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메가성장특별위원회 상임부위원장(왼쪽에서 둘째)이 지난달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의 발전은 도시화와 함께 진행된다. 수도는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며 가장 빠르게 팽창한다. 1915년 24만명에 불과했던 서울 인구는 꾸준히 늘어 1950년에 이미 169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급격한 팽창은 1960년대 경제 개발과 함께 이뤄졌다.
1961년 258만명이던 서울 인구는 1970년 568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1992년 1092만명으로 피크에 달하고 이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943만명이다. 서울이 쇠퇴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높아진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서울에 집 지을 땅이 없으니 경기도에 신도시를 대거 건설했다.
밀려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서울이 과도하게 팽창했다는 징후다. 크게 보면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1970년 912만명에서 지난해 2634만명으로 늘었고 지금도 증가 추세다. 결국 수도권 집중은 계속되고 있고 다만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이 있을 뿐이다.
편리한 인프라, 밀집된 중요 시설, 많은 인구는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사람과 기업을 끌어들인다. 서울에서는 끌어들이는 힘과 밀어내는 힘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오늘날 부동산 대란도 여기서 시작된다. 기업은 생태계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을 선호한다. 국내 500대 기업 본사의 77%가 수도권에 있다. 사람들은 교통·교육·문화·편의시설, 그리고 직장을 찾아 수도권에 몰린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낙후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다.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립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계승돼 세종시로 결실을 맺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가 동반 추진됐다.
기업도시는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특정 산업 중심의 도시다. 주택은 물론 상업·교육 시설이 들어와야 하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선 아산 탕정과 파주 등이 기업도시 후보로 거론됐으나 수도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원주와 충주에 기업도시가 들어섰으나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사업이다. 일본 정부가 동경의 일부 청사를 사이타마에 이전하는 사업을 벤치마크했다고 한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으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당시 공공기관은 409개이며, 이 중 약 85%인 345개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었다. 세종시로 옮기는 중앙행정기관을 제외하고 157개 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2007년부터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기 시작해 2022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008년 금융 위기에 이어 정권 교체로 주춤해졌다.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필요성은 증대됐다. 마침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이 터지면서 가라앉았던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지방 미분양 등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필수 및 지방의료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의대 증원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면서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수의 지방대학이 정원도 채우지 못하면서 부실화되고 이에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를 행정적으로 통합하는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은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행정복합도시는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고,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다시 불을 붙이고 보다 큰 규모로 밀어붙이고 있다.
첫째, 청와대 및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정부 부처 중 수도권에 있을 필요가 없는 곳을 골라 추가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뉴욕과 워싱턴처럼, ‘경제수도 서울’과 ‘행정수도 세종’의 경제·행정 2수도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29년 8월,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성평등가족부 등 5개 부처의 세종 이전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중앙행정기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추진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원칙 및 추진방향’을 발표했고, 이전 대상 등 구체적인 계획 역시 연내에 확정할 예정이다.
둘째, 지난 6월 29일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3개 분야에 1430조원을 투자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는데 호남권은 ‘제2 생산 거점’, 충청권은 ‘패키징 거점’, 동남·대경권은 ‘소부장 혁신 거점’ 등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지방에 생산 시설이 만들어지면 일자리를 통해 인구를 끌어들일 것이다.
셋째, 5극3특(五極三特)에 기반한 행정 통합을 추진 중이다. 5개의 초광역권(수도·충청·동남·대경·호남)과 3개의 특별자치도(강원·전북·제주)로 행정권역을 광역화하고 권역별로 특화 산업을 육성한다. 행정권역의 세분화 때문에 중복되거나 소규모로 추진되는 사업을 단일화해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인구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예산과 주도권을 놓고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행정·교육·산업 거점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의 구축을 위해서도 행정 통합이 필요하다. 4년간 20조원을 지원한다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전남·광주를 제외하고 성사되지 않고 있다.
넷째,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낙후된 지방 고등교육기관의 수준을 올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낙후되고 소외된 지방대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의도를 가진다. 지방 거점 국립대 9개를 선정해 5년간 4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권역별 특화 성장 산업과 연계해 각 지방국립대학을 특성화한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포항제철을 세우면서 포항공대를, 구미 전자 산업을 육성하면서 금오공대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부산·경남의 기계 공업을 키우면서 부산대 기계공학·조선공학과를 만들어 지원한 바 있다. 이렇게 교육과 산업이 함께 가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상황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은 반드시 가야 하는 방향이 됐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후 오랫동안 잊혀졌다. 단순히 공공기관만 옮긴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과 일자리는 물론, 교육·문화·편의시설 등 정주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주말이면 텅텅 비는 반쪽 짜리 지방 이주로 그칠 것이다.
이번의 균형발전 정책은 공공기관 이전은 물론 산업·교육·행정의 개편을 포괄하고 있어 진일보했다.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이 따른다. 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 이러한 저항은 극복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탄력을 받은 정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속성을 갖추기 바란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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