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전장 3각 편대 구축··· 장치 산업서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
한솔테크닉스·PNS 앞세워 체질 개선··· “삼성·SK 넘어 핵심 축 노린다”
소재·부품·제조 AI로 생태계 확장··· 한솔제지 현금 창출력 의존 구조 ‘여전
한솔그룹이 국내 제지 부문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룹의 핵심 성장축을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등으로 재편하며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솔그룹이 국내 제지 부문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룹의 핵심 성장축을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등으로 재편하며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제지, 장치업 중심 포트폴리오를 AI, 반도체 공정 소재, 전장부품 등으로 다각화하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다만 제지 산업의 경기 민감성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그룹 전체 재무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솔은 테크 전환과 재무 안정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전장 시장 ‘슈퍼 사이클’에 오른 한솔테크닉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세 공정 고도화를 위한 장비·소재·부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전장 시장은 전기차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두 시장 모두 공정 최적화와 시스템 성능을 높이는 고부가가치 부품·소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구간이다.
한솔테크닉스가 그룹 내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회사 한솔아이원스는 반도체 식각 공정용 쿼츠, 세라믹 소재를 정밀 가공한다. 세정, 코팅, 리유즈 등 전 공정을 갖추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고객사와 글로벌 장비사 공급망에 진입했다. 아직은 전략적 파트너 단계보다는 핵심 부품 공급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국산화 수요가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장 부문에서는 무선충전 모듈, 발광다이오드(LED) 소재, 차량용 전자, 에너지 솔루션 비중을 늘리고 있다. 고성능 LED 조명과 차량용 무선충전 기술을 자율주행 센서와 연계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기에는 이르다. 현재는 티어(Tier)1~2급 공급망 내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단계다. TV용 보드 등 가전 부품 중심이던 사업 구조는 소재·부품·전자 솔루션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다만 전장, 반도체 매출이 제지 부문을 완전히 뛰어넘은 수준은 아니다.
한솔PNS, 버티컬 AI 기반 제조 현장 혁신 본격화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이 산업 현장의 생산성 혁신으로 확산되며 산업용 AI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솔PNS는 이 흐름에 맞춰 제조 현장에 특화된 버티컬 AI 솔루션을 내놨다.
한솔PNS는 최근 제조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안정성과 품질을 제어하는 AI 플랫폼 임팩토 AI 아틀라스(iMPACTO AI Atlas)를 공식 출시했다. 제조 데이터를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처리하는 프라이빗 AI 모델로, 보안을 중시하는 제조 기업을 겨냥한다.
임팩토 AI 아틀라스는 공정 내 미세 진동과 온도 변화를 감지해 불량과 설비 고장을 예측하고 공정 효율을 높이는 기능을 갖췄다. 클라우드 외부 연결 없이 내부 서버에서 운영돼 데이터 유출 우려를 줄였다.
현재는 그룹 내부와 일부 국내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적용을 확대하는 단계다. 단순 SI를 넘어 데이터 과학과 제조 공학을 결합한 AI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캐시카우 제지 부진 속 신사업 투자 딜레마
금융권과 업계 전문가들은 한솔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제지 중심의 재무 구조를 지적한다. AI, 반도체, 전장 등 신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는 여전히 한솔제지의 현금 창출력에 의존하는 구조다. 제지 산업의 경기 민감성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 물류비 상승 등은 한솔제지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사업 투자 재원과 속도를 제약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솔테크닉스와 한솔아이원스가 수익을 내고 있으나 사업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몇몇 대형 고객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주 물량이 줄면 실적이 바로 악화되는 구조다.
최근 반도체와 전장 산업은 기술 변화가 빠르고 연구개발(R&D) 투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솔그룹처럼 재무 여력이 제한된 중견 기업 입장에서는 이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솔이 테크 파트너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고급 하청업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솔제지가 추진 중인 신소재 듀라클(나노셀룰로오스) 상용화도 핵심 과제다. 듀라클은 친환경적이면서 강도와 내열성이 높아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설비 투자, 원가 경쟁력,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친환경이라는 장점만으로는 완성차나 배터리 기업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조직 문화의 변화다. 한솔그룹은 제지와 장치 산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만큼 의사결정 구조가 하이테크 산업의 빠른 실행 속도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AI와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조직 운영과 개발자 중심의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솔그룹의 성패는 소재–부품–솔루션을 연결하는 자체 생태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투자, 재무, 조직 등의 균형을 잡는 것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고 말했다.
신종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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