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 따른 국내 증시 투자심리 위축 국면
-MSCI 한국 ETF·코스피200 야간선물 급락 속 이번 주 코스피 5,500∼6,000포인트 등락 전망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중동 전쟁이 격화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조차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이 잇따르면서 국내 증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 증시 급락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이번 주 코스피는 약세 출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7.98포인트(0.31%) 오른 5,781.20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천33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2천455억원, 1조260억원을 순매도해 상승 폭을 크게 제약했다.
장 초반에는 국제유가 하락과 종전 기대감에 힘입어 코스피가 반등을 시도했지만, 장 후반 들어 미국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과 고환율 부담이 부각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승 출발에도 장중 약세로 돌아서 각각 0.55%, 0.59%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18.04포인트(1.58%) 오른 1,161.52에 장을 마쳤다. 특히 경구 인슐린의 유럽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 완료를 공시한 삼천당제약이 14.09% 급등한 90만7천원에 마감,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가장 큰 변수는 미국발 악재다. 지난주 말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96%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1.51%, 2.01% 떨어졌다. 기술주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비디아(-3.28%), 마이크론(-4.81%), 인텔(-5.00%)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급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45% 내렸다.
연준의 통화 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던 ‘비둘기파’ 인사까지 태도를 바꾼 점이 시장 심리를 크게 냉각시켰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CNBC 인터뷰에서 중동 갈등과 유가 상승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기존의 금리 인하 입장을 접고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한 데 이어 비둘기파 인사마저 매파적 기조로 기우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올해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변화가 반영되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고, 오히려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상 확률이 15%까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 CBS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중동 지역에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전제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은 이를 전쟁 장기화의 신호로 받아들이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한층 더 얼어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말 사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들을 공격해 초토화(obliterate)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군은 미국의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발전소 재건 시점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대응하면서, 미국·이스라엘의 에너지 시설과 관련 기업 전반을 공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같은 공방은 국제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국내 증시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심리 악화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주 6.71% 폭락했고,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주간 종가 대비 4.35% 급락했다. 이는 이번 주 현물 시장의 약세 출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증권가는 당분간 국내 증시가 미국 금리 방향성과 전쟁 관련 뉴스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헤드라인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시장의 금리 향방과 전쟁 관련 뉴스 플로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5,500∼6,000포인트로 제시했다.
그는 또 “깜짝 실적을 냈던 마이크론 이후 메모리 업황이 피크아웃(정점 통과)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반도체 업종의 이익 컨센서스(시장 기대치)가 추가 상향될 수 있을지, 이에 따른 외국인 수급의 방향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불확실성과 전쟁 리스크, 환율·유가 급등이라는 ‘삼중 악재’가 겹친 가운데, 국내 증시는 당분간 방어적인 수급과 변동성 확대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연준 발언과 중동 정세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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