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네거티브가 판을 친다. 상대의 흠결을 부풀리고, 의혹을 덧씌우고, 시민의 분노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네거티브는 단순히 품격 없는 선거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전략이 없고, 비전이 없고, 지역을 설계할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위다. 할 말이 있는 후보는 자신의 설계를 말한다. 보여줄 미래가 없는 후보만 상대의 과거를 물고 늘어진다. 네거티브는 공격이 아니라 무능의 증거다.
지방선거는 원래 시민의 삶을 다루는 선거다. 아이들의 교육, 어르신의 돌봄, 지역의료, 교통, 주거, 일자리, 골목경제, 재난안전, 기후적응은 모두 지방정부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선거가 “누가 더 나쁜가”를 겨루는 싸움으로 흐르면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사라진다. 시민이 선거에서 찾아야 할 것은 덜 나쁜 사람이 아니다. 내 삶을 바꿀 더 나은 설계자다. 더 형편없는 상대를 끌어내리는 사람보다, 더 나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지역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유출, 지역소멸, 돌봄 부담, 산업 전환, 기후위기, 지역의료 공백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과거처럼 몇몇 토목사업과 민원 해결 실적으로만 지방정치를 설명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지방정부는 단순한 행정 집행기구가 아니라 복합위기를 관리하고 새로운 삶의 질서를 설계하는 전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어떤 산업 구조를 만들 것인지, 어떤 교육과 돌봄 체계를 갖출 것인지, 기후재난 앞에서 지역사회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기술 전환의 혜택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미래전략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 특히 AI 전환의 시대에 지방정치는 더 이상 ‘스마트’라는 이름의 전시행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 구호가 아니라, AI를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 인프라로 전환하는 일이다. 교육, 의료, 복지, 행정, 돌봄, 재난대응의 기본 체계를 더 정밀하고 더 공정하게 다시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미래정치다. 모든 아이가 지역과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더 나은 학습 지원을 받고, 어르신이 정보의 장벽 때문에 복지에서 배제되지 않으며, 시민이 복잡한 행정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지역이 기후재난에 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은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삶의 불평등과 불안을 줄이는 공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AI 허브 같은 국제적인 비전도 결국 지역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지역정부조차 사람 중심의 기술 전환과 공공서비스 혁신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거대한 국가 전략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반대로 지역에서 미래전략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한국은 기술을 소비하는 나라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네거티브는 단순한 선거의 부작용이 아니다. 그것은 후보의 한계를 보여주는 본질적 신호다. 미래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 지역의 구조적 문제를 풀 청사진이 없는 사람,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설명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마지막에 기대는 것이 바로 네거티브다. 유권자는 더 이상 그 함정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이 더 나쁘다”는 정치가 아니라 “내 삶을 더 낫게 만들 사람은 누구인가”를 묻는 정치로 기준을 바꿔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가장 시끄러운 사람을 뽑는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가장 준비된 설계자, 가장 멀리 보는 사람, 가장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네거티브에 매달리는 후보는 이미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나는 미래를 설계할 능력이 없다고. 시민은 그 고백을 똑바로 읽어야 한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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