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전혜은 기자] 코스피의 무게중심이 다시 두 종목으로 쏠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2043조원을 넘기며(삼성전자우 제외) 시장의 체급을 사실상 끌어올렸다. 두 회사가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90%. 지난해 말 34.04%였던 비중이 단기간에 커졌다.
외국인 수급의 방향 전환이 상징적이다. 지난달 두 종목을 대규모로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약 1조9756억원, SK하이닉스를 약 2조5628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도 48.4%대에서 49.23%까지 회복됐다. 전쟁 변수로 흔들렸던 투자심리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기대와 반도체 실적 기대가 겹치며 빠르게 되돌아온 흐름이다.
실적이 불씨를 당겼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23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46조6252억원, 영업이익 31조5627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모인다(에프앤가이드 집계).
증권가는 이번 국면을 단순한 ‘업황 회복’으로 보지 않는다. TSMC와 유사한 ‘선수주-후생산’ 구조로 메모리 산업이 진화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장기 계약이 누적될수록 가용 생산능력이 줄고, 이후 계약은 공급자 우위로 체결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중 확대도 수익성 개선의 또 다른 축으로 거론된다. 2027년 HBM 평균판매단가가 전년 대비 42%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변화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격 변동에 따라 출렁이던 ‘사이클 산업’의 성격이, 계약과 수주에 기반한 ‘구조 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 논리는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한때 중동발 리스크로 합산 시총이 1500조원대까지 밀렸던 두 종목은 2월 말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뒤, 이달 들어 다시 그 수준을 공고히 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다음 정거장은 3000조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코스피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시장은 다시 두 회사의 시가총액으로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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