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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동 리스크에 공매도 16조 돌파…외국인 하락 베팅 사상 최대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며 하락 베팅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공매도 잔고가 처음으로 16조원을 넘어섰다.

중동 리스크에 공매도 16조 돌파…외국인 하락 베팅 사상 최대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며  하락 베팅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공매도 잔고가 처음으로 16조원을 넘어섰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6조97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잔고가 16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장 불안 심리가 얼마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달 들어서만 공매도 잔고는 8180억원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대비 비중 역시 0.30%에서 0.35%로 상승했다. 절대 규모뿐 아니라 시장 내 영향력도 동시에 커지고 있는 셈이다.

공매도 자금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공매도 잔고가 쌓인 종목은 현대자동차로 1조7550억원에 달했다. 이어 한미반도체가 1조5740억원, 미래에셋증권 8270억원, 포스코퓨처엠 6640억원, 한화시스템 441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 갚는 투자 전략이다. 순보유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주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공매도 급증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까지 전쟁에 가세하면서 중동 정세는 한층 불안정해진 상황이다.

이 같은 악재는 국내 증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한 달 사이 코스피는 약 9.6%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성 확대까지 겹치면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모두 리스크 회피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단순한 ‘붕괴’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대신증권 권순호 연구원은 “3월 시장은 지정학적 갈등과 매크로 둔화,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반영된 구간”이라면서도 “현재 투자 심리는 과거 충격 국면과 유사한 저점권에 근접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추가 하락에만 베팅하기보다 실적 안정성과 향후 반등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매도 증가가 오히려 ‘과도한 공포’의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으로도 읽힌다.

교보증권 김준우 연구원 역시 이번 조정을 ‘거시 변수에 의한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규정했다. 그는 “유가와 환율 상승이 할인율을 자극해 PER 하락을 유도한 것”이라며 “실적 둔화보다는 외부 환경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PER 하락 이후 횡보 구간을 거친 뒤 실적 개선과 내부 수급을 기반으로 재상승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증시는 ‘공포의 정점’과 ‘반등의 초입’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모습이다. 공매도 잔고 16조 돌파는 분명 시장이 하락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지만, 동시에 투자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됐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향후 중동 정세의 전개와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쟁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추가 하락 압력이 불가피하지만, 반대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억눌렸던 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시장은 숫자보다 심리가 더 크게 움직이고 있다. 공매도 16조라는 기록적인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응축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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