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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쟁이 기회로"… 中, 호르무즈 리스크 6%로 낮추고 '에너지·금융 질서...

지난 2월 시작된 미·이란 충돌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결정 방식이 바뀌었다. 생산량이 아니라 ‘수송 경로의 안정성’이 가격을 좌우하는 국면이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자, 시장은 공급보다 운송 리스크를 먼저 반영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기회로"… 中, 호르무즈 리스크 6%로 낮추고 '에너지·금융 질서...

-13억 배럴 비축·파이프라인으로 해상 의존 탈피… ‘시간과 경로’ 모두 확보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질서까지 재편, 전후 재건 주도권 노려며 도광양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지난 2월 시작된 미·이란 충돌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결정 방식이 바뀌었다. 생산량이 아니라 ‘수송 경로의 안정성’이 가격을 좌우하는 국면이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자, 시장은 공급보다 운송 리스크를 먼저 반영하기 시작했다. 다수 아시아 국가는 이 충격을 그대로 떠안았지만, 중국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1일 해외 정보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대응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설계된 ‘에너지 회피 구조’의 결과다. 중국의 전략·상업 원유 비축량은 약 13억 배럴로 추산된다. 이는 80~90일치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가격 급등 국면에서도 산업을 멈추지 않게 하는 ‘시간 버퍼’가 확보된 셈이다. 이 시간은 곧 협상력으로 이어진다.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인도는 약 2억5000만 배럴, 일본은 약 4억7000만 배럴 수준이다. 일본은 소비 대비 200일 이상 버틸 수 있지만, LNG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다수 국가는 여전히 해상 운송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45~95일 수준의 비축에 그친다. 위기에서 ‘시간’의 차이는 곧 산업 지속 능력의 차이다.

중국 전략의 핵심은 비축을 넘어 ‘경로 분산’에 있다. 러시아, 중앙아시아와 연결된 육상 파이프라인은 해상 운송을 대체하는 구조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에너지 소비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 직접 노출된 비중은 약 6% 수준까지 낮아졌다. 주요국이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구조와는 전혀 다른 체계다.

이 구조는 전쟁 국면에서 즉각 효과를 드러낸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에 동시에 노출되는 동안, 중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산 비용을 유지한다. 제조업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된다. 전쟁이 공급 충격을 키울수록 중국은 글로벌 점유율을 흡수하는 구조다.

에너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은 공급망 핵심 소재까지 확장했다. 중동 전쟁으로 카타르 헬륨 공급이 흔들리며 반도체 산업에 충격이 가해졌지만, 중국은 타림 분지에서 헬륨 자원을 확보하고 초고순도 정제 기술까지 내재화했다. 기존의 미국·걸프 의존 구조를 대체하는 흐름이다.

비료 원료인 황도 마찬가지다. 평소 걸프 의존도가 약 47%에 달하지만, 중국은 2026년 3월 전략 비축분을 방출해 농업 생산을 유지했다. 올해 목표인 7억2500만톤 생산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공급망 충격 속에서도 내부 안정성을 유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 흐름은 금융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결제 시스템(CIPS)을 개편해 SWIFT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결제망을 강화했다. 특히 이란과의 거래에서 ‘비적대국 선박 안전 통과’ 조건이 위안화 결제와 결합되기 시작했다. 전쟁 리스크가 결제 통화 선택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위안화 기반 원유 가격은 브렌트 중심의 기존 가격 체계와 분리된 헤지 수단을 제공한다. 중국 정유사 입장에서는 가격 리스크를 외부가 아닌 자국 금융 시스템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다. 달러가 제재 수단이라면, 위안화는 방어 장치로 기능한다.

이 모든 흐름은 전후 질서로 수렴된다.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은 ‘신질 생산력’을 중심에 둔다. 이미 글로벌 클린테크 제조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중국은 에너지 전환을 산업 패권으로 연결하고 있다.

중동 역시 변화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프라가 붕괴된 지역에서 중국 기업은 ‘정치적 중립’과 ‘안전 통과 보장’을 앞세워 재건 사업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서방 자본이 리스크에 묶여 있는 사이, 중국은 현장에 들어가 공급망·금융·인프라를 동시에 묶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번 전쟁은 중국을 흔들지 않았다. 오히려 구조를 드러냈다. 에너지, 원자재, 결제 시스템이 하나로 연결된 설계다. 전쟁은 그 설계를 시험했고, 동시에 가속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충격을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아니라, 그 충격을 누가 구조로 바꾸느냐다.

국제 에너지시장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해상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를 완성한 상태에서 전쟁을 맞았다”며 “이번 충돌은 중국에 위기가 아니라, 기존 설계를 실전에서 검증하고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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