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미국 메타의 중국계 인공지능 스타트업 마누스(Manus)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이유는 중국의 AI 기술 유출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
28일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메타의 마누스 인수를 불허하고 이미 진행된 거래를 원상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초 메타는 마누스를 약 2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이미 일부 소프트웨어 통합 기술을 진행 중이었으나, 중국 당국의 막판 개입으로 거래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심지어 중국 당국은 이달 초 마누스의 중국계 공동창업자 샤오훙과 지이차오를 베이징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AI
중국, 국가안보법과 수출통제법으로 매각 막아
인수를 차단한 핵심 법적 근거는 2020년 도입된 외국인 투자 안전심사 제도와 2024년 말 시행된 이중 용도 품목 수출통제법이다. 이 조항들에 따르면, 인공지능 핵심 알고리즘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수출 제한 기술로 분류되어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해외로 반출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은 마누스가 지난해 6월 중국을 떠나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한 행위를 중국 내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간주했다. 비록 해외에 설립된 법인이라도 창업자가 중국인이며 핵심 기술이 중국 내에서 개발되었다면, 국가안보법과 수출통제법의 역외 관할권을 행사해 외국인직접투자 규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법률적 개입 사례로는 과거 홍콩 CK허치슨이 파나마 등 글로벌 항만 43곳을 미국 사모펀드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하려 했을 때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개입해 인수 주체에 자국 기업을 강제로 포함시킨 사례가 있다.
"하드웨어 넘어 소프트웨어로" 베이징의 AI 인재·기술 유출 차단 작전
마누스는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까지 하는 차세대 기술인 에이전틱 AI 분야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이다. 예를 들어 기존 AI가 "여행 계획을 세워줘"라는 명령에 텍스트 답변만 했다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실제로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호텔을 예약하는 등 실질적인 '실행'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다.
중국은 그간 미국으로부터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당하며 하드웨어 측면에서 고전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통해 자국이 강점을 가진 AI 소프트웨어와 인재가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흡수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메타 측에 인수 대금 반환, 마누스의 지분 소유권 재등록, 메타 내 마누스 알고리즘 사용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미중 기술 냉전이 하드웨어 벽을 쌓는 단계를 넘어,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M&A 통제'라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인수 무산에 따른 위약금 지불 조건 역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거래가 파기될 경우 원인을 제공한 쪽이 전체 금액의 일정 비율을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거래 취소는 메타나 마누스의 자발적인 변심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원상복구 명령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제도적 개입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위약금 지급 조항이 가동되기보다는 이미 지급된 투자금의 강제 반환과 마누스 지분 소유권의 원상 복귀 그리고 메타 내부로 이미 이관된 알고리즘의 즉각적인 폐기 절차가 향후 양사 간의 재무적 쟁점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에이전트 경쟁 뒤처질까" 뼈아픈 메타의 인수 실패
메타 입장에서 이번 인수 무산은 뼈아픈 실책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인 라마(Llama) 시리즈로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는 라마와는 다른 별도의 기술 스택과 인재가 필요한 영역이다. 메타는 마누스 인수를 통해 기술 공백을 메우고 자체 서비스에 즉시 통합하려던 계획을 보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경쟁사인 오픈AI는 이미 자체 에이전트 기능을 GPT 시리즈에 내장하기 시작했고, 구글 역시 '제미나이(Gemini)'를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메타만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유력한 카드 중 하나가 날아갈 위기에 처한 셈이다. 메타 측은 외신에 "이번 거래는 관련 법규를 모두 준수했다"며 "중국 당국의 조사에 적절한 해결책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거래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기술 주권 통제 조치…글로벌 기업의 국경없는 인수합병 전략과 충돌
이번 인수 무산 사태는 기술 주권을 지키려는 국가 권력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거대 자본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차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적을 세탁해 해외로 나간 기업에게까지 역외 관할권을 들이밀어 이미 성사된 거래를 강제로 취소시킨 조치는 사실상 모든 중국계 기술 기업의 자본 회수 경로를 국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자본주의에서의 자유시장 논리보다 국가 안보 프레임이 우선으로 작동하는 현 상황은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에 예측하기 어려운 법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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