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스타트업 단순 육성 넘어 계열사 협업과 직접 투자, 글로벌 사업 연계
신한·하나·우리도 가세…AIㆍ디지털자산 시대 선제적 대처 역량 강화
AIㆍ디지털자산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혁명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혁신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내부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조직(대학, 연구소, 스타트업, 고객 등)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내부에 국한되는 '폐쇄형 혁신'과 대비되는 전략이다.
예대마진 등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춘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의 성격상 내부의 자체적 혁신을 도모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이에 혁신과 창의를 생명으로 하는 스타트업과 금융지주의 증권, 보험 등 전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AI, 디지털자산의 등장으로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요체다.
유망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이재명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생산적 금융에 대한 마중물을 붓는 동시에 금융지주 내부의 혁신도 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은 KB금융지주다. KB금융그룹은 올해 'KB스타터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스타트업 45개사를 선정했다. 국내 기업 30개사와 글로벌 기업 15개사로 구성됐으며, 글로벌 스타트업 비중을 확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KB스타터스는 KB금융이 2015년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누적 438개 기업이 선발됐으며, 투자 규모는 총 3089억원에 달한다. 단순 육성을 넘어 금융지주 계열사 협업과 직접 투자, 글로벌 사업 연계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해왔다.
올해 선발 기업에는 KB금융 계열사와의 협업 기회는 물론 세무·회계·법률·특허 컨설팅, 투자 유치 지원, 글로벌 액셀러레이터(AC) 프로그램, 전용 업무 공간 제공 등이 지원된다. 특히 서울 강남과 전북에 이어 싱가포르 거점까지 운영하며 해외 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이번 전략을 단순 스타트업 지원이 아닌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과 인공지능(AI), 데이터, 핀테크, 기후테크 등 신산업 분야의 혁신 기업을 조기에 확보해 금융지주 자체의 미래 사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단순 지원 프로그램 수준을 넘어 투자와 사업 협업, 글로벌 진출까지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전략이 확산되면서 은행권이 사실상 벤처캐피탈(VC) 역할까지 수행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최근 금융지주들은 스타트업 육성을 단순 사회공헌이나 이미지 제고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 확보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망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뿐 아니라 계열사 서비스와의 협업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이 스타트업에 공간을 제공하거나 멘토링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직접 투자하고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금융지주들이 사실상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스타트업 생태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퓨처스랩'을 통해 AI·헬스케어·디지털 플랫폼 분야 기업 발굴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과 일본 등 해외 거점과 연계한 글로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원큐 애자일랩'을 중심으로 디지털·핀테크 스타트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실무 부서와 스타트업 간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실제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디노랩(DINNOlab)'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AI·디지털자산 분야 기업들과의 협업 범위를 확대하며 디지털 신사업 확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스타트업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기존 은행 수익 구조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기준금리 하락 가능성과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전통적인 이자이익 성장 여력이 둔화되면서 비이자 수익 확대와 신사업 발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AI와 디지털자산, 글로벌 송금, 데이터 사업 등 금융산업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외부 기술 기업과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향후 금융지주 간 스타트업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투자 경쟁을 넘어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 연계 역량, 실제 계열사 도입 사례 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협업 시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굿모닝경제 최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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