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AI가 아닌, 해당 기자가 직접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영화 관상 – 파도와 바람. 송강호 김의성 2021. 8. 10(사진=YouTube 쇼박스 SHOWBOX 캡처)
#1. 서설(序說)
오랜만에 돌아온 [조주형의 한반도 체스판]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처음으로 영화 이야기로 인트로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2013년 영화 중 대종상영화제 제50회 최우수상을 받은 국산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영화라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에서 소재로 삼은 조선시대 단종의 이야기의 프리퀄(Prequel) 같은 영화입니다. ‘프리퀄’이라는 건 통상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본편보다 시간상 앞선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후속편을 뜻하는데, <관상, 2013>과 <왕과 사는 남자, 2026>은 시간상 단종 폐위 후 세조 즉위 사건에 관하여 사건의 전후 관계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번에 관심을 좀 가져야 하는 영화는 올해 개봉한 영화(약칭 왕사남)가 아니라 13년 전 개봉한 <관상>입니다. 관상쟁이 김내경(역: 송강호)가 단종파 김종서(역: 백윤식)을 만나 그 휘하에서 일을 하다가 단종파의 반대파인 수양대군(역: 이정재) 그리고 수양을 돕는 한명회(역: 김의성) 등 수양파에 밀리게 되어 결국 수양이 세조대왕으로 즉위하게 된다는 전사(前史)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내용입니다.
<펜앤>의 독자분들 대부분은 이미 이 영화를 보았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스포일링이 걱정되신다면 ‘뒤로가기(← )’를 눌러주세요. #1. 서설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관상>의 거의 끝부분을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다음입니다.
영화 관상. 송강호와 김의성. 파도와 바람. (사진캡처=YouTube, JTBC 봐야지 화면캡처)
#2. “당신. 목이 잘릴 팔자요.”
영화 <관상>의 마지막에서는 수양파에 밀린 단종파의 김내경(역:송강호)은 바닷가로 떠나 야인(野人)의 생활을 합니다. 그를 찾아간 수양파의 한명회(역:김의성)은 그에게 가서 묻습니다.
한명회 : 거사를 일으킨 자들의 면면을 낱낱이 보았을 터인데, 그 관상은 기록해두었소? 기록하시오. 난(亂)을 즐기는 자들의 특징을 상세히 기록해 두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를 대비할 수 있지 않겠소?
김내경 : 그날 당신들 얼굴에, 뭐 별난 거라도 있었던 줄 아시오? 염치없는 상인상도 있고, 피보기를 쉬이 여기는 백정의 상도 있고, 글 읽는 선비의 상도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들이었소. 그냥, 수양은 왕이 될 사람이었단 말이오.
한명회 : 뭐요?
김내경 :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한명회 : 그렇다면 우리의 역모를 아무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잖소?
김내경 : 당신들은 그저 높은 파도를 잠시 탔을 뿐이오. 우린 그저 낮게 쓸려가고 있는 중이었소만. 뭐 언젠간 오를 날이 있지 않겠소? 높이 오른 파도가 언젠가는 부서지듯이 말이오.
한명회 : 저주하는 것이오?
김내경 : 내 처음으로 당신 얼굴을 이리 보오. 묘한 상이오. 천박한 것 같으면서도 고귀하고...헌데, 끝이 좋지 않구려.
당신, 목이 잘릴 팔자요.
이 이야기가 한반도 안보문제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소위 조선시대 왕을 보좌하는 측근실세들의 권력투쟁 결과 사형(死刑)에 이르는 경우는 허다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형태는 오늘날 2020년대 대한민국에서도 권부실세에서 떠나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요.
호르무즈(Hormuz·Hormoz) 해협 일대에서 화재·폭발이 발생한 HMM 벌크선박 ‘HMM NAMU호(약칭 나무호)’에 관한 책임소재 문제를 두고서 누가 그 책임을 지게 될 것인지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바로 국가안보실(실장 위성락)과 외교부(장관 조현) 및 국방부(장관 안규백) 대응에 있어 누가 그 책임을 최종적으로 떠안게 될 것이냐는 것이지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나무호) 화재 사건은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정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1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2026.05.14(사진=연합뉴스 그래픽)
#3. HMM NAMU호 현지조사, 뒤늦게 군(軍) 조사관 파견
벌크선박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건에 휘말린 시점은 지난 5월4일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30분 경입니다. 벌건 대낮에 폭발이 발생한 것인데요. 이틀 뒤인 5월6일 예인선이 확보됨에 따라 정부 조사단이 출국했습니다.
지난 5월8일 두바이 항에 접안함에 따라 정부조사단 조사가 개시되었는데요, 국방부는 무려 1주일 후인 5월13일 기술분석팀을 두바이에 파견했습니다.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1주일이나 경과한 다음에서야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관련 기관 인원 등 10여명이 부랴부랴 현지파견 된 겁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봐야 하는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 분쟁우려지역이 아니라 ‘전쟁상태’에 있는 위험지역이라는 겁니다. 국가와 국가의 무력충돌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고, 레이더로 잡기 어려운 드론(무인기)과 미사일 내지는 포착 자체도 힘든 기뢰(機雷: Naval Mine)가 활성화되어 있을지 모르는 지역이라 피격 가능성이 항시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국방부는 무려 1주일이 지나서야 군 조사기관팀을 파견하였다는 점에서, 국가안보 유관기관들이 군기(軍紀)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한마디로, 위기관리능력이나 통합위기관리에 관한 상황판단능력의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국방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기에 1주일 만에 조사팀을 급파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이제 그 책임소재 문제에 관한 관심은 안보사령탑이나 마찬가지인 국가안보실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누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느냐에 관한 문제로 수렴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위성락 안보실장. 2026-05-11 21:59(사진=연합뉴스)
#4. 이번 20일 국회 외통위 현안질의, 분수령?
이번 나무 호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 책임소재의 문제는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관련됩니다. 국회에서 이 사건을 다루겠다는 것인데요.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 오후 브리핑에서 “나무호 피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워낙 높기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도 여야 합의에 의하여 (이 사안이) 다뤄질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국회가 외통위를 열어 본 상임위 안에서 이번 문제가 외교부 장관(조현) 내지는 관련 장관들을 통해 낱낱이 국민들에게 공개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나무호 사건을 국회 외통위에서 다루게 되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우리가 관심 있게 보아야 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으로 최근 있었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관련 발언 사태와 비교됩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12일 ‘국민배당금’을 언급했는데, 그 다음날 직접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무마하려는 모양새가 빚어진 것과 달리,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기자간담회 이후의 모습과 비교된다는 겁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대통령이 바라보는 사안의 경중여부, 사안은 다르지만 측근급 인사들에 대한 대통령 의중의 해석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사건은 이렇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11일 본인 SNS에서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인 호황을 만들고, 그게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의당 고민해야 하는 설계의 문제”라면서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이라고 말했습니다.
발언 직후 논란이 급격히 거세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그 다음날인 13일 SNS(X·구 트위터)를 통해 김용범 실장의 국민배당금 언급논란 관련 기사를 첨부하면서 “여론조작용 가짜뉴스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반응의 모양새만 보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참모 발언 논란을 무마하려고 애를 쓰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나무호 피격 사태 때에는 어떠하였습니까? 나무호가 피격된 지난 5월4일로부터 이틀 뒤인 5월6일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나무호 폭발 사건을 두고서 “피격이 확실치는 않은 것 같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사건 발생 1주일 후인 5월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등에서 조현 외교부장관으로부터 나무호 피격사태와 향후 대응 방안 보고를 받았는데, 이때 “수고하셨다”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김용범 '국민배당금' 관련 초과이윤 비판에 이재명 대통령 "음해성 가짜뉴스" 2026-05-13 23:11(사진=연합뉴스)
#5. 국가안보실·외교부·국방부, 누구 책임?
이 두 가지 모습을 직접 비교하자니, 사안의 경중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직접 비교가 쉽지 않은 것은 사안의 구조성이 다르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반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외교부나 국방부 내지는 국가안보실의 입장처럼 본 사안의 경중을 세세히 따질 만큼 느긋하게 인내심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이 문제는 외부로부터의 공격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문제를 찾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번질 수 있는 그런 사안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이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할까요?
사건 발생에 따라 위기관리사태 및 통합위기대응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번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회의에서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재보선)를 코앞에 둔 야당(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넋을 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에 이를 갈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국방부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무호 사태(5월4일)에 대해 사건 발생 그 다음날인 5월5일 미국 백악관 집무실 일정에서 나무호를 언급하면서 “그 선박은 선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단독으로 행동하기로 했다(They decided to go it alone)”라면서 “그리고 그 선박은 전날 두들겨 맞았다(The ship got the hell knocked out of it yesterday)”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 외교부나 국방부는 모두 한목소리로 미국과의 소통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때 국가안보 유관기관 주요직위자들은 어떤 발언을 할까요?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거나, 아직 공격주체를 특정할 수 없다는 발언도 예상되는데,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회에 서야 하는 이들로서는 이제 소위 ‘눈치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과연 누가 그 책임을, 누구의 목이 잘릴 것인지 두고 볼 일입니다.//
조주형 기자 j76764437@gmail.com
President Donald Trump hosts a bilateral meeting with President Lee Jae-myung of the Republic of Kore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 김용범 정책실장의 모습. 2026.05.19.(사진=trumpwhitehouse, gov, archives, 픽셀편집=조주형 기자)
조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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