 과학수사대가 출동해 응급센터 소생실을 채증했다. 부모는 의료과실이라며 정식 고소했고, 경찰은 지난 9월 30일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을 벌였다. 의료계가 집단 반발하고, 응급센터 의사 등 소아 응급 의사 2명이 사표를 던지자, 국감 쟁점으로 비화됐다.
행정안전위원회의 지난 13일 경기남부경찰청 국감에서 김홍근 직무대행은 최소한의 압수수색을 강조했고, 함영욱 광역수사단장은 압수수색이 필요한 수사임을 주장했다. 병원측 입장은 전혀 달랐다. 이지숙 소아응급센터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112 출동·현장 조사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생명안전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어제 보건복지위 종합 국감에 출석한 함 수사단장은 사과 대신 “의료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진료 차질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압수수색 절차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주대 소아응급센터 의료진 9명이다. 7명이 실제로 사표를 던지면 경기남부·충청권 소아응급센터가 멈춘다. 수사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국감 답변은 허무해졌다.
의사들은 경찰의 사과가 먼저였던 모양이다. 자존감을 베인 상처가 그 만큼 아팠다는 얘기다. 붕괴 직전인 필수의료 현장을 공적 사명감으로 간신히 지탱하는 응급센터 의사들이다. 그들에게 응급실은 생사를 가르는 성역이다. 반면 경찰은 국민을 위해 성역 없이 공정한 수사를 집행하는 기관이다. 상호 존중해야 할 사회적 권위와 권능이다.
다만 권력 앞에서 머뭇대고 민생엔 부실한 수사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세태다. 그런 경찰이 무수한 고소·고발로 피폐해진 응급센터 수사엔 단호했다. 그 결과 소아응급 의사들이 두손 들고 현장을 포기할 지경에 이른 필수의료 현실과, 수사권을 독점한 경찰의 역량과 공정성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시나브로 곪아왔던 사회의 종기가 한꺼번에 터진듯 싶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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