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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주가 또 나온다…‘타짜’ ‘호프’ ‘재혼황후’가 모두 제주로 간 이유[SS연예프리즘]

도박판의 욕망도, 외계 존재가 들이닥친 어촌도, 가상의 서양 제국도 제주에서 태어났다. 시대와 장르가 전혀 다른 작품들이 같은 섬으로 향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도박판의 욕망도, 외계 존재가 들이닥친 어촌도, 가상의 서양 제국도 제주에서 태어났다. 시대와 장르가 전혀 다른 작품들이 같은 섬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부터 나홍진 감독의 ‘호프(HOPE)’, 오는 11월4일 공개되는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까지 최근 대형 영상물 세 편이 제주를 촬영지로 택했다.

멜로와 가족극의 배경으로 익숙했던 제주가 범죄물과 SF, 로맨스 판타지까지 소화하는 종합 로케이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타짜’ 시리즈 마지막 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최국희 감독이 연출하고 변요한 노재원 미요시 아야카 등이 출연했다. 지난 2006년 시작된 영화 ‘타짜’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해외로 확장된 도박판과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을 그렸다.

제주는 익숙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물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승부에 뛰어드는 공간으로 쓰였다. 도시의 빌딩과 화려한 카지노 대신 바다와 거친 자연을 배경으로 배치하면서 도박판의 고립감과 긴장을 키웠다. 육지와 분리된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승부의 폐쇄성을 강화한다.

지난 7월 개봉한 ‘호프’는 제주를 더욱 이질적인 세계로 바꿨다. 외딴 항구 마을 호포리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SF 작품이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국내외 배우가 참여했다.

작품의 주된 무대인 호포리는 전남 해남에 구현됐지만, 대규모 액션은 제주와 해남 합천 루마니아 등을 오가며 완성됐다. 자연을 그대로 담는 데 머물지 않고 추격과 총격 등 고난도 액션을 설계하는 촬영 현장으로 제주를 활용했다. 세계적인 특수촬영팀 XM2는 약 7개월 동안 여러 지역을 오가며 촬영했고, 작품에 필요한 전용 장비까지 제작했다.

제주의 변신은 ‘재혼 황후’에서 한 번 더 이어진다. 동대제국의 황후 나비에가 황제 소비에슈와 이혼한 뒤 서왕국 왕자 하인리와 재혼을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다.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이 출연한다.

현대 한국과 거리가 먼 가상의 서양식 제국이 배경이지만 제작진은 제주의 자연과 독특한 공간을 작품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데 활용했다. 해안과 숲, 오름, 초원 등 서로 다른 풍광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 한 지역 안에서도 여러 나라처럼 보이는 화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경관 위에 세트와 시각효과를 결합하면 국내의 익숙한 장소라는 인상도 지울 수 있다.

제주는 오랫동안 드라마 속 치유와 귀향의 공간으로 소비됐다. ‘우리들의 블루스’ ‘웰컴투 삼달리’ ‘폭싹 속았수다’ 등은 제주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를 이야기의 중심에 뒀다.

제작사가 제주를 찾는 이유는 풍경만이 아니다. 제주콘텐츠진흥원은 영화와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대상으로 제작비와 촬영지 섭외, 행정 절차, 관계기관 협의 등을 지원한다. 섬이라는 특성상 장비 운송과 배우·스태프 체류에 추가 비용이 들지만, 로케이션 지원이 이를 일부 상쇄한다.

완성된 작품은 거대한 관광 광고판이 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웰컴투 삼달리’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를 얻은 뒤 제주 촬영지를 찾는 국내외 방문객이 늘고, 도로와 폐교 등 평범했던 공간도 관광 코스로 개발됐다. 화면 노출이 촬영 당시의 숙박·식음료 소비를 넘어 작품 공개 이후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다.

관광 엽서 같던 제주는 이제 범죄영화의 도박판이 되고, 외계 존재가 침입한 마을이 되며, 존재하지 않는 제국으로도 변한다. 제주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풍경이 아름다워서만이 아니다. 한 섬 안에서 현실과 판타지, 한국과 이국, 일상과 재난을 모두 찍을 수 있어서다.

제주는 더 이상 작품 속에서 쉬러 가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 제작자들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찾는 거대한 야외 스튜디오가 되고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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