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건물이 위치해 있다. 사진=셔터스톡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유가 흐름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이 주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과 중동 리스크가 국내외 증시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뉴욕증시, FOMC 점도표·파월 기자회견 주목
뉴욕증시는 이번 주(16~20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추이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주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GTC 콘퍼런스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뉴욕증시는 미국·이란 전쟁 양상에 따라 방향성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란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15일 오후 6시(현지시간) 열리는 선물 거래시장에서 원유 가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17~18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은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가 불안과 관련한 파월 의장의 물가 전망 발언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16~19일 열리는 엔비디아 GTC 콘퍼런스도 주요 이벤트로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잠재울 만한 발언을 황 CEO가 내놓을지 여부가 관련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 트럼프, 한중일 등 군함 파견 요구…호르무즈 변수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금융시장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지만,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바라건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이 인위적인 제약(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군함)을 보냄으로써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 글의 첫 문장은 여러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이라는 의미지만, 한국 등을 파견 대상국으로 지목한 문장에는 '바라건대'(Hopefully)라는 전제가 달려 있어 아직은 요구 수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기간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에 대(對)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 사이에 미국은 (이란의) 해안을 폭격할 것이며, 이란 선박과 함정들을 바다에서 계속 격침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대이란 공습을 벌이는 동안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이 군함을 보내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해달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작전이 "아주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군함 파견을 요구한 것은 미군의 인명 피해 우려가 큰 호르무즈 호위 작전을 다른 국가들에 맡겨 조기에 시작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명한 5개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4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 차원의 보다 공식적인 요구가 있을 경우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과 중동 분쟁 개입에 따른 리스크 사이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 국내 증시 자금 유입 주춤…ETF 400조 돌파도 지연
중동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 장세 속에서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0조146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날(119조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4일 132조원과 비교하면 약 8% 감소한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자금 성격을 가진다. 코스피 상승과 함께 그동안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 1월 27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고 3월 3일과 4일에는 각각 120조원과 130조원도 넘어섰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 3일과 4일 이후 예탁금은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중동 리스크로 코스피가 하루 10% 안팎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자금 투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7조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조4천억원과 453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자금 유입이 둔화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도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12일 기준 국내 ETF 총 순자산은 377조3천989억원이다.
ETF 순자산은 지난달 27일 387조6420억원까지 늘어나며 사상 첫 4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후 2주째 400조원 돌파가 지연되며 ETF 순자산은 횡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 여파로 뉴욕 증시도 주춤하면서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투자 증가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1~2월 두 달 동안 서학개미는 미 증시에서 89억 달러(13조3천억원)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2주 동안 순매수 규모는 8천540만 달러(1천277억원)에 그쳤다.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증시 자금 유입은 제한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다음 주 경제지표도 관심…고용·수입물가 발표
이번 주에는 고용과 수입물가 등 주요 경제 지표도 발표된다.
국가데이터처는 18일 '2월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올해 1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3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일자리 상황이 개선됐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에는 '2025년 혼인·이혼 통계'가 발표된다. 2024년 혼인 건수는 2만9천건 늘어 1996년 이후 28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혼인 연령과 초혼 부부의 연령 차이, 외국인과의 결혼 건수 등을 통해 결혼 트렌드 변화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20일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3월호를 발간한다.
지난달 그린북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등 지정학적 위험이 국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한국은행은 17일 '2월 수출입물가지수(잠정)' 결과를 발표한다.
1월 수입물가지수는 143.29로 전월보다 0.4% 상승하며 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7개월 연속 상승은 2018년 이후 약 7년 6개월 만이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지만 1차금속제품과 광산품 가격 상승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렸다.
2월에는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한 만큼 수입 물가가 8개월 연속 상승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수입 물가는 수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업권과 중동 사태 관련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업권별 위험 요인과 대응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방안도 논의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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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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