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기술 기업에 외국 자본의 투자를 거부하도록 강요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미·중 기술 패권 갈등에 따른 규제 압박에 따라 글로벌 자본의 이탈과 인프라 매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리차오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외국인 투자가 중국 법률을 준수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한 여전히 환영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 기술 기업에 외국인 투자를 받지 말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외국인 투자는 중국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중국의 국가 안보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중국 규제 당국이 민감한 AI 스타트업들에 정부 승인 없이는 미국 자금 지원을 거부하도록 비공식 지침을 내렸다는 지난달 24일 블룸버그의 보도에 대응하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문샷 AI와 스텝펀, 바이트댄스 등이 구체적인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중국 정부가 메타의 마누스 인수를 철회하라고 명령한 데 이어 등장했는데, 규제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장의 의구심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NDRC는 '시장 접근 제한 목록(Negative List for Market Access)'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외국 기업과의 거래에 대한 국가 안보 심사를 감독하는 핵심 기구다.
하지만 이날 중국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이미 외국인 자본의 철수 행보가 구체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로부터 자산 분리 명령을 받은 마누스의 창립자들은 회사를 되찾아오기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메타가 인수 당시 지급한 20억달러 수준의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10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10억달러는 창립자들이 개인 자금을 투입해 메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가 성사되면 이들은 마누스를 중국 합작 회사로 설립한 뒤 홍콩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프라 분야에서도 해외 자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붐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던 외국 사모펀드들이 정치적·규제적 압력으로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해외 소유가 어려워지자,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6개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프린스턴 디지털 그룹(PDG)은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중국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는 앞서 베인 캐피털과 칼라일 등 글로벌 펀드들이 단행한 투자 철수 행보의 연장선으로, 업계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10년 넘게 중국 디지털 인프라에 직접 투자해 온 흐름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을 내놓았다.
중국 본토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철수한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규제 리스크가 낮고 AI 수요가 급증하는 싱가포르, 인도, 일본 등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수백억달러의 자금을 재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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