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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부매일·충북일보 공동주제심층보도] 4. 제주형 교육기부를 찾아서

서귀포시 남원읍 소재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14일 제주테크노파크 청정바이오사업본부 생물종다양성연구소를 찾았다. 전교생이 44명인 작은 학교 아이들에게 연구소 교육장은 교실 밖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중부매일·충북일보 공동주제심층보도] 4. 제주형 교육기부를 찾아서

지난해 인증서 발급 52건…연 1만1천여 명 혜택

▲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연구원이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식물조직 및 미생물 발효 배양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중부매일 박은지·곽승원, 충북일보 안혜주·성지연 기자] 서귀포시 남원읍 소재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14일 제주테크노파크 청정바이오사업본부 생물종다양성연구소를 찾았다. 전교생이 44명인 작은 학교 아이들에게 연구소 교육장은 교실 밖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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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학생들은 연구소 옆 교육홍보관에서 ‘생물자원 활용’ 교육을 받았다. 현호봉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연구원은 버드나무(아스피린)와 곰팡이(페니실린), 개똥쑥(아르테미시닌), 거머리(항응고제) 등 생물자원이 신약으로 이어진 사례를 들어 바이오 과학과 멸종위기종의 유전적 가치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1일 생물자원 연구원’ 퀘스트로 조사부터 수집, 보존, 효능평가, 제품개발까지 과정을 체험했다. 또 종자은행과 식물조직배양 원리를 배우며 제주고사리삼, 제주한란, 나도풍란 등 멸종위기 자생식물의 소중함을 익혔다.

이어 감귤·편백 추출물로 석고방향제를 만들고 ‘식물을 함부로 꺾지 않겠다’는 환경지킴이 서약도 이어갔다.

김예서(5학년) 양은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석고방향제 체험’을 꼽으며 “방향제에 프리지어 향을 넣었는데 꽃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9월 14일 오전 제주테크노파크 부설 생물종다양성연구소에서 환경지킴이 생물다양성 교육 중 곤충이야기 수업에서 유명인의 이름을 본딴 곤충의 학명에 대해 배우고 있다. / 공동취재단

이날 같은 시각 1∼4학년 학생들의 수업은 ‘이름’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사람이 동물계에서 출발해 호모속 사피엔스종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분류된다는 설명을 들으며 생물 동정이 모든 생물 연구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제주가 곤충의 보고인 이유도 배웠다. 전 세계 곤충은 약 100만 종, 국내는 약 1만2천 종인데 제주에만 5천100종이 산다. 고도에 따라 생태계가 다양하고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산굴뚝나비 같은 제주 서식 멸종위기종도 소개됐다. 멸종위기종을 왜 지켜야 하느냐는 물음에 연구원은 결국 인간의 연쇄적 생존 위협을 막고 후손을 위한 일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이어 전통 자개로 나비 풍경을 만들며 나비와 나방의 차이를 익혔다.

부선호(3학년) 군은 기억에 남는 점으로 제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1급 나비를 꼽았다. 그는 “자연에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사과해야 할 건 제가 아닌 것 같다”며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양푸른(4학년) 군은 “학자들이 많아야 멸종위기 동물들을 잘 지정하고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를 찾은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나만의 석고방향제를 만들며 생물자원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공동취재단

# 검증된 교육기부만 학교로…인증제가 잇는 ‘학교 밖 교실’

이런 체험이 가능한 것은 제주교육청의 ‘교육감 교육기부 인증제’ 덕분이다. 제주교육청은 지난 2012년 교육기부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고, 2015년부터 인증제를 운영하며 개인이나 기업, 대학, 공공기관, 단체를 발굴해 교육감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인적·물적 자원 한계를 보완해 학생들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과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제공자 모집과 프로그램 심사, 교육감 인증, 학교 매칭을 거치는 만큼 단순 봉사가 아닌 검증된 교육 서비스라는 점이 특징이다. 인증서 발급은 2023년 2건, 2024년 10건, 2025년 52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인증기관이 운영한 프로그램은 63건, 338회로 학생과 교원 1만1천272명이 혜택을 봤다. 올해부터는 실적 기준을 연 4시간에서 12시간 이상으로 높이고 유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 내실 있고 지속적인 기부자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에서 환경지킴이 생물다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소감을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단

# “학생 눈빛 달라진다”…지역 인재 롤모델로

생물종다양성연구소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생 교육기부에 나섰다. 지난해 제주교육청으로부터 교육기부 우수기관 인증서도 받았다. 연구소 방문 교육 15회를 포함해 총 18회, 349명(축제·부스 체험 연인원 별도)이 참여했고 방문 교육은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다. 교육은 기본 2시간이며 재료비는 연구소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무료다. 석·박사급 연구원이 직접 강사로 나선다.

연구소가 인공 증식하는 두점박이사슴벌레·물장군·애기뿔소똥구리 3종의 생태를 배우고 서식지 복원 방사 행사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흥산초를 포함한 서귀포시 5개 초등학교는 서귀포교육지원청의 ‘환경지킴이’ 생물다양성 교육으로 연구소와 이어져 있다. 이론과 체험 각 1차시씩, 교육비는 교육지원청이 부담한다.

서인수 생물종다양성연구소장은 “실제 연구소에서 첨단 분석 장비와 멸종위기종 복원 현장을 본 학생들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생물다양성이 인류의 건강과 미래 산업을 이끄는 생명공학의 원천임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 19명 중 13명이 제주 출신이거나 지역 대학(원)을 졸업한 지역 인재라는 점도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롤모델’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과제도 있다. 제주교육청은 공문·추천 위주의 모집 방식 탓에 신규 기부 자원 발굴이 제한적이고, 학교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직접 확인해 연결하는 매칭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이에 누리집 ‘운영사례 공유방’과 교육기부 통합플랫폼 활용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제주의 인증·매칭 체계는 바이오·반도체·배터리 등 충북의 주력산업과 연계한 교육기부 모델을 구축하는 데도 시사점을 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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