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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정부의 '닥치고 공급정책', 유연성 필요하다

수도권 집중으로 주택난이 시작된 것은 오래 됐다. 경기도에 1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 주택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일단 열기를 식혔다. 김대중 정부 때 경기 진작을 위해 규제를 풀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정부의 '닥치고 공급정책', 유연성 필요하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집중으로 주택난이 시작된 것은 오래 됐다. 경기도에 1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 주택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일단 열기를 식혔다. 김대중 정부 때 경기 진작을 위해 규제를 풀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시작되자 노무현 정부는 2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한다. 판교·광교처럼 교통이 좋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멀리 떨어졌다. 1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자, 판교테크노밸리 등 업무 지구를 만들었다. 멀다 보니 교통이 문제였다. 도로를 새로 깔기 어려우니 기존 도로에 붙여 건설했고 그 바람에 교통난이 극심했다. 2기 신도시는 별로 인기가 없었고 일부는 미분양이 나기도 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으로 집값 폭등이 재개됐다.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는 여론에 따라 2018년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이 선정됐다. 2기 신도시가 너무 멀다는 비판을 수용해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골랐다.

교통 문제에 중점을 두고 기존 전철 노선의 연장은 물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도 추진했다. 그러나 하염없이 느림보 걸음이다. 아직 입주한 곳이 하나도 없다. 2기에 현금 보상을 했더니 투기 자금으로 활용돼 부동산 가격 폭등에 일조한 바 있다. 그 후 대체 입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으나 이는 시간이 걸린다. 1기 신도시처럼 철거를 불사하고 속전속결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는 빈 땅이 없으니 재건축·재개발이 주요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이 대표적이다. 주로 강북의 낡은 주거지를 묶어 대규모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도로 및 사회기반시설을 정비함으로써 강북의 현대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집값을 폭등시키고 원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는 부작용도 있었다.

서울 재건축은 박근혜 정부 때 활성화됐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고 세제·금융 혜택이 총동원됐다. 마침 서울에는 1980년대 대량으로 건설돼 재건축 시점을 맞는 낡은 아파트가 출현하고 있었다. 이것이 맞물려 엄청난 광풍이 10년 가까이 지속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도입되고, 강남·용산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재건축의 붐은 일단 가라앉았다. 용적률 규제도 있지만 용적률을 올리면 기부채납 등으로 도로·공원·복지시설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공사비도 오르고 대출 규제도 강화됐다. 가장 큰 문제는 대규모 이주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주할 곳도 없지만 전세가 폭등을 야기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서울의 주택 공급은 감소했다. 집은 착공과 입주 사이에 시간이 필요하다. 수도권 아파트 기준으로 착공은 2019년 24만 1000호를 정점으로 2023년 10만 8000호로 급감했다. 시차를 두고 입주는 2023년 20만 4000호에서 올해 10만 5000호(잠정)로 줄고 있다. 2024년부터 착공이 늘고 있지만 당분간은 입주 물량이 부족할 것이다.

지금 전반적으로 건설 경기가 부진하다. 공사비가 급등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또 집값이 너무 높아 구매할 수 있는 유효 수요가 충분치 않다. 이윤에 민감한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공급이 침체돼 있다. 더구나 전세 사기 때문에 빌라를 기피하고 있어 비아파트 부문의 건설이 극히 부진하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말은 신규 공급 물량이 적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집값을 결정하는 것은 유통 시장에서의 거래량이다.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으면 공급이 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시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및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억제로 다주택자 비중은 줄고 있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전체 집합건물 보유자 중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지난 6월 기준 동 지수는 16.11%로 1월의 16.34%에서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있다. 다주택자는 집을 팔려고 한다. 종합소득세 개편도 그런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확대 및 대출 규제가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이는 특히 강남권 아파트 거래를 어렵게 한다. 반면 강북은 아파트 매수 수요가 붙는다. 토허제로 인해 전세갱신권 행사가 늘어 전세 공급이 줄고 있다. 더구나 전세 사기의 여파로 전세 수요는 강북의 저렴한 아파트로 몰린다. 이것이 맞물려 전세가가 치솟고 있다.

집주인도 전세보증금의 활용이 어렵게 되자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전세가가 오르고 전세 매물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아예 집을 사자는 수요가 늘었다. 이것이 강북 집값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이들은 실수요자인데다 대출도 6억원까지 나온다.

공급 부족이 문제인데 정부가 수요만 억제함으로써 집값 잡기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때 공급은 신규 공급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유통 시장에서 공급이 늘고 있으나 수요 억제로 인해 거래량이 줄고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기존 주택 재고에 더해 신규 공급이 늘면 분명히 집값은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은 멸실주택으로 인해 공급 효과가 낮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집값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것은 과거 10년간의 사례로 충분히 입증됐다.

이재명 정부는 공공이 주도해 수도권 주택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세웠다. 지난해 9.7 대책은 5년간 수도권에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것이다. 수치도 획기적이지만 목표를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으로 잡아 속도전을 예고했다.

건설 경기를 타는 민간이 부진하기 때문에 공공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밀어붙이기 어렵고 주택 건설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공급 계획을 체감하기 어렵고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더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비율은 250.6%로 매우 높고 향후 급증할 전망이다. LH는 토지를 비싸게 매각하는 돈으로 임대 사업의 적자를 보전했다. 향후 직접 사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도시주택기금도 전세 사기 대위변제 등으로 많이 줄었다. 따라서 정부 예산의 지원이 필요하다. 초과세수의 일부를 주택 공급에 돌리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도심지 입지 좋은 곳을 풀어 용도전환을 해주고 그로 인한 개발차익을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돈이 있어야 추진력이 생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공이 모든 집을 짓는다는 방향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공공이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비축하더라도 민간이 여기에 집을 지을 수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그것이다. 반값 아파트도 불가능하지 않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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