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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민 중국 후난사범대학 한국어학과 조교수(왼쪽) 자오치 중국 후난사범대학 대학원생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이후 한·중 양국은 정치적 소통과 협력 기제 전반에서 관계 회복의 전향적인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지난 1월 5일 위성락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한·중 양국이 문화 콘텐츠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영화, 드라마 등 구체적 분야에서 실무급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월 6일 중국 외교부 역시 "문화 교류를 질서 있게 추진하겠다"고 화답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10년간 '한한령'의 긴 침묵을 깨고 한류가 다시 중국 시장의 문을 열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오늘날 제기되는 한류 재진입의 가능성은 단순한 정서적 기대가 아닌 엄연한 현실적 변화에 근거한다.
2025년 이후 'K-팝' 앨범의 오프라인 판매 재개와 한·중 플랫폼간 협업 확대 등 한국 콘텐츠의 가시성은 확연히 높아졌다. 한국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대중국 음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하며 미국을 제치고 제2의 수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
자본 시장 또한 한류 관련 주가의 단계적 상승을 통해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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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시점의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은 한류의 귀환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어떠한 조건과 방식으로 재진입할 것인가에 있다.
'제한적 회복': 한류 재진입의 현실적 토대와 경계
현재 감지되는 한류의 회복세는 외교, 정책, 시장이라는 다층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이들 요소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명확한 경계를 설정한다.
우선 외교 관계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다. 한·중 관계의 완화가 문화 교류의 공간을 창출했지만 이는 전체 정치 환경에 종속된 가변적 영역이다. 문화 영역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고는 하나 정치적 환경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외부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문화 교류 역시 언제든 다시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구조적 개방이라기보다 '기회의 창'에 가깝기에 외부 불확실성이 증대될 경우 언제든 다시 수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울러 정책 집행의 기조가 한류 진입의 속도와 규모를 결정한다. 중국 문화 산업 정책의 기본 기조는 여전히 '위험 통제'와 '점진적 조절' 그리고 '자국 산업 보호'에 있다. 이는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전면적 개방보다는 개별 사례 중심의 점진적 허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실제로도 한류의 회복은 단발적·단계적으로 나타 나고 있으며 체계적 복귀와는 거리가 있다.
시장 수요라는 현실적 기반이 존재하나 그 성격은 지극히 선택적이다. 현재 중국 시장은 상업적 경로가 명확한 킬러 콘텐츠 만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음악, 공연, 파생 소비 등에서 상업적 전환이 빠른 콘텐츠는 플랫폼 입장에서 리스크가 낮고 수익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는 '한류 전체'가 아니라 상업적 가치가 입증된 한류만 선택적으로 수용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한류가 과거와 같은 보편적 문화 열풍으로 복귀하기보다 특정 소비층 중심의 세분화된 시장에 머물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현재의 한류 회복은 '제한적 회복'이라 할 수 있다. 분명한 동력은 존재하지만 동시에 뚜렷한 제약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 복귀': 2026-2030년 한류의 대중(對中) 발전 경로
이러한 조건 하에서 향후 5년간 한류와 중국 시장의 관계는 과거의 폭발적인 급속 확장이 아닌 '저강도 상설화'를 특징으로 하는 구조적 복귀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디지털 플랫폼이 핵심 진입 경로가 될 것이다. 음원 저작권, 스트리밍 콘텐츠, 온라인 공연, 가상 콘서트 등 플랫폼 기반의 협업은 통제 가능성이 높고 비즈니스 경로가 명확해 현 정책 환경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존재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는 일상적 소비 환경 속에 지속적으로 스며들며 한류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프라인 활동은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콘서트보다는 음악 페스티벌, 브랜드 협업 행사, 팬미팅 등의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방식은 수익성을 검증하면서도 상황 변화에 따라 쉽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시장 실험'의 성격을 지닌다.
또 한류의 영향력은 공론장보다는 소비 레이어에 집중될 것이다. 뷰티, 패션, 전자제품 등 분야에서 한국 아티스트 및 IP를 활용한 브랜드 협업은 대중적 논란을 피하면서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탈중심적' 경로를 제공한다.
더불어 가상공연, 디지털 휴먼, AI 콘텐츠 등 기술적 협력은 문화적 민감도를 낮추는 동시에 산업적 결속력을 높여주는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기적 화제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류의 안정적 존재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열풍'이 아닌 '구조'로서의 한류
한류는 과거와 같은 폭발적 유행으로 중국 시장에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신보다 신중하고, 분산되며,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형태로 중국 시장에 다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이슈 중심의 확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산업 구조 속에서의 지속적 존재를 의미한다. 따라서 오늘날 한류의 '복귀'는 과거의 문화 열풍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제약 속에서 재구성되는 하나의 산업적 생태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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