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최한주 한국화가 다음달 1일부터 29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정읍 신작로미술관에서 네 번째 개인전(The 4th Solo Exhibition) ‘저 달과 별’을 갖는다.
'서쪽으로 가는 기러기를 바라보다가 오늘밤에도 말없이 저 달과 별을 바라본다' 이번 전시의 핵심 테마인 ‘저 달과 별’은 인간 내면에 자리한 그리움과 존재에 대한 고뇌를 시각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전통 한국화의 필치(수묵채색)와 서예적 필선을 현대적인 감각과 융합, 인간 내면의 그리움과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대표작 ‘저 달과 별 - 그리움이 가득한 날’은 짙은 밤하늘에 은은하게 빛나는 보름달을 배경으로,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한 인간의 뒷모습을 그린 수묵채색화이다.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푸른빛의 먹색은 깊은 밤의 고독감과 영혼의 여백을 시각화했다. 홀로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인물의 모습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존재감’과 ‘누군가를 향한 깊은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로로 긴 화면 구성이 달과 인간 사이의 거리감과 정서적 깊이를 극대화했다.
전시장 한편을 채우는 연작들과 시서화(詩書畵) 형태의 작품들은 다음과 같은 예술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 먹의 짙고 옅음(농담)만을 활용해 대나무 숲, 산세, 인물의 움직임을 과감한 생략과 번짐(발묵) 효과로 표현했다. 정형화된 산수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일상이나 고뇌하는 인간의 실루엣을 배치하여 독창성을 더했다.화면 곳곳에 작가가 직접 써 내려간 서예 글씨들이 조화를 이룬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 녹록지 않은 직장 생활과 일상 속에서도 밤을 새워 붓을 잡았던 ‘예술을 향한 집념’이 매서운 필선과 밀도 높은 먹의 겹침 속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작품들은 주로 자연과 일상의 한 단면을 포착하여 은은한 담채(엷은 채색)를 곁들인 수묵화들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끌고 가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는 작가가 매일 마주하는 출퇴근길 혹은 일상의 고단한 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여백을 넓게 두어 인물의 고독감과 사색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밭일을 하거나 무언가를 수확하는 인물, 그리고 수확물이 담긴 바구니 등이 묘사되어 있기도 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따뜻하면서도 소박한 필치로 담아내어, 평범한 일상이 가진 숭고한 가치를 보여준다.
때론 전통 선면화(부채 그림)나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듯한 둥근 프레임 안에 나무와 숲을 그려 넣었다. 자연의 생명력과 계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담아낸 시도이다. 세로로 긴 축(軸) 형식과 가로로 길게 펼쳐지는 횡권(橫卷) 형식을 활용해, 서예 글씨와 인물이 긴밀하게 호흡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나무 숲길을 걷거나 거친 자연 속에 홀로 서서 사색에 잠긴 인물들이 보인다. 화면의 절반 이상을 빽빽한 서예 텍스트로 채운 작품이 눈에 띈다. 이는 글씨(시구)가 단순한 설명이 아닌,그림의 배경이자 하나의 시각적 요소로 작용하는 전통 문인화의 매력을 극대화한 했다.
가로로 길게 늘어진 화면에 빼곡하게 적힌 한문과 한글 서예 텍스트, 그리고 그 끝에 배치된 인물의 실루엣이 특징으로 보인다. 이는 작가가 살아온 세월의 기록이자, 부모님에 대한 생각, 영혼에 대한 고뇌를 일기처럼 서사적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의 핵심 서사 작(作)으로 해석된다. 이들 작품은 화려한 색채 대신 먹의 농담과 거친 필선, 그리고 엷은 황토빛과 푸른빛의 담채만을 사용하여 보는 이에게 차분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작가는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운 영혼이라는 무형의 실체를 뜨거운 가슴으로 안고, 그리움이 가득한 날에 점과 선으로 여백을 그리며 인간의 존재를 찾아내고자 했다”고 했다.
작가는 정읍시 덕천면 출신으로, 일과 창작을 병행, 밤새워 완성해 낸 깊이 있는 수묵채색화와 서예 작품을 통해 지역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30여 년간 재직하면서도 화업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여 전라북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성장했다.
정읍고를 거쳐 원광대 미대를 졸업한 후, 한국농어촌공사에 입사했다. 벽천 나상목 화연전과 KRC(한국농어촌공사) 본사 작가 초대전을 필두로 한·중 현대미술 소통전, 한·인도네시아 현대미술 교류전 등 국내외를 넘나들고 있다.
전라북도미술대전 특선·입선,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한국농어촌공사 가족문예상 종합대상, 아세아 태평양 서예대전 입선 등 각종 공모전에 여러 차례 입상, 한국미술협회·원묵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6년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고, 신작로미술관과 작가가 주관, 진행된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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