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수거취.지배구조 개편·주주환원 본격화...재계 전반에 긴장 고조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그룹 본사 사옥 [일요서울 DB]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개막했다. 주총 초반임에도 총수 거취, 기업 지배구조 개편, 주주환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각 기업이 경영권 방어막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기업 지배구조의 방향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한 등기이사 복귀 여부를 저울질하는 총수들의 행보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이에 기업들은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 상법 개정 영향, ‘3%룰’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기업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 삼성, SK 등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사 보수 한도 조정 등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 발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6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2727개사 중 과반에 해당하는 1573개사가 23일부터 29일 사이 주총을 진행한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37개사와 코스닥 상장사 996개사가 주총을 연다. 코넥스 상장사 40곳도 같은 기간 주총을 개최한다. 23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전자, LG이노텍, NAVER(네이버), 한화시스템, 카카오페이, 에코프로머티 등이 주총을 열고 코스닥시장에서는 하나머티리얼즈, 테스, 나노팀 등이 주총을 개최한다.
이어 24일에는 DB하이텍, 고려아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G생활건강, 셀트리온이 주총을 열고 오는 25일에는 SK하이닉스, 영풍, 한국전력공사, SK스퀘어, 엘앤에프 등이 주총을 개최한다.
특히 오는 26일에는 유가증권시장 297개사, 코스닥시장 424개사, 코넥스시장 19개사 등 총 740개사가 주총을 열며 일정이 집중될 전망이다. 현대건설, 넥센타이어, 흥아해운, 대한항공, LG, 현대제철, LS, SKC 등이 이날 주총을 연다.
- 방어벽 구축 나선 지배주주...상법 개정 후 첫 주총
주요 기업들은 이번 주총에서 3차 상법 개정에 따른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총이 상법 개정이 통과된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지배구조 정비가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개정 상법의 골자는 ▲소수 주주 권한 강화 ▲이사회 견제 기능 확대에 있다. 오는 7월 23일부터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확대 시행된다. 이어 9월 10일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규정이 도입되면서 기업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요 상장기업들은 정권 변경을 포함한 지배구조 정비에 속속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효성그룹 계열사들은 이사 정원을 기존 16명에서 7~9명으로 축소한다. 한화갤러리아(13명→7명), LS일렉트릭(9명→5명), 셀트리온(15명→9명) 등도 이사진 규모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인다.
반면 대주주 영향력 축소를 방어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정원을 늘리는 전략도 눈에 띈다. 한화오션은 이번 주총에서 신규 감사위원 2명을 선임해 전체 정원을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행동주의 펀드와 시민단체들의 압박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독립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서를 제출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DB손해보험, 코웨이, 덴티움 등에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서한과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KCC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며 압박에 가세했다.
총수들의 등기이사 복귀 문제도 이번 주총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다음 달 주총에 상정할 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했으나,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안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임기 만료 이후 줄곧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해 왔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원장은 여러 차례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과 그룹 내 컨트롤타워 재건을 강조해 왔으며, 지난 24일 정례 회의에 앞서 “지배구조 원칙 차원에서 등기임원으로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 책임 경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LG전자는 류재철 사장을 사내이사로 내정해 새 경영 체제를 공식화할 예정이며, SK하이닉스는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SK하이닉스는 차 사장이 차세대 메모리 기술 혁신을 주도해 온 인물로, 향후 지속 가능 성장과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도 이번 주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성낙섭 현대모비스 FTCI 담당 전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성 전무는 현대차그룹에서 연구개발(R&D) 분야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아온 만큼 이사회 차원의 기술 전문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들의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둘러싼 대응도 그룹마다 엇갈린다. 지난해 대법원판결에 따라 올해 주총부터는 대표이사·사내이사 등 지배주주 일가가 보수 한도 안건에 직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서 이른바 ‘셀프 보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SK㈜는 이사 8명의 보수 총액 한도를 기존 180억 원에서 160억 원으로 삭감했다. 반면 HD현대는 실적 개선을 근거로 이사 5명의 보수 한도를 40억 원에서 55억 원으로 증액해 전년 대비 37.5% 높게 책정했다.
- 보수 한도 승인 안건 및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기업들이 주주 달래기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보유 자사주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16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SK㈜는 발행 주식 약 20%에 해당하는 5.1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SK㈜는 2025 회계연도 기말 배당금(배당 기준일 4월 1일)을 650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8월 지급한 중간 배당금 1500원을 포함하면, 연간 배당금은 총 8000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SK㈜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수차례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것이 전체 주주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상법 개정으로 특정 목적 취득 자사주 소각이 이사회 결의로 가능해진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라는 개정 취지를 적극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주주들과의 소통이 더 강조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개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며, 이번 주총은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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