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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라도 혐오는 폭력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혐오에 맞선 기자들

“‘또 전라도가 저러네’라거나 ‘피해의식 아니냐’는 식의 반응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랐다. 혐오표현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대상이 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역 출신 청년이 다른 지역에서 겪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담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무등일보 전라도 혐오 기획팀(왼쪽부터 박소영, 최류빈 기자, 유지호 취재1본부장, 이삼섭 차장, 강승희 기자)이 19일 무등일보 편집국에서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 파고든 낙인' 기획보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무등일보 제공

“‘또 전라도가 저러네’라거나 ‘피해의식 아니냐’는 식의 반응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랐다. 혐오표현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대상이 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역 출신 청년이 다른 지역에서 겪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담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강승희 무등일보 기자의 말이다.

전남광주지역 언론이 부당한 전라도 혐오 문제를 종횡무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무등일보는 혐오의 당사자로서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 파고든 낙인’ 기획을 통해 차별과 혐오로 인한 피해를 담아냈다. 호남을 향한 비이성적 혐오 문제를 10만 건에 달하는 댓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치로 드러내는가 하면 정치인들을 찾아가 제도 개선 약속을 받아냈다. 이 기획은 지난 7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보도상’을 받았고 지난 14일 ‘동아투위 안종필 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기획팀에는 유지호 취재1본부장과 이삼섭 차장, 강승희·최류빈·박소영 기자가 참여했다.

전라도 혐오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이삼섭 기자는 “호남을 대한민국의 공동체를 부당하게 약탈하는 지역으로 프레이밍하는 혐오표현을 끊임 없이 만들어 내고, 밈과 재미로 유통하면서 우경화하는 흐름과 맞물러 전라도 혐오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정치권이 혐오를 양산하는 문제도 있다. 박소영 기자는 일부 정치권에선 5·18민주화운동이 성역화됐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오히려 ‘성역화’라는 주장이 역사 왜곡과 폄훼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류빈 기자는 “정치권의 약속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계속 묻는 것까지가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6년 7월5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배재고 관련 화환 사진(왼쪽)과 이진숙 의원. 사진=이진숙 의원 페이스북 및 연합뉴스

-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혐오’라는 주제로 접근한 배경은 무엇인가.

유지호

“주목했던 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관련된 현안이 부각될 때마다 반복되는 ‘전라도 혐오’의 근저에는 ‘무엇’이 깔려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피부에 생긴 여러 개의 ‘종기’(개별 사안) 보다는, 종기를 유발하고 몸을 썩어들어 가게 만드는 ‘고름 덩어리’(특정 지역·사안에 대한 혐오)를 찾아 내는 데 집중했던 이유다. 공교롭게도 지난 5∼6월 잇따라 불거진 이 같은 논란들을 보며 개별 사안만 봐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수면 아래에서 관통하는 흐름과 한나 아렌트가 말한 ‘폭민’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으로 대표되는 ‘그들’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 특정 커뮤니티에 터 잡고 활동하는 이들의 ‘놀이문화’가 어떤 구조로 번지고 확산하며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스며드는 지, 그 구조를 들여다 보고자 했다. 특정 지역에 태어나고 성장했다는 이유 만으로 차별과 조롱을 당하는 건 일종의 ‘파시즘적 폭력’이라고 본다. ‘그들’은 전라도 혐오를 위해 5·18을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물론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끼친 영향과 파급 효과가 그 만큼 크기 때문이 아닐까.”

- 지역 당사자의 입장에서 혐오 문제를 다루면서 특별히 고민하거나 유의했던 점은

이삼섭

“지역 당사자로서 매 순간 전라도 혐오에 노출돼 있고 또 폭력을 당하다 보니 조금 더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는 부분이 있었다. ‘전라도 혐오를 입 밖에 꺼내는 것은 명백한 폭력입니다’, ‘당신들의 폭력에 무고한 지역민들이 다치고 있습니다’라는 걸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데스크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담담하게 기사를 써라’고 지시했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일수록, 오히려 현상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지적이었다. 현재의 현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보여주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승희

“‘또 전라도가 저러네’라거나 ‘피해의식 아니냐’는 식의 반응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랐다. 혐오표현들은 대부분 재미로 소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지역’에 사는 당사자로서 그런 표현을 접할 때마다 불쾌감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혐오표현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그 표현의 대상이 지워져 있는듯했다. 가벼운 농담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출신 지역뿐 아니라 성별, 장애,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을 정당화하고 조장하는 것 역시 혐오의 형태다. 혐오표현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대상이 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역 출신 청년이 다른 지역에서 겪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담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지난 5월18일 논란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이 문제라고 지적됐다. 그러자 스타벅스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작업 중 딱’으로 교체하고, ‘탱크데이’를 ‘탱크텀블러데이’로 바꿨다. 현재는 공지를 삭제한 상태다.

-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혐오발언을 들은 사람들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이삼섭

“이대학보사 인터뷰 때다. 이대학보는 ‘오래된 혐오의 재활용’이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전라도 혐오의 생산, 소비 구조를 고발했다. 기획팀의 한 명은 광주 출신인데, 서울로 대학을 가서 숱한 혐오표현을 들었다고 했다. 또래 대학생들과 있던 자리에서 광주 출신이라는 걸 밝히자 한 남학생이 ‘라도는 좀...’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깔깔 웃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너무 위축됐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화가 났다가도 무력감을 느껴 별로 아무렇지 않게 돼버렸다고 한다. 다른 기자는 호남 출신들조차도 전라도 혐오 표현을 쓴다고 한다. ‘긁히지 않았다’(상처 받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도덕적이지 않은 표현에 대해 공동체에서 제지하거나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전라도 혐오가 밈과 유머로 소비되면서 공동체의 자정 작용이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강승희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인 20대 광주 출신 청년을 이번 기획에서 인터뷰했다. 직장 동료에게 ‘빨갱이’라는 말을 듣고, 성과 평가에서도 ‘전라도 애들은 악바리라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는 식의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기사 출고 이후 반응이다. 댓글에는 기자가 소설을 쓴다는 식의 비난이 달렸고, 과거의 일로 치부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2026년에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 혐오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나 밈으로 교묘하게 모습을 바꿔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AI를 활용한 합성 이미지나 영상 등을 통해 허위정보가 퍼질 가능성도 더 커졌다. 혐오를 방치한다면 그 형태만 바꾼 채 더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꼈던 사례다.”

- 기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이삼섭

“기자들도 지역민이기 때문에 전라도 혐오는 일상적으로 겪는다. 3달 전쯤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지역과 관련한 게시글이 있길래 정보성 댓글을 남겼다. 그 댓글에 어떤 이용자가 ‘찾았다, 홍어 빨갱이’라고 답글을 단 것이다. 매번 당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모욕감을 안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댓글을 남긴 이들에게 내가 대응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계정이 정지 당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가계정이 많다 보니 그들에게 타격이 없다. 고소를 하려고 해당 자료를 간직해두긴 했지만, 실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없다.”

- 일상에 파고든 혐오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이삼섭

“혐오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전라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에 따른 사회, 문화, 경제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전라도’를 검색하면 부정적이고, 왜곡된 게시글로 가득하다. 여수섬박람회만 하더라도 ‘부패한 전라도’라는 프레이밍과 결합하며 전라도 혐오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민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라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느 지역도 그러지 않는다. 전라도만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한 사람의 정체성과 인격을 파괴하는 것이다. 물리적 폭력이나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미디어오늘 또한 지역 혐오가 물리적 폭력과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역 혐오가 범죄로 이어진 사건 중 대부분이 전라도였다는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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