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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담대 총량 줄고 금리 오르고...기업대출로 눈돌리는 은행권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우대금리를 제시하며 '우량 차주'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단순 대출을 넘어 기업의 인수합병(M&A) 자문, 기업공개(IPO) 지원...

주담대 총량 줄고 금리 오르고...기업대출로 눈돌리는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기존 대비 0.2%p 내린 1.5%

시장금리 상승에 시중은행 주담대 4.42~7.02%대 형성

가계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이 어려워 지면서 시중은행들은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려 생존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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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향한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와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맞물리며, 은행권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이 어려워 지면서 시중은행들은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려 생존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대출 영업의 무게중심이 가계에서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 ‘1.5%’라는 무거운 압박

6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올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7%에서 0.2%p 하향 조정한 1.5%로 최종 확정했다. 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관리를 더욱 강화한다는 의미다. 수치상으로는 미세한 조정처럼 보이지만, 이미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총량을 고려할 때 0.2%p의 하향은 은행권에 수조 원대의 대출 공급 중단을 의미하는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조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국지적 과열 양상과 맞물려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다. 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과 함께 양적 팽창을 원천적으로 억제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신규 대출 심사 문턱을 대폭 높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대출 공급을 줄이는 조치에 착수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은행 수익의 감소를 넘어, 실질적으로 주택 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을 통제하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대출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의 가격인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기조 유지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자금 조달 원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대출 금리 밀어올리기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4.42%에서 최고 7.02% 수준에 형성되어 있다. 금리 상단이 7%대를 돌파한 것은 대출 차주들에게 심리적·경제적으로 거대한 벽이 되고 있다.

불과 1~2년 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실행했던 이른바 ‘영끌족’들은 가처분 소득의 절반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들의 경우, 매달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실질적인 가계 소비마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금리 하락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대출의 역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가계 접고 기업으로…은행권의 생존 게임

가계대출 시장이 규제와 고금리의 이중고에 갇혀 성장 동력을 상실하자, 은행들은 기업금융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사정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자산 규모를 유지하고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유망 스타트업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 간의 ‘금리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초부터 기업금융 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현장 밀착형 영업 인력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우대금리를 제시하며 ‘우량 차주’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단순 대출을 넘어 기업의 인수합병(M&A) 자문, 기업공개(IPO) 지원, ESG 경영 컨설팅 등 비이자 수익 모델을 결합한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과거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생애 주기 전반에 관여하는 파트너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은행들의 이러한 ‘기업대출 쏠림’ 현상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가계대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대출 심사가 느슨해지거나 역마진을 감수하는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의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금리를 낮추면서 대출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금리 변동성이나 경기 하강 국면에서 거대한 부실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업대출마저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위험이 있다.

가계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기업대출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향후 경기 변동성에 대비해 기업의 미래 성장성과 현금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는 정교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시장에서 나온다.

가계에서 기업으로 대출 영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이번 대전환의 성패는 단순히 대출 규모를 얼마나 늘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우량한 기업을 선별해 내고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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