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정부, 비축유 '스와프' 전격 시행…원유 공급 숨통 틔운다

생활필수품과 보건·의료, 반도체·조선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을 우선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단기 수급 불안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로 평가하면서도,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근본적인...

정부, 비축유 '스와프' 전격 시행…원유 공급 숨통 틔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충남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에서 석유화학기업 간담회를 마친 뒤 원유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민간 정유사에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고, 이후 대체 물량으로 되돌려받는 방식이다. 단순 방출이 아닌 ‘교환’ 구조를 통해 재고를 유지하면서 공급 차질을 막겠다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중동 상황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이날부터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유사가 해외에서 확보한 대체 원유의 선적 서류를 제출하면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공급하고, 해당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이를 상환받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중동산 원유 도입이 지연되면서 정유사들의 원료 확보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 구조상 단기간 공급 공백이 발생할 경우 정제시설 가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실제 대체 원유 도입에는 시간이 걸린다. 호주산은 약 2주, 중동산은 20일, 미국산은 최대 50일까지 운송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하는 ‘공백’을 정부 비축유로 메우겠다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핵심이다.

정부는 이번 스와프를 4~5월 두 달간 우선 시행한 뒤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정유 4사 모두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신청 가능 물량은 2000만 배럴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일부 정유사는 200만 배럴 규모의 계약을 즉시 추진 중이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를 기준으로 설계된 블렌딩 설비를 갖추고 있어, 정부가 보유한 중동산 비축유를 먼저 사용하는 방식에 실익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후 미국·아프리카 등에서 확보한 원유로 상환할 수 있어 공급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산 방식도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기본 대여료에 더해 비축유 가격과 대체 원유 구매 가격 간 차액을 반영해 사후 정산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높은 중동산을 먼저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유로 상환할 경우, 그 차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중동 지역에 묶여 있는 국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척, 약 1400만 배럴 규모 물량도 파악하고 있다. 다만 “비축유 방출과 스와프를 병행할 경우 6월까지 국내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석유제품 공급망 관리도 병행한다. 산업부는 헬륨, 브롬화수소, 황산, 에틸렌 등 주요 산업 원료는 상반기까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수액포장제 등 의료용 소재도 최소 3개월 이상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다만 정부는 수급 불안 심리가 시장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생활필수품과 보건·의료, 반도체·조선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을 우선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단기 수급 불안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로 평가하면서도,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근본적인 공급선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스와프는 시간 벌기 성격이 강하다”며 “결국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오두환 기자 actsoh@thepublic.kr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