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문화재단 매거진 GaFo 봄호. 사진=구로문화재단
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양희진 작가의 달항아리(Moon Jar) 사진 작품 ‘하아리(HAARI) Ⅳ’가 구로문화재단 매거진 GaFo 봄호의 표지 작품으로 선정됐다.
매거진 GaFo는 서울 구로구의 문화예술 현장을 조명하는 간행물이다. 이번 표지 선정은 한국적 조형미를 동시대 감각으로 번역한 양 작가의 작업이 공공 문화 플랫폼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양 작가는 한국의 미학을 상징하는 대표 조형물인 달항아리의 물성을 꾸준히 사진으로 담아 오고 있다. 단순히 달항아리의 외형을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표면의 질감과 빛, 비정형의 아름다운 라인을 끈질기게 끌어올리며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번에 표지에 실린 ‘하아리Ⅳ’ 역시 이런 노력들이 응축된 작품이다. 1차로 달항아리 특유의 풍만한 볼륨과 오묘한 캔버스 위에 얹되 2차 드로잉이라는 회화를 끌어들여 신개념의 예술 세계관을 제시했다. 달항아리의 오묘한 색을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프린팅 작업을 반복된다.
기존 정물사진은 사실적 재현에 치우치고 인화 수량이 많아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 측면에서 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양 작가의 하아리 시리즈는 대작 중심 제작과 소수 에디션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조선백자 대호의 풍만함을 살리기 위해 원화 기준 110cm x 90cm 이상의 50호~60호 크기로 제작하고 작품별로 5점만 캔버스에 프린팅 한다. 최고급 알루미늄 프레임에 우드 테두리 마감까지 더해 제작 단가도 일반 사진 작품보다 높다. 희소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구로문화재단 매거진 GaFo 봄호. 사진=구로문화재단
가격도 우상향 흐름을 보인다. 하아리 시리즈는 올해 3월 말 기준 140만원에 형성됐다. 1년 새 16.66% 오른 수준이다. 같은 달항아리 평면 작업으로 분류되는 최영욱 작가의 유화 ‘카르마(Karma)’가 최근 50호 갤러리 기준 약 4700만원대에서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가격 매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작품이라는 장르적 한계보다 회화성과 공간 활용성을 앞세운 새로운 수요가 붙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판매 성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9월 ‘2025 아트페스타 디아브 아트’와 11월 ‘문화철도 959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에서 ‘하아리Ⅰ’ 60호 에디션 5점과 ‘하아리Ⅳ’ 60호 에디션 5점이 전시 기간 중 모두 완판 됐다.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MZ 컬렉터(수집가)들이 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화랑업계 관계자는 “하아리 시리즈는 달항아리의 현대적인 라인과 오묘한 색감을 잘 끌어낸 작품”이라며 “사진에 회화적 요소를 결합한 점도 흥미롭지만 기존 1000만원대 이상으로 형성된 하이엔드 달항아리 평면 작품 시장을 100만원대로 낮춰 한국의 미를 대중화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아리 시리즈는 금융권과 자본시장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특히 선호도가 높다. 국내 사모펀드 최고경영자 집무실과 증권사·은행 로비 등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달항아리가 복과 재물을 불러온다는 상징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양 작가는 앞서 토테미즘 계열 작업으로 상업적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명태 사진’ 역시 집들이 선물 시장에서 네이버쇼핑과 오늘의집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한국 미학의 상징인 달항아리가 2020년 이후 K-컬처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미술계 핵심 트렌드로 부상한 가운데, 양희진 작가는 정물사진의 거장 구본창의 뒤를 이을 차세대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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