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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성 없는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예술감독 임명 철회해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어연선 씨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어연선 씨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내 어린이·청소년 공연계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단행한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초대 단장 겸 예술감독 인사에 강하게 반발하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아동·청소년 전문 공연단체들과 예술인들이 속해 있는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이하 아시테지 코리아)를 필두로 8개 공연예술협회와 현장 예술인 332명(개인 200명, 단체 132곳)은 14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어린이·청소년의 미래를 위한 예술 창작의 전문성을 가볍게 여긴 이번 인사 참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초대 예술감독 선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11일 극단 현장 대표와 세종문화회관 팀장, 광명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을 거친 어연선 씨를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의 첫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은 2011년 출범해 약 15년간 연구와 창작, 관객 개발 등을 이어온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모태로 2025년 독립 법인으로 분리·개편됐다. 하지만 이후 1년 넘게 수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었던 데다, 극단의 예술적 비전과 정체성을 세울 초대 수장인 만큼 현장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임명되기를 기대해 왔다.

어린이·청소년 공연계는 성명서에서 어 신임 감독에 대해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 분야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은 일반 성인 연극의 부속 영역이 아니라 영아부터 청소년, 장애 아동까지 발달과 감각, 정서적 특성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고도의 독립적 예술 영역이다. 문체부는 어 씨를 공연 연출가이자 예술행정 전문가라고 설명하지만, 행정 전문성이 결코 예술적 전문성을 대신하거나 우선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초대 예술감독은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이 지향할 미학과 가치를 국내외에 선언하는 상징적인 자리”라며 “문체부는 어떠한 기준과 과정을 통해 초대 예술감독의 전문성과 적합성을 검증했는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임명 철회 요구 성명서

이번 연명에는 아시테지 코리아를 비롯해 한국인형극협회, 청소년을위한공연예술사회적협동조합, 한국극작가협회, 한국여성연극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한국거리예술협회, 한국공연관광협회 등 주요 협회와 국내 아동·청소년 전문 공연단체들이 대거 동참했다. 어린이·청소년 공연계는 “첫 기준이 잘못 세워지면 이후의 방향을 바로잡기는 더욱 어렵다”며 문체부에 어연선 초대 단장 겸 예술감독 선임 즉각 철회와 전문성·철학·비전을 갖춘 인사의 공정한 재선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연대 서명을 확대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호소 등 공동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아동청소년연극의 대부’로 불리는 김우옥(92)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원장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립아동청소년극단의 초대 예술감독에 임명된 분은 내가 아동청소년연극에 몸담은 지 40년이 넘었는데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분이다. 알아 보니 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하신 분이지만 아동청소년연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흘렀다. 내 인생의 긴 부분을 바친 이 분야가 우리나라에서 이런 홀대와 모독을 당한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김 전 원장은 또 “이 분야의 전문인들을 다 제쳐 두고 완전한 이방인이자 초짜를 고른 그 무지와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마치 산부인과 의사가 필요한 자리에 수의과 의사를 모셔 온 꼴이나 다름없다”며 “이럴 경우 잘못 초대된 수의사는 얼른 자기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아동청소년연극계는 예외 없이 잘못 온 수의사를 거부하고 있다. 설사 고집을 피우며 우기고 들어온들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는데, 얼마나 황당하고 부끄러운 꼴이 되겠는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끝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국립’아동청소년극단이 하루빨리 재미있고 신나는 연극을 보여 주길 기다리는 어린이 관객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어른들이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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