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특별보증·ESG 조례 등 고금리·고물가 시기 ‘구원투수’ 역
여대야소 속 ‘남북 협력·사회적경제’ 예산 전면 재편…치열한 공방도
제11대 후반기 기획경제위원회 위원들. 사진=손진석 기자
[비즈월드]
제11대 서울시의회의 4년 동안의 의정활동을 마치는 시기에 서울시의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기자로서 생생하게 느낀 바를 위원회별로 적어본다.
특히 4년의 의정활동을 전심전력(全心全力)으로 펼친 112명의 서울시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이제 맞이할 제12대 서울시의원들에게 가이드로 삼을 내용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지난 4년 동안 전 세계를 덮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위기는 서울 시민들의 삶과 골목 상권을 뿌리째 흔들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자영업 폐업률이 최고치에 달했고, 기술 유출과 청년 구인난으로 혁신 스타트업들의 도산 우려도 가중됐다.
이 미증유의 경제적 가뭄 속에서 서울시의 조직과 예산, 재정 그리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총괄하는 심장 역할을 해온 제11대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이하 기경위)의 4년 임기가 막을 내린다.
제11대 기경위는 민생 안정과 미래 신산업 육성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활발한 입법·정치 활동을 전개하며 골목 경제의 수호자를 자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세수 결손에 따른 사상 유례없는 재정 압박 속에서 서울시의 핵심 브랜드 정책들을 심의하며 여야 간 치열한 이념적·정책적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4년 동안 기경위가 서울 시민의 삶에 남긴 굵직한 성과와 발자취, 그리고 차기 의회로 넘어갈 잔여 숙제들을 입체적으로 짚어봤다.
◆ 코로나 상흔 치유에서 글로벌 도시 도약까지…리더십의 ‘2인 2색’ 변천사
제11대 기경위의 4년 임기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며, 각 시기 사령탑을 맡은 위원장들의 확연히 다른 강점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동력 있고 유기적인 정책 흐름을 보였다.
전반기 이숙자 위원장(국민의힘·서초2)은 재난 극복과 미래 혁신의 기틀을 마련했다,
전반기 기경위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급격히 위축된 자영업·소상공인 생태계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응급 처치’에 주력했다.
특히 임기 초반인 2022년 발생한 80년만의 기록적인 수도권 폭우 당시, 수해 피해를 본 강남역과 동작구 일대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행정적 레드테이프(Red tape, 관료적 요식 행정)를 과감히 걷어냈다.
기경위는 예비비 및 재난관리기금 조기 편성을 주도하며 자금 공급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의 자본력·인프라와 스타트업의 유연한 기술을 매칭하는 ‘서울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제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고사 직전이던 청년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상생 모델을 안착시키는 성과를 냈다.
후반기 임춘대 위원장(국민의힘·송파3)은 현장 밀착형 행정과 글로벌 영토 확장에 주력했다.
후반기 기경위는 송파구의회 3선 및 의장 출신으로 풀뿌리 지방 자치 생태계에 잔뼈가 굵은 임춘대 위원장의 지휘 아래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의정’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책상 위 문서 심사에서 벗어나 영등포 유통상가, 동대문 의류상가, 양재 AI 혁신지구 등 민생 현장을 상시로 돌며 "법과 현장의 온도 차"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또 서울시 조직 개편에 발맞추어 신설된 ‘글로벌도시정책관’을 소관부서로 빠르게 편입, 우수 외국인 인재 유치와 다문화 가정 및 해외 바이어 유치 인프라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 금융·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서울의 체력을 기르는 데 큰 공을 들였다.
◆ 중소기업 ESG 장벽 허물고 우수 이민 인재 문 열어…‘입법 잭팟’
제11대 기경위는 역대 그 어느 대수보다도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트렌디하고 선제적인 입법 성과를 도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은 2024년 3월 제정된 ‘서울특별시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활성화 조례’다.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 등 글로벌 무역 규칙이 친환경 및 투명 경영 의무화로 재편되면서, 서울 소재 영세 수출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인증 절벽에 직면해 있었다.
기경위는 이 조례를 통해 시 산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지역 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정밀 컨설팅 프로그램과 환경 데이터 실사를 간접 지원할 예산 수립 근거를 확보했다.
이는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당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었다는 평가다.
더불어 첨단 벤처 및 IT 기술 업계의 고질적인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이민·다문화 인재 유치 및 정착 지원 조례’ 역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가산 디지털단지나 마포 스타트업 허브의 우수 기술인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고급 인재들이 체류 자격을 얻고 조기에 서울 사회에 안정적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교육, 비즈니스 연계, 다국적 커뮤니티 조성 근거를 담아냈다.
아울러 초고금리 파고 속에서 고통받는 80만 자영업 가구를 위해 저리 융자와 함께 대출 이자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가 보전하는 ‘소상공인 지원 및 골목상권 활성화 조례 개정안’은 수만 명 한계 차주들의 급격한 파산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산소호흡기 역할을 수행했다.
◆ ‘약자와의 동행’ 예산 충돌…남북교류·사회적경제 사업의 전면 재편
그러나 순탄한 입법과 예산안 통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11대 의회의 압도적인 ‘여대야소’ 정치 지형은 기경위 회의장을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시정 철학과 이념적 가치관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가장 뜨거운 전장으로 만들었다.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부분은 과거 정권에서 적극적으로 조성되었던 남북교류협력기금과 사회적기업·마을공동체 예산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이었다.
다수당 소속 의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방향에 보조를 맞춰 “과거 선심성으로 흘러 들어갔거나 구체적인 성과 없이 정파성 논란만을 자초한 각종 시민단체 보조금,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회적경제 관련 퍼주기 예산을 철저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거센 압박을 가했다.
이로 인해 남북교류 관련 신규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사회적경제 관련 지원 센터와 교육 사업 예산이 줄지어 수술대에 올랐다.
이에 반해 야당 소속 소수 위원들은 “수십 년간 지역 풀뿌리 단위에서 일궈온 자발적인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한순간에 정치적 칼날로 도려내는 보복 행정”이라며 시정질문과 안건 심사 때마다 격렬하게 맞섰다.
오세훈 시장의 1호 브랜드인 ‘약자와의 동행’ 관련 대규모 복지 사업 예산을 승인하는 과정에서도, 급증하는 시 예비비와 부채 관리를 염두에 두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재정 건전성파’ 위원들과 필요한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민생 안전망파’ 위원들 간의 정교한 핑퐁 게임이 상시 지속됐다.
또한 서울신용보증재단이나 서울경제진흥원(SBA) 등 경제 산하 기관의 대대적인 통폐합과 인력 축소 시도 등은 노동계의 반발 속에 상임위의 주요 논쟁거리로 기록됐다.
기획경제위원화 활동. 사진=손진석 기자
◆ ‘입법 생산성’은 역대 최고…‘강북 소외론’과 ‘견제 약화’는 숙제
제11대 기경위가 4년 동안 받아 든 성적표에는 명암이 뚜렷하게 교차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신속하게 반영한 ‘입법 생산성’ 부문과 기후 재난이나 금융 위기에 기민하게 반응한 순발력은 역대 상임위 중 단연 최상위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서울 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두고 제기되는 두 가지 아픈 손가락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첫번째가 고질적인 ‘강북 소외론’이다.
상임위의 대규모 투자가 여의도 핀테크 존, 마곡 마이스(MICE) 밸리, 강남 양재 AI 테크시티 등 이미 인프라가 훌륭히 구축된 한강 남쪽 거점 지구에 집중된 반면 낙후되고 고령화가 가파른 도봉, 강북, 노원, 중랑 등의 영세 소상공인과 제조업 밀집 구역에 돌아간 정책적 낙수효과는 미미했다.
기술 스타트업 중심의 육성 정책이 화려하게 조명받는 동안, 골목을 겨우 지키던 전통 제조업(의류·봉제, 제화 등) 소상공인들은 “서울시 경제 정책에서 우리 같은 굴뚝 산업은 지워졌다”는 박탈감을 표출해 왔다.
다음으로 상임위 고유의 ‘집행부 견제·감시 기능’ 약화 우려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방향과 다수당인 여당 위원들의 정책 노선이 궤를 같이하면서, 주요 대형 프로젝트들의 문제점과 새어 나가는 세금을 강하게 지적해 오던 워치독(Watchdog)으로서의 역할이 과거보다 다소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야당 위원들의 날 선 지적이 다수의 힘에 밀려 시정 권고안에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며 균형 잡힌 시각의 의회가 퇴색되었다는 지적이다.
◆ 제12대 의회로 넘어갈 무거운 바통
4년 동안 숨 가쁘게 쉼 없이 달린 제11대 기경위의 바통은 이제 고스란히 제12대 의회로 넘어간다.
더 고도화되고 복합적인 경제 변수를 마주해야 할 차기 기경위 앞에는 쉽게 풀 수 없는 고차원 방정식의 난제들이 쌓여 있다.
첫째가 지방 세수 펑크와 세출 구조조정의 난제다. 장기 불황과 소득세·취득세 결손 등으로 서울시의 곳간 사정은 날이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
12대 기경위는 세수 한계 상황 속에서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을 억제하면서도 꼭 필요한 약자 지원과 미래 신산업 투자를 유지하는 ‘세출 다이어트’의 고난도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소상공인 부채 상환 만기 도래와 ‘도미노 폐업’ 방어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긴급히 투입된 막대한 초저리 정책자금 대출의 거치 기간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들이 순차적으로 끝을 맞이하고 있다.
12대 기경위는 한계에 달한 자영업자들의 대대적인 연쇄 파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정교한 ‘채무 조정 패키지’와 연착륙을 돕는 '업종 전환 가이드라인' 마련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글로벌 이주민 유입 본격화에 따른 사회 통합과 안전망 확보도 주요 사안이다.
조례를 통해 다국적 우수 인재와 외국인 근로자 영입의 물꼬를 튼 만큼, 이들이 실제 골목과 삶의 영역에서 발생시킬 수 있는 주민 마찰을 조절하는 ‘이주민 정착 융합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면서도 원주민 노동자와의 일자리 상생 및 사회적 치안 우려를 지우는 촘촘한 갈등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전통 제조업 부활과 강남북 균형 경제 생태계 완성에 대한 요구도 상당하다. 더는 화려한 첨단 핀테크나 AI 육성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강북 소외 지역의 전통 뿌리 산업인 가죽, 패션 봉제 등의 수동 공정들을 디지털 전환(DX) 시켜 청년 노동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양질의 고부가가치 제조업 생태계로 거듭나게 만드는 ‘지리적 예산 고른 배분’ 정책을 실현해 주어야 한다.
기획경제위원회는 서울의 대규모 살림살이를 조율하는 기획조정실부터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민생노동국까지, 시정 전체의 브레인과 손발을 모두 다스리는 위원회다.
11대 의회가 사상 최악의 위기 속에서 단단히 다져놓은 민생 안정의 디딤돌 위에, 새롭게 꾸려질 12대 의회가 어떤 정교하고 튼튼한 건축물을 세워 올릴지 천만 서울 시민과 경제계 전체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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