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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차별을 말하지 않으려면, '쉬운 정보'가 필요하다[프레시안 books]

소위 말하는 앱테크가 취미인 할머니께 어플리캐이션 속 퀴즈 풀이를 가르쳐 드리면서다. 문제 난이도가... 스마트폰 좀 만질 줄 아는 손자가 귀가할 때까지 앱테크 활용을 망설이는 할머니처럼, 또 다른 누군가가...

차별을 말하지 않으려면, '쉬운 정보'가 필요하다[프레시안 books]

[프레시안books] 백정연,

'쉬운 정보'의 어려움에 대해 실감한 적이 있다. 소위 말하는 앱테크가 취미인 할머니께 어플리캐이션 속 퀴즈 풀이를 가르쳐 드리면서다. 문제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스마트폰 조작 방식도 점점 복잡해졌고, 할머니는 손자가 없을 때에도 당신께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그 조작법을 원천부터 익히길 원했다.

먼저 깨달은 건 내가 사용하는 용어에 영어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스크롤, 페이지, 드래그, 앱, 클릭... 평소 사용하던 영단어들을 한국어로 적절히 바꾸는 것에서부터 난항을 느꼈다. 말하자면 일종의 정보격차다. '모르는 이'가 어떤 부분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지'를 적절하게 파악하는 것부터가 '아는 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할머니는 모르는 단어를 속사포처럼 내뱉는 손자에게 하나하나 '모르겠다'고 말하기보단, 설명을 죽 듣다가 마침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고백하는 쪽을 택하곤 했다. 당연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고백하는 것 또한 '모르는 이'에겐 부끄럽고 면목 없는 일일 수 있다. 전달자의 태도나 실력이 형편 없을 수록 더더욱 그러할 테다.

더 큰 문제는 30대 청년과 80대 노년이 스마트폰 조작법을 '인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가령 보고 있는 화면보다 아래 화면을 보기 위해선 스크롤을 내려야 한다. 나는 이를 '할머니, 여기서 화면을 내려봐'라고 표현하기로 한다. 그런데 스크롤을 내리기 위해선 화면에 닿은 손가락을 '올려야' 한다. 그게 문제였다.

평소 스마트폰 기본 기능을 무리 없이 사용하는 할머니지만,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던 조작방식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설명하자 외려 혼란이 온 듯했다. "내려봐. 내려야죠. 내가 한 것처럼." 몇 번을 다그친 뒤에서야 손가락을 '올려야' 화면이 '내려가는' 과정이 할머니에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 간의 이 같은 엇박자가 정보를 전달하던 내 개인의 태도와 실력 문제라는 점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경험은 30여년 평생을 대부분 정보습득에 있어 주류적 존재로만 살아온 내게 '쉬운 정보'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다.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도, 정책공보물이나 근로계약서도, 누군가에게 우리 사회는 너무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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