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투자도 못 건진 통신사
6G, 또 하나의 '과잉 기술' 될까
6G 시대. 사진=AI 생성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6세대 이동통신(6G)을 둘러싸고 정부와 통신업계 사이의 '동상이몽'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야 할 통신 3사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G 투자 회수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수익 모델도 없이 거대 인프라 재구축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속 페달 "2030년, 산업 신경망 6G 상용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차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30년 6G 상용화를 공식화했다. 전국 5G망을 단독모드(SA)로 전환해 디지털 네트워크를 고도화하고 2028년까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6G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6G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AI·로봇·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네트워크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최적화하는 'AI 네이티브' 구조, 위성망과 지상망을 결합한 '유비쿼터스 커넥티비티'가 6G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현재 대표적인 서비스 후보로는 가상·증강·혼합현실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이 거론된다. 주변 사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하거나 원격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등 고도의 연산과 초고속 통신이 필수인 영역이다.
◇수익성 '안갯속'…3사3색 전략이 '장밋빛 구호'에 그치나
=하지만 통신업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6G 상용화의 첫 단추인 국제 표준 합의부터 갈 길이 멀다. 국제 표준화 기구 3GPP가 규격을 확정해야 장비와 단말기 개발이 시작되는데 업계는 규격 확정 시점을 이르면 2029년 초로 보고 있다. 한국의 이통 3사와 삼성·LG전자를 비롯해 애플·구글·퀄컴·화웨이·노키아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모두 참여하는 이 기구에서 합의가 도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통신 3사의 전략이 당장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등과 손잡고 네트워크에 AI를 내재화하는 'AI 네이티브' 표준화에, KT는 위성 인프라를 결합한 '3차원 초연결망' 구축에, LG유플러스는 테라헤르츠(㎔) 대역 기술에 각각 청사진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수익 모델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5G의 전철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2023년 통신 3사가 5G 핵심으로 꼽혔던 28㎓ 초고주파 대역 주파수를 전량 반납한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통신사들은 막대한 투자를 회수하지 못한 채 사업을 접어야 했다. '돈이 되지 않으면 망을 깔 유인도 없다'는 시장 논리 앞에서, 6G 역시 예외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6G 성패 가를 킬러 서비스…수요 없는 기술은 한계"
=4G(LTE) 시대에는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유튜브·넷플릭스 등 영상 스트리밍 혁명이 통신 투자를 뒷받침했지만 5G는 대중이 체감할 만한 대표 서비스를 끝내 내놓지 못했다. XR·자율주행·디지털트윈 등이 6G 서비스 후보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아직 '기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작지 않다.
기술 측면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 주파수는 초고속 전송 가능성이 크지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취약하며 전력 소모가 크다는 제약이 여전하다. 이론적 가능성과 상용망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평가다.
결국 6G를 둘러싼 핵심 과제는 국가 전략과 기업 수익 논리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좁히느냐다. 국내 이동통신 생태계의 수출 경쟁력을 위해 6G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국가 차원의 논리와, 당장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의 현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6G 레이스의 진짜 승부처는 망을 먼저 까는 사업자가 아니라 통신사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먼저 제시하는 쪽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 시장에 정통한 한 익명의 전문가는 "5G에서 경험한 것처럼 기술이 앞서간다고 시장이 따라오는 건 아니다"면서 "망은 통신사가 깔고 그 위에서 돈을 버는 건 플랫폼·빅테크가 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투자 유인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익 배분 구조를 먼저 설계하지 않으면 2030년 상용화도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