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이익을 태워 미래를 산다
알리바바 그룹(Alibaba, 阿里巴巴)이 2026 회계연도 3분기(2025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숫자만 보면 명암이 극명하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 증가한 2,848억 4천만 위안(약 62조원)으로 소폭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74% 급감한 106억 5천만 위안(약 2조 3,000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역시 66% 줄어든 156억 3천만 위안(약 3조 4,000억원),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순이익도 67% 감소한 167억 1천만 위안(약 3조 6,000억원)이었다.
이익이 쪼그라든 가장 큰 이유는 즉시 배송 사업의 전면 확장이다. 알리바바는 음식 배달 플랫폼 어러머(饿了么)를 타오바오 산꼬우(Taobao 闪购)로 브랜드를 개편하며 즉시 배송 시장에 대규모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즉시 배송 매출은 56% 급성장했지만, 분기당 수백억 위안의 손실이 전체 이익을 깎아먹는 구조다. 다만 물류 효율 시스템 최적화와 주문 구조 개선을 통해 건당 수익성(UE)과 객단가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손실 규모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전통 전자상거래 부문의 정체도 뚜렷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그룹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 증가한 1,593억 5천만 위안(약 34조원)이었지만, 핵심 수익원인 고객관리수익(CMR)은 1,026억 위안(약 22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 성장에 그쳤다. 반면 타오바오 유료 멤버십 88VIP 사용자 수는 5,900만 명을 돌파하며 우량 고객 기반은 꾸준히 두터워지고 있다.
이번 실적에서 단연 눈에 띄는 성과는 클라우드 부문이다.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그룹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6% 증가한 432억 8,400만 위안(약 9조 4,000억원)으로 3분기 연속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외부 상업화 수입도 35% 늘었으며, AI 관련 제품 매출은 10분기 연속 세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자회사 핑토우거(平头哥)가 자체 개발한 GPU도 대규모 양산에 성공해 내부 서비스를 넘어 수백 개 외부 기업 고객에게 공급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인프라 공급 안정성을 스스로 확보했다는 의미다. 2월 출시된 차세대 대모델 Qwen 3.5-Plus는 추론·코딩·에이전트 수행 능력에서 세계 최상위권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했다.
AI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용 치엔원(千问, Qwen)은 올해 1월 타오바오·까오더(高德)·알리페이(Alipay, 支付宝) 등 알리바바 생태계와 완전히 통합됐다. 월 활성 사용자(MAU)는 3억 명을 돌파했으며, 이 중 1억 4천만 명이 치엔원을 통해 AI 쇼핑을 처음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16일에는 ‘토큰 생산→수송→응용’이라는 3단계 체계로 전사적 AI 역량을 통합하는 알리바바 토큰 허브(Alibaba Token Hub, ATH) 사업군을 출범시켰다. 3월 17일에는 기업용 AI 네이티브 작업 플랫폼 우콩(悟空)을 출시했다. 비즈니스 메신저 딩딩(钉钉)에 내장돼 2,000만 개 이상의 기업 조직에 제공되며, 대화가 곧 실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기업 내부 업무 시스템을 AI 에이전트가 직접 처리한다.
인터내셔널 디지털 커머스 그룹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 증가한 392억 위안(약 8조 5,000억원)으로 물류 최적화와 투자 효율 개선 덕분에 손실이 크게 줄었다. 알리익스프레스 Choice 사업의 단위 경제성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한국에서 신세계그룹과의 합작 협력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차이냐오(菜鸟)·허마(盒马)·알리헬스(AliHealth, 阿里健康)·요쿠(优酷) 등 기타 사업 부문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5% 감소한 673억 4천만 위안(약 14조원)이었다.
알리바바는 지금 체질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수익성 높은 전자상거래로 번 돈을 AI 인프라와 즉시 배송이라는 두 곳에 쏟아붓고 있다. 클라우드와 AI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전체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알리바바가 제시한 목표는 향후 5년 내 AI 관련 매출 1,000억 달러(약 150조원) 규모다.
텐센트, 게임으로 벌고 AI에 쏟는다
텐센트(Tencent, 腾讯)가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앞선 세 분기의 높은 성장세를 4분기에도 유지하며, 연간 매출 7,517억 7천만 위안(약 164조원), 주주 귀속 순이익 2,596억 4천만 위안(약 56조원)이라는 견조한 성적을 냈다.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한 1,943억 7천만 위안(약 42조원)이었다.
게임을 포함한 부가가치서비스(VAS)의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한 899억 위안(약 19조원), 연간 매출은 16% 증가한 3,693억 위안(약 80조원)이었다. 게임 부문이 핵심이다. 4분기 게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5% 증가한 593억 위안(약 12조원)이었으며, 연간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2,000억 위안 벽을 넘어선 2,416억 위안을 기록했다. CEO 마화텅(马化腾)은 컨퍼런스 콜에서 <델타포스: 액션>, <왕자영요(王者荣耀)>, <화평정영(和平精英)>을 핵심 장수 게임으로 꼽았다. 특히 <델타포스: 액션>은 2025년 12월 모바일 월 활성 사용자가 1,500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동기대비 225% 급증했다. 해외에서는 슈퍼셀과 <PUBG MOBILE>이 성장을 주도해, 해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2% 증가한 211억 위안(약 4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동영상 플랫폼 스핀하오(视频号) 기반의 마케팅 서비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7.5% 증가한 411억 위안(약 8조 9,000억원)으로, AI 기반 타겟팅 고도화가 60%에 육박하는 높은 수익률로 이어지고 있다. 핀테크·기업서비스 부문의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 증가한 608억 위안(약 13조원)으로, 텐센트 클라우드가 기업들의 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마화텅의 자기 인정이었다. 그는 경쟁사들의 생성형 AI 약진을 목격한 후 “AI 속도가 늦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GPU 부족이 없다고 강조해온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4분기 자본 지출은 224억 위안(약 4조 8,000억원)으로 대부분 AI 인프라 확충에 투입됐으며, 2026년에도 GPU 구매와 인재 영입을 위한 지출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모델 훈위엔(混元)을 위챗, QQ 등 모든 서비스에 깊숙이 이식해 개인용 AI 비서와 기업용 솔루션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의 텐센트가 효율과 안정에 집중했다면, 2026년의 텐센트는 AI에 올인한다. 마화텅이 직접 “속도가 늦었다”고 인정한 만큼, 올해는 위챗이라는 거대한 토양 위에 AI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샤오미, 가성비 AI 모델로 에이전트 시장 장악 나서다
샤오미(小米)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미모-V2(MiMo-V2) 시리즈 3종을 전격 공개했다. 플래그십 텍스트 추론 모델 미모-V2-프로(MiMo-V2-Pro), 멀티모달 에이전트 모델 미모-V2-옴니(MiMo-V2-Omni), 음성 합성 모델 미모-V2-TTS(MiMo-V2-TTS)로 구성된다. 발표 당일 프로와 옴니 모델은 API 서비스를 정식 개방했다. 샤오미 회장 레이쥔(雷军)은 “올해 AI 연구개발 및 투자 규모가 160억 위안(약 3조 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발표 전 과정이다. 글로벌 API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에서 딥시크(DeepSeek) 신모델로 추측되며 화제를 모았던 익명 모델 ‘헌터 알파(Hunter Alpha)’와 ‘힐러 알파(Healer Alpha)’의 정체가 이번 미모-V2 시리즈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 모델은 별도의 홍보 없이도 호출량이 이례적인 속도로 급증했으며, 헌터 알파는 수일간 일간 랭킹 1위에 올라 누적 호출량 1조(1T) 토큰을 돌파했다.
세 모델은 각각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다. 미모-V2-프로는 추론·계획 수립·외부 도구 호출에 특화된 에이전트 작업용 모델이다. 총 파라미터 규모는 1조 개(1T)이며 실제 활성 파라미터는 420억(42B)이다. 개선된 하이브리드 어텐션(Hybrid Attention) 구조로 추론 효율을 유지하면서 모델 용량을 크게 끌어올렸으며, 컨텍스트 윈도우는 최대 100만(1M) 토큰까지 지원한다. 글로벌 AI 모델 평가 사이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 기준으로 세계 8위, 중국 내 2위 수준이다. 샤오미 내부 테스트에서는 코딩 에이전트, 범용 에이전트, 도구 활용 능력 면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 소넷 4.6(Claude Sonnet 4.6)과 유사한 성능군으로 평가됐으며, 코드 엔지니어링 능력은 클로드 오푸스 4.6(Claude Opus 4.6)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전략도 공격적이다. 256K 컨텍스트 기준 입력 100만 토큰당 1달러, 출력 3달러로 책정해 경쟁사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개발자 생태계를 빠르게 흡수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미모-V2-옴니는 샤오미의 첫 멀티모달 에이전트 모델로, 텍스트·이미지·오디오를 구조적으로 통합 처리한다.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오디오를 연속 분석하며 환경음 분류부터 다중 화자 분리까지 지원하는 음성 이해 능력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미지 분석에서는 복잡한 시각 추론과 그래프 분석 능력이 클로드 오푸스 4.6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오픈클로(OpenClaw) 프레임워크와 결합하면 소셜 미디어 리뷰 분석부터 전자상거래 최저가 비교, 상담원 협상 및 결제 완료까지 이어지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킹소프트 오피스(Kingsoft Office, 金山办公)와의 협력을 통해 WPS 링시(WPS 灵犀) 시스템에도 적용되어 Word·Excel·PDF·PPT 문서 생성을 지원한다. 미모-V2-TTS는 1억 시간 이상의 음성 데이터를 학습한 음성 합성 모델이다. 샤오미 자체 개발 오디오 토크나이저와 다중 코드북 음성 모델링 구조를 기반으로, 하품·취기·노래 같은 세밀한 감정 표현은 물론 광둥어·대만 억양 등 방언 지원과 캐릭터 연기까지 소화한다.
이번 시리즈는 샤오미가 그동안 추진해온 ‘사람–차–집 전 생태계’ 전략의 빈 고리를 채우는 핵심 AI 인프라로 평가된다. 자체 운영체제 펑파이 OS(澎湃OS)로 스마트폰·전기차 SU7 시리즈·스마트홈 기기를 잇는 물리적 인프라는 갖춰져 있었지만,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자 의도를 이해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AI 중심 시스템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미모-V2-프로가 추론과 계획을 담당하고, 미모-V2-옴니가 멀티모달 인식과 실행을, 미모-V2-TTS가 음성 인터페이스를 맡는 구조로 전체 AI 스택이 갖춰진 셈이다. 이미 스마트폰용 AI 에이전트 미클로(miclaw)는 미모 모델을 기반으로 시스템 수준 실행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며, WPS 링시와 샤오미 브라우저 등 주요 서비스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기술 발표와 함께 샤오미는 오픈클로·오픈코드(OpenCode) 등 주요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팀과 협력해 일주일간 API를 무료 개방하며 생태계 선점에 나섰다. ‘가성비’로 시장을 뒤흔들어온 샤오미가 AI 에이전트 영역에서도 같은 공식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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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혜
플래텀 중국 연구소장 / 편견 없는 시각으로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현지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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