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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라 Insight] 30년째 최하위권 전북…새만금 9조원이 판을 바꿀 수 있나

1994년 전북 재정력은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전라일보 전신인 전라매일 1994년 10월 1일자 1면은 전북의 재정자립도가 33.2%로 전국 14위라고 보도했다. 당시 15개 시·도 체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강원·충북보다도 재정 여건이 열악했다.

[전라 Insight] 30년째 최하위권 전북…새만금 9조원이 판을 바꿀 수 있나

1994년 전북 재정력은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전라일보 전신인 전라매일 1994년 10월 1일자 1면은 전북의 재정자립도가 33.2%로 전국 14위라고 보도했다. 당시 15개 시·도 체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강원·충북보다도 재정 여건이 열악했다. 반면 지방세 징수율은 95.5%로 전국 3위였다. 세금을 걷지 못한 지역이 아니라, 걷을 세원 자체가 약한 지역이었다.

당시 장영달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정치적 배경하의 영남과의 불균형 성장정책이 지방 재정의 지역 간 형평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어 시·도 간 재정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2년이 지난 2026년 8월, 그 문제 제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북은 이제 새만금과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모빌리티를 앞세워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새만금 9조원 투자 계획은 그 기대를 키웠다. 도민들은 대규모 민간투자가 생산시설과 고용, 협력기업을 끌어들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기대만으로 구조적 격차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전북의 과제는 투자 유치가 아니라 투자 성과를 전북의 산업과 일자리, 세수로 고정하는 일이다./

◆숫자는 바뀌어도 구조는 남았다.

1994년의 전북은 재정자립도라는 숫자로 소외를 확인했다. 지금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기업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의 수도권 집중, 사회간접자본 접근성 격차가 문제로 겹쳐 있다. 중앙정부 사업을 따내고 공장을 유치해도 지역에 남는 부가가치가 제한되면 재정력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공장이 전북에 들어오더라도 본사와 연구소, 고부가가치 설계·금융·법무 기능이 수도권에 남으면 지역은 생산기지에 머물 수 있다. 지역 청년은 단순 생산직 일자리를 얻더라도 경력을 쌓은 뒤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협력업체 역시 지역 기업보다 수도권 또는 기존 대기업 계열사가 차지하면 낙수효과는 작아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전북의 ‘3중 소외’를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전북은 수도권 집중의 피해를 받는다. 동시에 비수도권 광역시 중심 발전 전략에서 밀릴 수 있다. 호남권 안에서도 광주·전남의 대형 사업과 비교될 때 투자와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문제는 지역 간 경쟁을 부추기는 데 있지 않다. 광주와 전남의 성장은 호남 전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국가균형발전이 특정 거점에만 자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면 인접 지역의 소외는 더 깊어진다. 전북은 광주·전남의 투자와 연계하면서도, 전북 몫의 산업 기반과 국가 지원을 분명히 확보해야 한다.

◆새만금 투자, 통과형 개발 막아야.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 계획은 규모 자체로 의미가 크다. 대기업의 장기 투자는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물류, 인력양성, 주거, 교육, 서비스업을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새만금이 단순 매립지나 부지 공급지가 아니라 미래차와 친환경 산업의 거점으로 전환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에는 늘 조건이 따른다. 사업이 발표된 뒤 집행이 늦어지거나, 투자 항목이 지역경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공장만 들어오고 연구개발과 핵심 의사결정 기능은 다른 지역에 남을 가능성도 있다. 지역 인력 채용과 전북 기업 참여 기준이 없으면 투자액이 커도 도민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다.

전북도는 지역 환원 조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체 고용 가운데 전북 청년과 전북 거주자의 채용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직무별 인력양성 계획과 연결해야 한다.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비전대 등 지역 대학·직업교육기관이 기업 수요에 맞춰 인력을 길러내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전북 기업의 공급망 참여를 늘려야 한다. 부품과 장비, 물류, 안전관리, 환경관리, 정보기술 서비스 등에서 지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 투자로 지역 업체가 성장하지 못하면 새만금은 외부 자본의 생산 거점에 머문다. 도와 기업, 상공회의소, 대학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연구개발 기능을 전북에 남겨야 한다. 제조공장만으로는 지역 산업의 자생력이 생기기 어렵다. 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부품, 자율주행, 수소·재생에너지 연계 분야의 실증센터와 연구소를 새만금과 전주·익산·군산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 생산과 연구, 인력양성, 창업이 연결돼야 기업도 인재도 떠나지 않는다.

◆국가가 기반시설 책임져야.

새만금 개발은 전북만의 사업이 아니다. 국가가 지정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국책사업이다. 도로와 철도, 항만, 전력망, 용수, 폐수처리 시설은 민간기업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생태계 전체의 기본 조건이다.

특히 전력망과 용수, 폐수처리는 이차전지와 첨단 제조업은 물론, 바녿체팹과 AI데이터센터 유치의 핵심이다. 기업이 공장 부지를 고를 때 세제 혜택보다 먼저 보는 것도 안정적인 전력과 물류, 인력 확보 여부다. 정부는 새만금 기반시설을 지역 민원성 예산이 아니라 국가 산업전략 예산으로 봐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특별자치의 이름에 걸맞은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중앙부처 공모사업을 따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단지 인허가, 투자지원, 환경관리, 인력양성 사업을 유기적으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방에 지우는 방식으로는 속도를 낼 수 없다.

◆공개와 감시가 성패 가른다.

대규모 투자 발표는 늘 환영받는다. 그러나 발표와 착공, 고용, 생산, 세수는 다른 문제다. 전북도와 정부는 현대차 새만금 투자 계획의 세부 일정, 투자 항목, 고용계획, 지역기업 참여 실적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몇 조원 투자’라는 홍보 문구만 남고 실제 집행이 늦어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도민도 투자 유치 경쟁의 관객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전북도의회와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 언론은 투자 협약의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지역 고용 약속이 지켜지는지, 협력업체는 얼마나 참여하는지, 환경 부담은 지역에 전가되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환영하는 것과 공적 책임을 묻는 일은 충돌하지 않는다.

1994년 전북은 낮은 재정자립도를 통해 불균형 성장의 결과를 확인했다. 2026년 전북은 대규모 투자 앞에서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새만금 9조원이 전북 경제를 바꾸려면 숫자만 커서는 안 된다. 전북 청년의 일자리로, 지역 기업의 매출로, 지방세와 산업 생태계로 남아야 한다.

전북의 다음 30년은 ‘얼마를 유치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전북에 남겼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은 선언이 아니다. 가장 늦게 출발한 지역이 실제로 따라잡을 수 있도록 자원과 권한, 기반시설을 배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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