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며 우주 산업이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 개발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하면서 산업 지형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특히 발사 비용 혁신을 계기로 우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우주 제조’ 산업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본지는 하나금융연구소의 ‘우주 제조’ 보고서를 토대로 우주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 그리고 한국 제조업에 열릴 새로운 기회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지난해 11월 27일 새벽 1시13분 정각에 발사됐다. 누리호 1, 2, 3단 엔진 연소와 페어링 분리가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져 누리호에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의 분리까지 모두 성공했다. 민간 기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 이전을 통해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누리호 4호기는 오로라 대기 측과 우주 자기장 플라스 마 측정 등을 위한 위성 13기가 탑재됐다. [그래픽=뉴시스]
“지금까지는 우주가 탐사와 연구의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생산과 산업의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조 경쟁력이 강한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시장을 맞게 될 수 있습니다.”
국내 한 우주 산업 관계자의 말이다.
발사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면서 우주에서 의약품과 첨단 소재를 생산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다. 재사용 로켓 기술 덕분에 원료와 장비를 우주로 보내는 비용은 크게 낮아졌지만, 우주에서 생산된 제품을 지구로 가져오는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주 산업에서는 이를 ‘지구 귀환 화물 운송’ 비용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현재 우주 제조는 의약품 원료나 특수 광섬유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소량 생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품질 관리와 표준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우주 제조 공정은 대부분 무인 시스템이나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특히 미세중력 환경에서 생산된 제품의 품질을 평가할 국제 표준 역시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법적·제도적 불확실성도 산업 확산의 걸림돌이다. 우주정거장이나 궤도 제조 시설이 어느 국가의 관할권에 속하는지에 따라 특허권이나 제조 기술 보호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우주 제조가 인터넷 산업 초기와 비슷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 인프라와 기술 표준을 먼저 확보하는 국가와 기업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조 경쟁력이 강한 한국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초미세 공정 기술을 가진 반도체 산업과 고순도 배양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산업, 거대 구조물 제작 경험이 풍부한 조선 산업 등 우주 제조와 연계할 수 있는 기반 산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조 역량을 우주 산업과 결합해 표준화된 우주 생산 모듈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지상 제조 경쟁력을 상징했다면 앞으로는 우주에서도 같은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우주를 실험실이 아닌 생산라인으로 바라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주 산업의 무게 중심이 탐사에서 생산으로 이동하면서 인류의 산업 활동 영역 역시 지구를 넘어 궤도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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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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