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바이오·배터리 ‘국가 전략 산업 중심축’ 자리매김
청주·청원 통합부터 시작된 지각변동
SK하이닉스 중심 경제 규모 급성장
오송·오창 첨단산업 거점 위상 올려
대형 유통시설 유치 지역내 소비 진작
공항·KTX역 교통 인프라 강점 눈길
성안길·중앙로 원도심 공동화 과제도
▲ 1990년 청주시 전경. / 청주시
[중부매일 김미나 기자] 1990년 1월 20일 창간한 중부매일이 지령 1만호를 맞았다. 3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 청주는 크게 달라졌다. 인구 50만 도시였던 청주는 이제 100만명을 바라보는 충청권 핵심 도시로 성장했다. 청주·청원 통합을 기점으로 산업과 주거, 교통, 소비의 중심축이 재편됐고 도시의 경계도 넓어졌다. ‘충청광역시대’를 앞둔 청주의 변화를 짚어본다. / 편집자
# 성안길 중심의 도시
1990년 1월 중부매일 창간 당시 청주시 인구는 49만7천429명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분명 다른 도시였다. 생활의 중심은 원도심이었다. 성안길은 약속 장소였고 육거리시장은 장을 보는 공간이었다. 중앙로는 청주의 대표 거리였다. 외식과 쇼핑, 만남과 약속 대부분이 이 일대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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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사람들의 생활 반경은 지금보다 훨씬 좁았다. 시외로 나가려면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청주 바깥은 곧 청원군이었다. 지금처럼 오송역을 통해 전국으로 연결되는 도시도, 청주국제공항을 앞세운 광역 교통 거점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도심에서 일하고 도심에서 소비했다. 청주는 전형적인 도청 소재지형 지방도시였다.
주거 풍경도 달랐다.
1990년 청주는 단독주택과 저층 주거지가 익숙한 도시였다. 전국적으로도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도시 주거의 중심이 되기 직전 시기였다. 지금 청주의 전체 주택 수는 40만8천171호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28만905호에 이른다. 통합 이후 10년 동안만 6만2천255호 증가했다. 논밭과 단독주택이 익숙했던 도시가 아파트 숲으로 바뀐 셈이다.
36년이 흐른 지금 청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청주시 인구는 89만명에 육박한다. 생활권은 원도심을 넘어 오송, 오창은 물론 율량지구, 방서지구, 동남지구 가경·복대·테크노폴리스까지 넓어졌다. 성안길 하나로 설명되던 도시가 여러 중심축을 가진 다핵 도시로 바뀌었다.
# 청주·청원 통합과 도시 확장
▲ 2026년 5월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일원 전경. / 김미나
가장 큰 변곡점은 2014년 청주·청원 통합이었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었다. 도시 자체를 바꾼 사건이었다. 청주와 청원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도시 외연은 단숨에 넓어졌고 성장 가능성도 커졌다. 분리돼 있던 생활권과 산업 기반이 하나로 묶이면서 청주의 체급 자체가 달라졌다.
2024년에 발표한 청주시정연구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통합 이후 10년 동안 청주는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인구는 2014년 84만1천982명에서 2023년 87만6천127명으로 4.1% 늘었다. 같은 기간 지역내총생산(GRDP)은 25조3천억원에서 36조6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산업단지 면적은 10.2㎢에서 17.4㎢로 71.4% 확대됐다. 전체 주택 수는 34만3천416호에서 40만8천171호로 18.9% 늘었다. 도로 면적은 10.6% 증가했고 의료기관은 19.1%, 병상 수는 37.6% 늘었다. 도시가 단순히 커진 것이 아니라 생활 기반 자체가 확장됐다는 의미다.
# 첨단산업 중심도시의 부상
청주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SK하이닉스를 빼놓을 수 없다.
청주 산업 지형을 바꾼 대표 축이다. 흥덕구 일대 SK하이닉스는 청주 경제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입주 기업이 아니다. 도시 산업 구조와 재정 체질을 바꾼 상징적 존재다.
반도체 호황은 청주시 재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주시는 올해 SK하이닉스로부터 지방소득세 등 약 3천700억원의 지방세가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주시장 후보들의 공약에 SK하이닉스 세수 활용 방안이 등장했을 정도다. 기업 한 곳의 실적이 도시 재정 전략과 선거 의제가 되는 구조는 과거 청주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다.
산업축도 더 넓어졌다.
오송은 바이오산업과 KTX 오송역을 기반으로 충청권 교통·산업 거점으로 떠올랐다.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고, 전국을 잇는 KTX 분기역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청주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오창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한때 청주 외곽 산업단지 이미지가 강했던 오창은 이제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2023년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오창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집적돼 있다. 오창과학산업단지를 포함한 4개 산업단지에는 300개가 넘는 기업이 입주해 있다.
여기에 1조원 규모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까지 더해지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신소재 연구개발의 핵심 국가 연구 인프라로 꼽힌다. 산업 생산기지였던 오창이 첨단 연구개발 거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충청·영남·호남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 구상을 내놓으며 오창의 위상은 한층 커졌다. 충청권이 셀 생산을 맡는 구조 속에서 오창은 사실상 K-배터리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청주는 이제 단순한 지방 산업도시를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중심축으로 올라서고 있다.
# 유통 시장의 재편
도시 성장의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 청주가 원도심을 중심으로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성장축이 분산됐다. 오송, 오창, 테크노폴리스, 율량, 가경 등 각 권역이 독자적인 기능을 갖기 시작했다.
사람도 이동했다.
청주시정연구원 분석을 보면 청주 인구는 단순히 늘어난 것이 아니라 움직였다. 원도심 중심 구조에서 일자리와 주거를 따라 신도심과 외곽 성장축으로 생활권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한 도시 안에서도 삶의 중심이 바뀐 셈이다.
교통 풍경도 달라졌다.
한때 비교적 한산한 지방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청주는 이제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이 일상이 됐다. 우회도로 등 도로 개편에도 생활권 확장에 따라 차량 이동량이 크게 늘었다.
청주국제공항의 위상 변화도 상징적이다.
과거 지역 공항 수준에 머물렀던 청주공항은 이제 중부권 관문 공항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제선 확대와 이용객 증가, 민간전용 활주로 논의까지 이어지며 청주의 광역 접근성을 키우는 핵심 인프라가 됐다.
하지만 성장의 그림자도 있다.
원도심 공동화는 청주의 오래된 숙제다. 사람과 상권이 신도심으로 이동하면서 성안길과 중앙로 일대는 예전 같은 활기를 잃었다. 한때 청주의 대표 상권이었던 원도심은 재생과 쇠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 유통산업의 지각변동
청주의 변화는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소비 지형까지 바뀌고 있다.
청주는 오랫동안 ‘소비가 빠져나가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형 창고형 할인점이 없었고 시민들은 쇼핑과 문화 소비를 위해 대전과 세종, 천안으로 이동했다. 일하고 사는 도시는 됐지만 소비를 끌어들이는 도시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밀레니엄타운 코스트코, 청주테크노폴리스 신세계 복합유통시설, 율량동 스타필드 빌리지 등 대형 유통시설 3곳이 입점을 앞두고 있다. 청주시정연구원은 이들 시설이 모두 들어설 경우 생산유발효과 1조7천552억원, 취업유발효과 9천292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점포 입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청주의 소비 중심축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성안길과 육거리시장, 이후 가경·복대 상권이 소비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테크노폴리스, 밀레니엄타운, 율량동까지 중심축이 확장될 수 있다.
# 청주의 다음 30년
청주의 미래 변화는 올해 치러지는 6·3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청주시장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이범석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후보 모두 청주의 추가 성장을 전제로 한 도시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중부매일·충북CBS 청주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도시 성장 전략은 핵심 쟁점이었다.
이범석 후보는 “민선 8기 동안 100만 자족도시, 첨단산업 중심도시, 꿀잼도시로 가는 기반을 만들었다”며 “민선 8기에서 시작한 변화를 더 빠르게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돔구장을 포함한 대규모 스포츠콤플렉스 조성과 청주공항 활성화, 관광 인프라 확충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장섭 후보는 “청주가 지방 중소도시에 머물지 않고 대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며 “바이오·반도체·IT·이차전지 분야 대기업 5개를 유치해 청주의 경제 규모를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접근은 다르지만 두 후보 모두 청주의 추가 성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은 같다.
충청광역시대라는 더 큰 흐름도 앞에 놓여 있다.
과거 청주가 충북 중심 도시였다면 이제는 대전·세종과 연결된 광역 생활권의 한 축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청주공항과 KTX 오송역을 동시에 가진 도시는 드물다. 산업과 교통, 소비를 함께 연결할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다.
원광희 청주시정연구원장은 “36년 전 청주는 성안길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도시였다. 지금 청주는 반도체와 바이오, 배터리 산업이 성장축을 이루고 교통과 소비, 생활권이 복합적으로 얽힌 도시가 됐다”며 “청주의 변화는 아직 진행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주국제공항과 KTX 오송역이라는 강력한 관문 인프라를 갖춘 만큼 청주는 충청권을 넘어 글로벌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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