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실크 명산지’ 진주 나들이
고슬고슬 잘 익은 ‘돌솥밥’ 한 그릇
제철반찬·숭늉 곁들이면 밥심 절로
문우들과 정담 나누며 ‘시심’ 한 잔
문산은 진주시의 유일한 읍이다. 영천강변의 기름진 옥토가 있고, 단감, 배, 시설채소의 주산지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생산물은 진주실크다. 문산읍에 개관한 진주실크박물관은 국내 실크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해온 실크산업의 역사와 기술, 문화적 가치를 집대성한 복합문화시설이다. 비단 장사도 꼭 보고 가야 한다는 상설전시실에는 누에고치부터 비단으로 탄생하는 전 과정을 다양한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다. 산청·함양·하동은 옛날부터 양잠이 발달해 질 좋은 누에고치를 생산해, 색상이 곱고 화려하며 부드러운 촉감으로 명실상부한 진주비단을 탄생시켰다. 진주비단은 변색 없기로도 유명해 세계 5대 실크 명산지라는 타이틀과 ‘진주뉴똥’이라는 고유상표로 생산된 이력서이자 훈장이다. 실크 넥타이는 진주에서 100% 생산되고 있다. 오랜 시간과 공간을 지나온 실크의 여정은 진주의 뿌리 산업으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감싸는 문화가 되고 일상이 됐다. 연둣빛으로 은행잎이 손 내밀고, 벚꽃잎은 흩날리는 순간까지도 아름답고, 붙잡을 수 없어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은 봄날, 김성진 시인과 망경동 실크 공장이 많았던 유년 시절을 추억하며 문산 나들이를 했다.
수육, 겉절이김치, 나물과 생선구이로 차려진 문산돌솥밥 상차림./옥영숙 시인/
◇진주문인협회장 김성진 작가와 함께하는 봄나들이= 김성진 작가는 진주 토박이로,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지만 경희대학교 사이버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2015년 ‘에세이문학’에서 수필로, 2016년 ‘시와사상’에서 시로 등단했다. 이미 등단 이전에 등대문학상, 근로자문학제, 이병주디카시공모전 등에서 수상했다. 등단 이력에 비해 문단 안팎에서 인정받은 역량으로 진주문인협회장과 경남문인협회 부회장을 맡아 문학 활동에 헌신하고 있다. 진주문단을 지키는 역할에서 개인의 창작활동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이끄는 책임감으로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실천적인 문학정신으로 ‘시와비평’ 편집장을 맡아 디자인과 교정 분야에서 전문가로 자리매김한다.
시집으로 ‘억울한 봄’과 ‘에스프레소’를 발간했으며, 수필집으로 ‘그는 이매탈을 닮았다’, ‘먼지가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진주와 그 주변을 정서의 뿌리로 삼아 남강의 물결, 골목의 바람, 시장의 소음까지 인간의 내면과 맞물려 사는 일 자체가 곧 문학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삶의 현장성과 존재의식에 따뜻한 응시, 공감의 온도를 지녔다. 그는 자신의 시 ‘시의서랍’에서 ‘시인의 서랍은/이미 다 정리가 되어있는 보물창고인 줄 알았어/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말에도 시가 있는 것을 보면/시인의 서랍은 시로 만든 공간이라 생각했지/내가 지금 몽상이라 생각하는 것도/시인은 희망이라 말할지도 몰라/우주의 끄트머리에 무엇이 있는지’라며 무한한 시의 공간을 조심스럽게 말한다.
서투른 꽃샘추위가 꽃길을 막아도 꽃피울 차례가 되니 저절로 꽃이 핀다. 매 순간 처음이듯 꽃이 피고 기다린 보람과 기쁨으로 복사꽃 배꽃이 환한 봄날이다.
문산 카페 더포엠 내부.
◇창고형 컨테이너 북카페 더포엠= 봄 산은 각기 다른 생명의 빛으로 새순들이 봉긋한 봄 단풍을 만들고 있다.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이다. 진주 진양호 부근에 사는 김성진 작가와 창원에서 중간지점 더포엠(the poem)에서 차와 밥 약속을 했다.
더포엠은 진주시 문산읍 문산로 951에 있다. 카페 입구에는 한국디카시연구소 명패가 붙어있다. 강원도 영월 출생이지만 거제에서 직장생활을 마치고 문산읍에 카페를 개원한 황재원 대표가 운영한다. 2024년 구미디카시공모전 대상과 2025년 ‘한국디카시’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호찌민디카시국제협력단 단장과 한국디카시창작지도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6년 ‘시와 반시’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인이 운영하는 베이커리를 겸한 북카페는 책이 분위기와 인테리어 역할을 한몫한다. 커피는 물론 다양한 식음료를 판매한다. 카페를 운영해 보니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있다는 황재원 대표다. 대기업에서 30여 년간 직장생활은 꿀 빠는 직장으로 개꿀이었다는 애교를 보여준다. 장기근속 직장생활은 회사 내부의 정보력이나 직무 전문성으로 업무처리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는 영업과 기획, 마케팅, 구매, 재고 관리, 광고 홍보, 메뉴 개발, 제빵제과, 음향, 막노동으로 엄청나다는 엄살이다. 멀티울트라 판타스틱한 직업이라는 유쾌한 긍정의 아이콘이다. 책임과 관리의 부담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하는 영락없이 시인의 모습이다.
‘더포엠’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디저트.
창밖은 산벚꽃과 연둣빛 새순을 내미는 과수원이 아름다운 배경이다. 보름 전만 해도 몰려드는 매화 향기에 어쩔 줄 몰랐는데 벚꽃이 꽃비로 흩날리고 하얀 배꽃이 만발할 즈음 다시 찾은 더포엠이다.
창고형 카페 더포엠은 컨테이너 5개로 만들어졌다. 해외 물류 이송에 사용됐던 수출용 컨테이너가 배송을 마치고 나면 회수 비용 부담으로 이렇게 건축물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외관상으로 창고처럼 투박해 보여도 개성 있고 감각적인 카페는 책 읽기가 적합한 장소로 조용히 쉬어가는 문화공간이다. 특히 비 오는 날은 진한 커피향과 더불어 실로폰 소리처럼 들리는, 빈티지한 함석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매력적이다.
진주 문인들이 즐겨 찾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정성을 담은 차 한 잔, 깊고 풍부한 스페셜 커피가 온몸에 적셔 든다. 날씨에 맞춘 센스 있는 주인의 안목으로 음악도 가히 일품이다. 자신 있는 드립커피는 블루마운틴, 예가체프, 수프리모, 만델리어 등 기호에 맞는 원두로 핸드드립 마스터인 시인이 직접 내려준다.
따뜻한 음악이 있고 기분 전환에 탁월한 커피타임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이제 커피는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기호식품으로 개인의 취향이나 습관에 따라 즐기는 시간도 다양하다.
추천 음료로 산청벌꿀을 가미한 토마토꿀스무디는 여름철 건강 음료로 인기 만점으로 환상적이다. 후식으로 호박차를 내어왔다. 호박차는 많은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2차 서비스 음료다. 본식보다 후식을 더 좋아하는 고객이 있는 호박차다. 잘 익은 늙은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잘 말려서 뻥튀기 기계에서 완전한 덖음으로 만들어 빛과 차 맛이 뛰어나다.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차 시간은 오감 만족의 힐링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기호와 문자기호가 실시간 소통하는 디카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문덕수문학관장 이상옥 교수도 즐겨 찾는 더포엠에는 지정석이 있다. 문인들과 정담을 나누는 이곳은 아이디어 뱅크라며 일상처럼 자주 찾는다고 한다.
문산돌솥밥 전경
◇시인을 특별 대우하는 문산돌솥밥= 돌솥밥은 소량으로 밥을 짓고 곱돌 특성상 온도가 유지되므로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밥을 퍼낸 솥은 눌은밥과 물을 부으면 숭늉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돌솥밥은 1~2인용의 작은 곱돌솥에 곡류를 넣어 지은 밥으로, 맛과 영양 면에서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뚜껑이 무거워야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고 솥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 맛있는 밥이 된다.
돌솥밥
한류가 세계적인 콘텐츠로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백색가전 중에서 국산 전기밥솥도 부동의 인기를 구가했다. 국산 전기밥솥은 기본 취사 기능 외에도 보온, 다양한 밥, 죽, 다양한 기능으로 실제 돌솥이나 가마솥에서 짓는 밥의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어 밥맛이 좋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산 전기밥솥은 필수 구매품으로 선물 1순위였다. 중국인 관광객 주변 호텔에는 대형 매장까지 있었고 중국어 음성 지원하는 전기밥솥도 출시했다.
문산돌솥밥은 간판부터 옛것의 느낌이 있다. 진주시 문산읍 동부로 583-3. 골목 안에 위치해서 눈에 띄지 않아도 아름아름 찾아오는 식당이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는 실내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가볍게 그러나 든든한 한 끼를 위한 한정식당이다.
문산돌솥밥집은 주로 한정식으로 낙지볶음, 석쇠구이, 소불고기 등의 메뉴도 있다.
식당 주인은 문학인에 대한 평가와 찬사로, 시인이란 이유로 이상옥 교수가 혼자 방문해도 1인 한정식을 기분 좋게 차려주는 식당이다. 시인이라고 특별 대접해주는 곳이라 한결 기분 좋은 밥집에서 오늘은 김성진 시인, 박우담 시인, 이상옥 교수와 함께한 점심이다.
일반적으로 돌솥밥 한정식이 메인이다. 돌솥밥이니만큼 예약을 하고 가면 기다리는 시간이 절약된다. 주문이 들어가면 밑반찬이 차려진다. 제일 먼저 수육이랑 김치와 부추파전이 나왔다. 야들야들하고 촉촉한 전과 노란 계란찜이 봉긋하게 시선과 맛을 사로잡는다. 신선한 제철 나물과 구수한 된장찌개, 갓 구운 생선구이로 구성된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한다. 한 상 가득 푸짐하다. 돌솥밥이 나왔다. 사진부터 찍고 먹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우스갯말도 한다. 가짓수는 많지만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숨은 밥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계절에 맞게 머위나물, 취나물, 방풍나물, 미나리 등 나물 종류가 많아 큰 그릇을 부탁해서 된장 넣고 쓱쓱 비벼 먹어도 좋겠다. 손맛으로 그날그날 재료를 준비하고 반찬을 만든다. 비교적 반찬은 간이 센 편이다. 고슬고슬 잘 익은 따뜻한 밥.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솥밥을 떠내고 숭늉을 만들기 위해 물을 붓는다.
뜨끈하고 고소한 숭늉이 입안을 정리하듯 마무리를 잘해주었다. 식사 전에 몰래 계산한 박우담 시인, 정과 밥값은 공경과 배려의 자리다. 선배와 후배에게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따뜻하게 하는 배려와 진심이 느껴지는 신뢰이자 감동이었다. 디지털 시대에도 문학과 문우라는 이유로 여전히 유효한, 꽃피우는 만남의 공간 더포엠과 돌솥밥의 밥심은 꽃보다 아름다웠다.
누에는 자신의 몸을 녹여 딱딱한 고치가 되고 실을 뽑아 비단이 된다. 연약한 벌레가 섬유를 만들고 거친 노동이 부드러운 촉감을 빚는다. 사람살이의 관계도 나를 바꾸고 상대를 이해하며 관계를 지키는 노력과 정성이 따르듯이 김성진 수필에서 발견하는 한 대목이다. “좋은 만남은 두고두고 아름다움과 그리움으로 남는다. 존중이란 상대에 대한 인정이면서 자신에 대한 인정도 포함한다. 자신을 존중해야 남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AI가 시를 쓰는 시대, 작가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써야 할까. 시인의 존재와 시의 효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지만 존중과 예의가 있고 배려하는 만남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문우들이 있어 아름다운 봄날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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