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오는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최근 몇 년간 주가 하락과 무배당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번 주총에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제시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장이 2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 참석해 있다. / 뉴스1
이부진 사내이사 선임 안건 올라… 주가 하락세에 평가 '싸늘'
호텔신라는 이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부진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이 사장은 향후 3년간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며 6번째 연임을 이어가게 된다. 이와 함께 김현웅 사외이사 재선임,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이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에 취임한 이후 2011년부터 현재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왔다. 올해 주총에서는 이 사장의 장기 재임에 대한 평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조6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 증가했고, 영업이익 135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외형은 소폭 확대됐지만 순손실은 1728억원을 기록해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2025년 4분기에는 핵심 사업인 면세(TR·Travel Retail) 부문 부진이 이어지면서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5만8000원~6만원대로 하향 조정했다.
주가 역시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호텔신라 주가는 2021년 6월 10만3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약세가 지속되며 2025년 12월 한때 3만5900원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4만365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2023년 말까지 7만~10만원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면세 산업 구조 변화가 꼽힌다. 코로나 이전 국내 면세 시장은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 중심의 대량 구매 구조였다. 이들은 대규모 물량을 사들이며 면세점 매출 확대의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중국 정부의 하이난 면세 정책 확대와 송객 수수료 축소 등의 영향으로 따이공 의존도가 낮아졌고, 면세점 고객 구조도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면세점 중심이던 쇼핑 패턴이 이른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분산되면서 면세점 방문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에 호텔신라는 면세 사업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구조 조정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다.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 DF1 구역 영업을 오는 3월 17일까지 종료하기로 했다.
공항 면세점은 매출 규모는 크지만 높은 임대료 부담과 여객 수요 변동에 따른 리스크로 수익성 부담이 큰 사업으로 평가돼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철수 과정에서 약 1900억원 규모의 위약금이 발생하지만 이후 고정비 부담이 줄어 손익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신라는 2025년 11월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종료를 결정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면세 기업 ‘쓰리식스티(3Sixty)’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면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최근 중국 시안에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신라모노그램’을 개장하며 중국 호텔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 역시 위탁 운영 방식을 활용해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면세 산업 성장세가 과거보다 둔화된 만큼 호텔신라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제시될 향후 경영 전략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무배당·자사주 소각 '아직'… 밸류업 대안 내놓을지 관심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3차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삼성전자와 SK, LG 등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호텔신라는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호텔신라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음에도 이번 주총에서 배당 안건을 별도로 상정하지 않았다. 올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주 구조 역시 이번 주총의 변수로 꼽힌다. 호텔신라는 대주주 지분이 높지 않아 소액주주 표심의 영향력이 큰 편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삼성생명(7.3%)이며 삼성전자(5.1%), 삼성증권(3.1%), 삼성카드(1.3%)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약 16.9% 수준이다. 반면 소액주주 비율은 2025년 말 기준 73.4%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주가 부진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만큼 이번 주총에서 주주 달래기 성격의 밸류업 전략이 제시될지 주목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현재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다”며 “배당 확대 등의 정책과 관련해서는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사업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는 시점에 배당 실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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