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사이 특별한 접촉 없는 것으로 알아“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20일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단
한미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팩트시트(Fact Sheet·공동 설명 자료)의 안보 분야 후속 조치를 위해 실무 그룹을 꾸려 서울에서 ‘킥오프’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안보 분야 협력을 가속하겠다는 양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서로 시간표를 맞춰가면서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성사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안보 분야 합의는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가 핵심이다. 국가안보실 주도로 각 분야 태스크포스(TF)도 꾸렸지만 미측이 대미(對美) 투자 지연, 쿠팡 문제 등을 제기해 그간 후속 논의에 진척이 없었다.
18일부터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번 방미(訪美) 기간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등과 만나 팩트시트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21일에는 하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한국계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과 만나 대미 투자 기업의 안정적인 인력 확보를 위한 비자 문제 해결 등을 당부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한국인 전문직에 비자 쿼터를 부여하는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WKA)’을 이번 회기에 발의했다. 박 차관은 워킹그룹 출범을 이번 미국 방문의 주요 성과로 꼽으며 “곧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데 팩트시트가 지난 1년간 이룬 가장 큰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미 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로 보는 미 조야(朝野)의 분위기와 관련해 “한미 간 안보 논의를 진행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금은 차분하고 균형 있는 입장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가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이어 “쿠팡 문제가 주요한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큰 통상 현안으로 다른 문제에 장애물로 작동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오전 상원에서 열린 미셸 스틸 박 주한 미국대사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이 쿠팡을 거론하며 “미 테크 기업이 차별받는 듯한 모습이 우려된다”고 했었다. 또 지난 2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불러 의견을 청취한 하원 법사위가 조만간 이와 관련된 중간 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원잠 도입이나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는 팩트시트에 명시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성과지만 미국 내 정치적 변화에 관계 없이 지속성을 갖고 추진하려면 의회 승인 등을 거쳐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2021년 미국·영국·호주 간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라는 우산 아래서 원잠 도입을 약속받은 호주 역시 실제 협정에 서명하기까지는 3년이 소요됐다. 전통적으로 비확산을 중시하는 국무부·에너지부 내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팩트시트는 한미 정상 간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여러 부서에서 약간의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각 부처가 움직이고 있다. 이행 의지에 있어서 큰 문제가 있다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따로 특별한 접촉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한반도 당사자이기 때문에 미국이 움직일 때까지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이 주도적으로 접촉하는 것에 우리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북한에서도 한미 정부의 입장을 나름대로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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