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대구시의사회 감사, 김정수 이비인후과 원장
여름은 물놀이의 계절이다. 계곡과 바다, 수영장 물속으로 뛰어드는 순간 그 시원함과 즐거움에 더위도 훌쩍 달아난다. 하지만 그 시원함 뒤에는 불청객이 찾아오곤 한다. 이맘때면 이비인후과 진료실에는 외이도 질환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어난다. 가렵고, 냄새나는 진물이 흐르고, 밤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진다. 그러나 많은 외이도 질환은 단순히 여름철 물놀이 때문이 아니라, 귀가 원래 가지고 있는 방어기전이 무너질 때 발생한다.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이어지는 약 2.5~3cm 길이의 외이도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외부 침입자를 막아내는 작은 ‘방어 요새’다. 첫 번째 방어선은 귀지다. 귀지는 더러운 노폐물이 아니라 지방 성분으로 물에 대한 보호막 역할을 하며, 라이소자임 등 항균물질을 포함하는 천연 방어막이다. 외이도의 약산성(pH 5~6) 환경 역시 세균과 곰팡이가 쉽게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두 번째는 스스로 청소하는 기능이다. 외이도 피부는 고막에서 입구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상피 이동(epithelial migration)'을 통해 귀지와 이물질을 자연스럽게 밖으로 운반한다. 음식을 씹거나 말을 할 때 턱관절의 움직임이 이러한 과정을 돕는다. 마지막은 S자 형태의 굴곡이다. 외부 충격과 이물질이 고막까지 곧바로 전달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한다.
이 방어선에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 원인이 여름철 물과 면봉이다. 물이 외이도에 오래 머물면 귀지와 약산성 방어막이 씻겨 나가고 피부는 불어서 약해진다. 여기에 면봉이나 귀이개를 깊이 넣으면 미세한 상처가 생기고, 그 틈으로 세균과 곰팡이가 침투한다. 면봉사용은 귀지를 제거하기보다, 오히려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 귀지 마개를 만들고, 습기가 배출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스스로 무너진 방어막에 균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외이도염, 외이도 이절, 이진균증이다. 외이도염은 귓속 피부의 염증으로, 가렵고 진물이 나며 귀를 만지거나 당길 때 통증이 발생한다. 외이도 이절은 모낭에 생긴 종기로 특히 음식을 씹거나 턱을 움직일 때 심해지는 통증이 특징이다. 이진균증은 곰팡이가 번식하는 질환으로 심한 가려움과 먹먹함, 특징적인 분비물을 동반하며 재발도 흔하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외이도염은 병원에서 외이도를 깨끗이 정리한 뒤 필요하면 소염 연고, 항생 점이액을 사용한다. 외이도 이절은 초기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농양이 형성되면 절개 배농이 필요하다. 이진균증은 곰팡이와 분비물을 충분히 제거한 뒤 항진균제로 치료하며, 무엇보다 귓속을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
여름철 귀 건강 관리의 핵심은 간단하다. 물은 막고, 들어간 물은 말리고, 귓속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는 귀를 기울여 자연스럽게 배출하거나 드라이어의 약한 바람으로 20~30cm 정도 떨어뜨려 말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면봉이나 귀이개는 귀속 깊이 넣지 말고, 귀지는 입구에 나온 것만 가볍게 닦아내면 충분하다.
외이도는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든 완벽한 방어선이다. 가장 좋은 관리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방어체계를 믿고 그대로 보존하는 일이다. 올여름 귀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귀를 자주 만지는 것이 아니라, 외이도라는 작은 요새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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