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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부터 세워야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 중 서울시의 결과는 의미심장했다. 여야에 대한 지지율은 정확히 재건축 정책에 따라 갈렸다. 재건축의 사업성이 있고 열망이 강한 곳은 야당을, 그렇지 않은 곳은 여당을 지지했다.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부터 세워야

서울의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 중 서울시의 결과는 의미심장했다. 여야에 대한 지지율은 정확히 재건축 정책에 따라 갈렸다. 재건축의 사업성이 있고 열망이 강한 곳은 야당을, 그렇지 않은 곳은 여당을 지지했다.

서울 아파트는 1980~1990년대 대량으로 지어졌고, 이제 재건축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도 계층에 따라 입지가 나뉘고 있다. 강남과 한강 일대는 부촌이 되고 있고, 나머지 지역은 서민들이 모여 사는 경향이 있다.

강남·여의도·목동·용산 등은 입지가 좋고, 집값이 비싸며, 중상층들이 모여 살아 재건축 사업성이 좋다. 도로·지하철·학교 등 인프라도 좋다. 투기적 수요도 몰려든다. 고급스럽게 다시 짓고 비싸게 분양해도 잘 팔린다. 집주인은 일반 분양으로 공사비를 충당해 자기 돈 들이지 않고 새 집을 마련한다.

다른 지역은 정반대다. 일반 분양이 여의치 않으니 분담금이 늘어난다. 집주인들은 재건축을 망설인다. 주민들 간 분쟁이 늘고 재건축은 지지부진하며 아파트는 계속 낡아간다. 시간이 가면 강북과 강남의 아파트는 가격은 물론 품질도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서울시장 당선자의 공약은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핵심이다.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서 한발 더 나가 ‘신속착공’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전자총회 활성화 및 비용 전액 보조, 해체계획서 작성시 전문가 투입 자문 지원 등을 내세웠다.

서울시는 강북에도 용적률을 올리고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등으로 사업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수혜 대상지는 강남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북의 재건축은 사업성이 낮아 매우 미미하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묶어 개발하는 ‘모아타운’ 사업은 지정한 곳은 많으나 착공한 곳은 거의 없다. 그에 비해 이미 상당한 정도로 정비사업 단계를 통과한 강남의 재건축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시의 논리는 단순하다. 서울 집값이 높고 계속 오르는 것은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에는 빈 땅이 없으니 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 용적률을 완화해 가급적 높게 짓게 해줘야 사업성이 생기고 재건축이 촉진된다.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도 근본 원인은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급이 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집값과 전세가도 모두 내려갈 것이다.

서울에 집이 부족한 것은 맞다. 1000명당 주택수가 450가구를 넘어야 적정하다고 하는데 서울은 300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인구가 과도하게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 공급은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촌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통해 집을 늘리는 것은 역효과가 크다. 집을 고급스럽게 새로 짓고 투기 수요도 몰려 가격이 오른다. 건설 회사도 가급적 고급스럽고 비싸게 지으려고 한다. 강남3구와 용산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분양가 상승은 전반적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존 주택의 멸실과 새집의 준공 사이에는 몇 년이 소요된다. 주민들은 근처에 전세를 구해 대거 이주한다. 그러면 전세가가 오른다. 진창하 한양대 교수 팀 연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의 멸실 주택은 27만 8106호였고, 공급 주택은 61만 176호였다. 순증으로는 33만 2160호다.

세대수 대비 멸실 주택이 1% 증가하면 전세가는 0.1% 상승하고, 준공 주택이 1% 증가하면 전세가는 0.07% 하락했다. 2000세대 이상 대규모 정비사업은 소규모 사업보다 전세가 인상 효과가 5배에 달했다. 따라서 일시에 대규모 재건축을 통해 이주 수요를 발생시키면 전세가는 크게 상승할 것이다. 전세가 상승은 갭투자를 통해 매매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촌의 재건축은 낡은 집은 물론 새 집의 가격도 올린다. 키 맞추기 현상이다. 이는 강북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이어 수도권으로 확산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주인은 가격을 올리고, 매수자는 초초함에 대출을 끼고 집을 산다. 수도권까지는 수요층이 있으나 지방까지 확산되지는 않는다. 이곳은 인구가 줄어 냉골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서울시의 주택 공급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공공 위주 주택 공급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강남 위주로 재건축의 속도가 붙는다고 하더라도 이주와 대출은 커다란 장벽이다.

부촌의 재건축은 주변으로의 이주와 전세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서울시는 다세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나, 그것이 용이할지, 과연 주민들이 그곳으로 이주하려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서울시는 이주와 대출 대책으로 이주 리츠와 주택진흥기금 활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토교통부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가계대출을 지목하고 이를 억제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갭투자가 금지된다. 따라서 전세 보증금도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건설사가 이주비를 대출해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사업비에 전가될 것이고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지도 알 수 없다.

서울시 의회와 구청장도 압도적으로 여당 소속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주택 공급 계획이 어떤 성과를 내기보다는 여론의 충돌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신문·방송·인터넷을 통해 논쟁이 치열할 것이다. 지역과 계층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상당수 매체는 재건축을 지지하는 입장이므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을 조성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선거를 앞둔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유도할 것이다. 혹시 정권 교체가 되면 이제까지의 방침이 모두 도루묵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버티기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 줄곧 봐왔던 패턴이다.

지금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서울시 아파트 상당수에 재건축 시기가 도래했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는 여전하다. 반도체 성과급의 지급을 앞두고 유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주춤하거나 한발 삐끗하면 과거의 재판이 벌어질 것이다.

엄포만 놓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지체 없이 시행돼야 할 것이다. 공공기여 확대, 임대주택 비율 제고,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을 통해 재건축의 수익성을 낮춰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세금은 올려야 할 것이다. 종부세를 올리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줄여야 한다. 이것은 모두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낮출 것이다.

공공 주도의 공급 역시 속도와 범위를 크게 높여야 한다. 입지가 좋은 곳에는 용적률을 압도적으로 올려 공공 주도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낮은 가격, 우량한 입지, 좋은 품질로 공급을 늘린다면 부동산 투기에 대한 기대는 수그러들 것이다.

부동산을 잡지 못한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책은 법으로 명문화하고 그대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 법은 엄정하게 집행되고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할 것이다. 많은 혼란들이 법을 우습게 아는 풍조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과거와 같은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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