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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철을 담고 욕심을 덜다…한끼에 담은 ‘맛있는 수행’

전남광주시 동구 운림동 전통문화관에서 20일 열린 여름 특별체험프로그램 ‘여름 채소반’에서 사찰음식 명장 대안 스님이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제철을 담고 욕심을 덜다…한끼에 담은 ‘맛있는 수행’

제철을 담고 욕심을 덜다…한끼에 담은 ‘맛있는 수행’

전통문화관서 ‘사찰음식 명장 대안스님과 함께하는 여름 채소반’ 운영

다양한 연령층 참여 열기 ‘후끈’…아삭고추김치 만들며 자연의 맛 전수

2026년 08월 20일(목) 20:20

전남광주시 동구 운림동 전통문화관에서 20일 열린 여름 특별체험프로그램 ‘여름 채소반’에서 사찰음식 명장 대안 스님이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무등산 자락에 여름 햇살이 내려앉은 20일 오전 10시, 평소라면 고요했을 동구 운림동 전통문화관이 북적였다. 웅성이는 소리를 따라 남도의례음식체험실 문을 열자 채소를 씻는 물소리와 도마 위에서 칼이 탁탁 부딪히는 소리, 냄비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한데 섞여 들렸다.

감자와 아삭고추, 오이와 무가 놓인 조리대 앞에는 20여 명이 둘러앉았다. 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정갈하게 재료를 다듬는 대안 스님의 손끝에 머물렀다.

전남광주시 동구 운림동 전통문화관에서 20일 열린 여름 특별체험프로그램 ‘여름 채소반’에서 참가자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은 이날 여름 특별체험프로그램 ‘사찰음식 명장 대안스님과 함께하는 여름 채소반’을 열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자리에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익숙한 여름 식재료를 사찰음식 방식으로 조리하며 제철 음식과 섭생(攝生)의 의미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이날 메뉴는 ‘감자뭉생이’와 ‘아삭고추김치’였다. 감자뭉생이는 강판에 간 감자의 물기를 빼고 밤과 옥수수, 풋콩, 대추, 잣 등을 섞어 둥글게 뭉친 뒤 찜기에 쪄내는 음식이다. 대안 스님이 감자 반죽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굴려 모양을 잡자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를 들거나 조리법을 메모하며 손놀림을 따라갔다.

아삭고추김치는 무와 오이, 당근을 곱게 채 썰어 고춧가루와 소금, 식초에 버무린 뒤 배를 더했다. 씨를 제거한 아삭고추 속에는 채소를 차곡차곡 채웠다. 일반 김치에 흔히 쓰는 마늘과 파, 젓갈, 설탕은 넣지 않았다. 스님은 “설탕을 쓰지 않아도 배와 채소에서 단맛이 난다”며 재료가 가진 맛을 살리는 법을 강조했다.

‘감자뭉생이’와 ‘아삭고추김치’

“마음의 근심도 그렇고 먹는 것도 버겁지 않아야 해요. 무탈하게 이 생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요.”

경남 산청 금수암 주지이자 금당사찰음식연구원 이사장인 대안 스님은 오랫동안 사찰음식 전승과 대중화에 힘써온 인물이다. 전주 출신으로 출가 후 해인사에서 채소와 부식물을 담당하는 ‘채공’ 소임을 맡으며 사찰음식과 인연을 맺었고, 2005년 문을 연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의 초기 운영에도 참여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지정한 사찰음식 명장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공양간의 셰프들’에 다른 명장들과 출연하며 사찰음식을 보다 친숙하게 알렸다. 이날도 촬영 당시 후일담이 화제에 올랐다. 스님은 “장난치는 모습이 많이 나와 걱정했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았다”며 “대중에게 다가가는 데 나부터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웃었다.

참가자 상당수도 방송이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이날 현장을 찾았다. 70대 참가자 신동성 씨는 유일한 남성 참가자였다. 그는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기르는데 막상 제대로 해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름 채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고흥에서 온 김정아(55) 씨는 “남도 김치를 판매하고 있는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찰음식 조리법을 배워보고 싶었다”며 “배운 방식을 가족의 식탁뿐 아니라 제가 만드는 음식에도 접목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산청까지 찾아가 스님을 뵙고 싶었는데 광주에서 배울 기회가 생겨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채식과 웰니스가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고, 명상과 템플스테이 등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사찰음식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자극적인 양념을 덜어내는 조리법은 건강한 식생활은 물론 생명 존중과 절제, 지속가능한 식문화라는 측면에서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실제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체험 프로그램에는 9604명이 참여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좌 참가자는 7만5000여명에 달하며, 지난해 열린 사찰음식 대축제에도 1만6000여명이 찾았다. 사찰음식은 지난해 5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며 전통 식문화로서의 가치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대안 스님은 “사찰음식은 단순히 고기나 오신채를 먹지 않는 음식이 아니라 자연과 몸을 거스르지 않는 식사”라며 “제철 재료를 필요한 만큼 쓰고 본래의 맛을 살리는 과정에서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절제도 함께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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