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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성윤의 에듀톡톡] AI 시대, '입시'를 '입학전형'으로 옮겨야 하는 까...

하지만 이제 AI시대 아닌가? 개별 학생들이 쏟아낸 학교 과정의 포트폴리오나 자소서, 추천서들도 이제는... AI시대의 인재양성은 대학보다 K-12 평가의 진화가 더 급하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AI 3강 도약을 핵심...

[정성윤의 에듀톡톡] AI 시대, '입시'를 '입학전형'으로 옮겨야 하는 까...

정성윤 에듀리프트 부대표

입시’와 ‘입학전형’, 두 글자가 가르는 세계관

‘입시(入試)’는 입학시험의 줄임말이다. 시험을 치러 점수를 매기고, 높은 순서대로 줄을 세워 합격과 불합격을 가른다. 한 번의 시험이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다.

반면 ‘입학전형(入學鋓衡)’은 전혀 다른 철학을 품고 있다. 전(鋓)은 저울, 형(衡)은 저울추를 뜻한다. 학생의 능력과 자질을 여러 각도에서 저울질하여 적절한 자리에 배치한다는 의미다.

시험 한 번이 아니라, 학생이 쌍아온 과정 전체를 재고 달아보겠다는 인재등용책인 것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오랫동안 ‘입시’의 세계관 위에 서서 학력고사, 수능이라는 단일 시험에 모든 것을 걸어, 점수로 대학 서열을 정하는 방식으로 반세기 넘게 독점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비율이 축소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며, 정시조차 학생부 정성평가를 반영하는 추세가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에서 입학전형으로의 무게추 이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되어 가고 있다.

학종의 원형인 미국 입학사정관제가 만드는 인재상

우리와 다르게 미국을 이끌어가는 인재상을 추적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동부 아이비리그 출신이든, 서부 실리콘밸리 출신이든, 학생 선발의 주요 포인트는 단일 시험 점수가 아니라 입학사정관제(holistic admissions)라는 종합역량측정 시스템이다.

하버드는 ‘리더십과 지적 호기심’을, 예일은 ‘창의적 사고와 사회적 책임감’을 인재상으로 명시한다. 프린스턴은 GPA(학교성적), SAT(혹은 ACT) 점수같은 정량평가 외에도 과외활동, 특별한 재능, 인성, 추천서, 자소서, 면접 등 ‘서류기반 정성평가’를 중점두고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

다시 말해, 이들 대학이 평가하는 것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가’다. 학업 성취 이상의 것, 즉 학생이 수년간 어떤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이 어떻게 내재화되었으며, 그것이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본다. 이것이 바로 입사관제 입학전형의 본질이고 우리 학생부종합전형의 원형이자 지향점이다.

미국의 입학사정관들이 중시하는 요목은 한두가지 활동이라도 수년간 꾸준히 참여한 지속성과 학습경험의 깊이다. 여러 활동에 얕게 참여한 학생보다 한두 분야를 깊이 탐구한 학생을 더 높이 평가한다.

이는 단순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학문적 관심과 성장의 구별이며, 이를 과정에서 증명하는 서류는 모두 학교 교육과정에서 나온다.

물론 혹자는 미국교육이 얼마나 낙후되었는데 모르는 소리라 일갈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예로 드는 교육은 적어도 대도시 기반의 평준화 이상 IB나 AP로 주립대 이상 진학시키는데 관심을 두고 있는 주류 교육체계와 학교 수준을 뜻하고 있음을 애써 밝혀 둔다.

학교의 과정 기록과 대학교의 학생 역량측정의 난관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입학전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학생의 경험과 성장 과정이 유의미한 ‘서류’로 축적되고 증빙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 평가 시스템은 겉으로는 과정에 집중하자고 외치지만 기록이란 결과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상대평가인 ‘내신’ 지필평가 점수와 ‘세특’이라는 수행평가 결과만 기록될 뿐, 학생이 수업 속에서 어떤 질문과 시행착오를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지식과 성찰이 내재화되었는지는 학생부에 모두 담기 힘든 구조다.

예를 들어, 낮아진 5등급제이지만 고1 상대평가로 줄 세우는 구조에서는 수행평가도 개별 역량의 발달을 잘 드러날 수 없을 것이며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고2, 3도 변별을 하기 힘들어 대학들은 전형에서 정성평가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오래 전 입학전형 서류의 백미인 학생 자소서와 학교 추천서는 진정성 퇴색과 공정성 위배로 폐지된 때문이다.

결국 대학이 ‘저울질’을 하고 싶어도 저울 위에 올릴 것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정량과 정성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평가 본연의 기능과 진화 없이는 입학전형의 개선은 불투명하다고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 AI시대 아닌가? 개별 학생들이 쏟아낸 학교 과정의 포트폴리오나 자소서, 추천서들도 이제는 초기 단계에서 기계적 필터링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각 대학교의 인재 등용도 대학 단위별로 학생들을 등용할 수 있는 전반적인 입사관 시스템이 충분히 내재화 되었다.

이제는 대학이 직접 학생의 자질과 역량을 기초 평가하고 등용해야 한다. 현재 서울대가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없애고 학생부와 심층면접을 통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사관이 직접 개별 학생들의 경험과 역량을 확인하겠다는 입장만 봐도 충분히 잘 알 수 있다.

AI시대의 인재양성은 대학보다  K-12 평가의 진화가 더 급하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AI 3강 도약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혁신 학·석·박사 패스트트랙을 신설하고, 융합학부 교육과정을 개발하며, AI 인재 양성을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정책의 무게중심은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에 집중되어 있다. 문제는 AI 시대의 인재는 최초 대학에서 양성되는 것이 아니라 K-12 체계에서 배양된다는 점이다.

AI가 정답을 생성하는 시대에, 정답을 암기하고 재생산하는 능력은 가치를 잃는다. 교육부도 ‘AI와 같은 첨단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협업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강화’를 교육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2026년 교육부는 수행평가 시 AI 활용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최종 결과물 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 교사가 직접 학생의 산출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형태의 평가’를 권장했다. AI가 일반적인 답변을 생성하기 어려운,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성찰을 탐구 과정에 반영하는 평가를 설계하라고도 했다.

모두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이것이 학교 평가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지려면, 학교 내신평가 체계의 근본적인 개조가 필요하다. 우선 외국처럼 수십년간 이어져온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통합이 필요하다.

같은 교과서를 사용하더라도 지필고사와 수행평가가 같은 지식영역이지만 서로 일관되지 못한 채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시험에서 묻는 지식과 프로젝트에서 다루는 지식이 별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수행평가 100% 체제다. 요즘 핫한 IB교육도 프로젝트 수행평가 체계다. 당연히 지식 측정은 떨어진게 아니라 수행평가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세간에서는 우리와 맞지 않다라며 논서술채점 등 수행평가 채점과 관련하여 이슈를 제기할 수도 있다. 바로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 내부를 좀 더 들여다 보면 그간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란 내신이나 수능처럼 5지 선다형 출제 스킬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왔다. 국가단위평가인 수능부터 객관식이니 자연스런 부정적 환류 효과일 것이다. 그래서 지필고사나 수능의 중요도를 낮추고 수행평가의 중요도를 올리며 질적 개선을 제고해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형성평가와 총괄평가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교사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고 점수에 대한 민원이나 이의제기가 오면 교사만 책임지는 구조가 아닌 학교교육과정을 책임지는 학교 리더십팀이 학교가 정한 평가정책에 의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평가 실행의 바탕이 세워질 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대학 입사관은 학교교육과정의 수업 평가 정합성에 큰 노력을 기울이는 학교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낼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 글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1편과 2편으로 나눠 연재됩니다. 곧 2편이 이어집니다>

필자 정성윤은 ...

에듀리프트 부대표이다. 현재 교육부 AI인재양성추진위이면서 전주교대 IBEC와 전북대 글로컬 전담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디지털특위 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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