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엄홍길은 “길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나를 비우는 스승”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개 목적지를 정하고 정해진 기준 안에서 목표를 달성하려 하죠. 셀 수 없이 산을 올랐던 엄홍길은 아마도 이들의 맹목적인 여행법이 틀렸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여정은 결국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그 비운 곳에 삶의 의미를 묻고 담는 과정일테니 말이죠.사진 = 더봄출판고산 교역로를 탐색한 책 ‘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은 ‘길’을 통해 도시와 인간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차마고도를 걸으며 인간 존재와 문명의 의미를 성찰합니다.여책저책은 걷고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삶과 공간을 다시 이해하도록 이끄는 책을 만납니다.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류현미 | 더봄출판사진 = 더봄출판설산과 협곡을 넘어 이어지는 오래된 길 위에서 인간은 무엇을 배울까. 인류의 고산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를 직접 걸으며 인간 존재와 문명의 의미를 탐색한 책이 출간했다. 제목은 ‘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류현미 (사)식문화세계교류협회 회장이 집필한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나 역사서가 아니다. 저자는 차(茶)와 말을 교환하던 고대 교역로인 차마고도를 걸으며 인간의 삶과 문명의 본질을 다시 묻는 ‘존재 철학의 기록’을 펼쳐 보인다.사진 = 더봄출판차마고도는 중국 윈난과 쓰촨, 티베트 고원을 잇는 고산 교역로로, 수천 년 동안 차와 말이 오가며 문명의 교류가 이어졌던 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길의 의미를 단순한 교역로 이상의 것으로 바라본다. 물자 이동의 통로가 아니라 생존과 신앙, 관계와 문화가 흐르던 ‘문명의 첫 언어’라는 시선이다.저자는 해발 3000m에서 5000m에 이르는 차마고도의 길을 직접 걸으며 길이 인간에게 건네는 오래된 질문을 기록했다. 책은 풍경을 묘사하는 여행기보다 길 앞에서 멈춰 선 인간의 태도와 침묵에 주목한다.사진 = 더봄출판설산과 강, 마방의 발자국, 티베트 사원과 장터를 지나며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서로의 결핍을 나누며 문명을 이루어 왔는지를 조용히 되짚는다.책은 ‘기원·지형·생존·경계’ 등 네 가지로 구성한다. 차마고도의 역사와 지리, 마방의 삶과 티베트 문화, 차와 종교가 교차하는 공간을 따라가며 인간 존재의 근원을 사유한다. 특히 샹그릴라의 기도와 식탁, 티베트 사원의 명상과 장터의 풍경 등은 문명이 속도보다 관계와 호흡 속에서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저자는 길을 통해 인간이 문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차와 말이 만나 교역과 문화를 형성했듯, 인간 역시 서로의 부족함을 나누며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차마고도는 그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길이라는 설명이다.사진 = 더봄출판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현대 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저자는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지식과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다움의 의미를 다시 질문한다. 기술이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길의 의미’와 ‘느린 걸음 속에서 들리는 존재의 숨결’이라는 것이다.저자의 여정은 개인적 고통에서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삶의 기반이 흔들리며 겪은 신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산을 오르며 몸의 리듬을 회복했고, 이후 킬리만자로와 히말라야, 몽골과 대만의 산을 지나 차마고도에 이르렀다. 저자에게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사진 = 더봄출판저자는 “길은 인간이 남긴 가장 오래된 언어”라고 말한다. 인간이 땅 위에 남긴 첫 발자국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존재의 기록이었고, 서로 다른 생명이 서로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최초의 문장이었다는 것이다.‘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은 빠른 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독자에게 오래 남는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는가. 그리고 그 길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오래된 길을 따라 이어지는 이 질문은 결국 독자의 삶으로 되돌아온다. 저자가 말하듯 길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시작되는 순례이기 때문이다.※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장주영 여행+ 기자
차와 말을 교환하던 시대를 지금 걸으면 생기는 일 [여책저책]
저자는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지식과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다움의 의미를 다시 질문한다. 기술이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길의 의미’와 ‘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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