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송중재 판정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한국 정부 개입 인정
“원금 4849만달러·지연이자 등 지급”…정부, 추가 불복 절차 검토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환송중재에서 패소했다. 정부는 추가 불복 절차 진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엘리엇 ISDS 사건 환송중재 판정부는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원금 약 4849만달러(약 660억원)와 지연이자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정부가 내야 할 비용은 지연이자와 소송비용 등을 합해 1억1300만달러(약 1530억원)에 달한다.
환송중재 판정부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한 행위와 엘리엇이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합병에 반대했지만 같은 해 7월 합병이 성사됐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보유 주식 가치가 하락해 약 1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엘리엇은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맨 먼저 심리를 한 원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당시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행위를 정부에 귀속되는 조치로 보고 정부가 한·미 FT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에 불복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영국 법원은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을 ISDS상 국가배상 책임의 행위 주체인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며 원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한 청와대와 복지부의 행위가 엘리엇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는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냈다.
환송중재 판정부는 약 7개월 만에 청와대·복지부의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환송중재 판정부는 “정부 개입이 없더라도 합병이 가결될 상황이었다면 정부 고위 인사가 형사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환송중재 판정부는 정부의 배상액 감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해액 재산정은 이번 환송중재에서 판단할 범위를 벗어난다고 봤다. 또 엘리엇의 배상금 증액 주장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원 중재에서 인정한 4849만달러를 그대로 배상원금으로 판정했다. 원 중재 때 심리를 맡은 중재인 3명이 환송중재 판정부에서도 다시 심리했다.
이번 판정으로 정부의 패소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취소소송이라는 불복 방법이 남아 있다”면서도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판정문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관계부처,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 등과 판정문을 면밀하게 분석해 중재 규칙에 따른 판정의 해석, 정정 또는 추가 판정 신청 등의 후속 조치 필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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