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신재생에너지 생태계의 청사진을 그려온 이순형 동신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통합특별시의 성공은 청사 위치나 조직 개편이 아니라 누가 미래의 전기를 장악하고 그 가치를 지역 산업과 주민 삶으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임문철 기자
에너지가 답이다. 전남광주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거대한 장치들을 움직일 고품질 ‘에너지 혈맥’ 구축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햇빛과 바람은 전남광주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지역이 보유한 국내 최대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실질적인 소득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해야 하는 당위성도 여기에 있다.
21일 남도일보는 전남광주 신재생에너지 생태계의 청사진을 그려온 이순형 동신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를 만나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중심이자 미래산업의 메카로 도약하기 위한 3대 전략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전기공학과 전력 계통, 신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정책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정책 자문 활동을 이어온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지역 재생에너지 자원을 주민 소득과 연결하는 ‘햇빛소득마을’ ‘바람소득마을’ 모델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안하며 지역 중심 에너지 전환 정책 확산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대통령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산하 ‘햇빛·바람소득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 "에너지, 미래산업 심장"
이 교수는 "전남과 광주가 하나의 통합특별시로 나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서남권의 산업·에너지·균형발전 지도를 새로 그리는 역사적 계기라는 것이다.
전남광주는 전국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가졌다. 태양광, 해상풍력, 수소, RE100 산업단지, 전력반도체 등 미래산업의 핵심 자원이 전남광주에 몰려 있다.
그러나 현주소는 초라하다. 그동안 이 가능성을 충분히 산업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는 생산했지만 지역 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재생에너지는 늘었으나 기업 유치와 일자리로 연결되는 구조가 약했다. 전력계통은 부족했고 송전망 건설은 지연됐다. 주민들은 발전소를 가까이 두면서도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지 못했다.
이에 이 교수는 "민형배 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에너지를 단순한 환경정책이나 발전소 건설정책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며 "에너지는 통합특별시의 가장 강력한 경제정책이자 산업정책이며 균형발전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RE100 가격 숫자로 제시해야"
이 교수는 첫 번째 과제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한민국의 ‘RE100 산업수도’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적 첨단기업들은 더 이상 값싼 전기만 찾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고품질 전력을 요구하는 추세다. 첨단 제조업에 전력품질 확보는 곧 생존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통합 이후 생산지와 소비처를 하나의 전략권으로 묶을 수 있다"며 "해남 솔라시도, 영암 대불산단, 광주 첨단산단·AI 집적단지, 나주 에너지밸리, 목포·무안권을 하나의 ‘RE100 산업축’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 동부권에도 전력요금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제안이 뒤따랐다.
이 교수는 "핵심은 재생에너지가 많다는 홍보가 아니라 기업에게 이 지역에 오면 깨끗한 전력을 약속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제도와 인프라를 숫자로 제시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전남 곳곳의 태양광 집적화지구를 RE100 산업단지와 직접 연결하면 이익공유와 토지비용을 단가에 내장하고도 1킬로와트시(kWh)당 100원 수준의 RE100 전기를 설계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전력 직접거래(PPA), 재생에너지 전용 요금제가 함께 설계될 때 RE100 산업수도는 구호가 아니라 계약 가능한 투자유치 전략이 된다.
◇ "보낼 길 없는 ‘출력제어’ 병목 깨야"
이 교수는 두번째 과제로 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병목인 전력망 문제 해결을 꼽았다. 전남광주의 발전량은 많지만 지역 내 수요가 부족해 남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송전망이 충분치 않다. 멀쩡한 발전 설비를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전남광주에서 현실이 된 이유다. 발전사업자는 손실을, 주민은 갈등을, 기업은 불확실성을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당선인은 출범과 동시에 전력계통 특별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몇 GW를 허가했느냐보다 그 전기를 어디로, 언제, 얼마만큼, 어떤 품질로 보낼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상풍력 40GW(고정식 약 30GW, 부유식 10GW)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출력상한 공동접속, 순차송전 같은 계통 운영 방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765kV 가공 송전선로만으로는 입지 갈등과 공기 지연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20MW급 터빈 시대로 가는 지금 대형 블레이드와 타워를 조립하고 실어 나를 전용 지원항만은 필수"라며 "연 2GW 이상 시공능력을 갖춘 목포·무안권 해상풍력 지원항만 구축을 통합특별시의 깃대 사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동성을 흡수할 ESS·양수발전과 계통형성 인버터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지방정부의 역할 변화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통합특별시는 중앙정부와 한전에 지원을 요청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역 스스로 에너지공사 등을 통해 전력계통 종합계획을 세워 어느 곳에 어떤 변전소가 필요한지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의 지방정부는 더 이상 민원 전달자가 아니라 전력망 기획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 "주민을 에너지 대전환 주체로"
세 번째 과제로는 에너지 이익의 주민·지역산업 환원 구조 설계가 꼽혔다.
이 교수는 "앞으로의 에너지정책은 주민을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전환의 주체이자 수익의 공유자로 세워야 한다"며 "햇빛과 바람에서 나오는 이익을 지역에 남기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참여형 발전, 지역 상생기금, 산단 저가 전력공급, 농어촌 전기요금 절감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컨트롤타워로 가칭 ‘전남광주 에너지공사’ 또는 ‘에너지전략본부’를 제안했다.
발전, 송배전 협의, 전력 직접거래, RE100 산단, 주민이익공유를 하나의 체계로 운영해야 세계 에너지산업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근거로 삼으면 권한 공백 없이 작동할 수 있다"며 "에너지공사는 단순한 공기업이 아니라 지역의 전력, 산업, 금융, 기술을 잇는 플랫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RE100 산업수도를 만드는 산업전략, 병목인 전력망을 푸는 계통전략, 에너지 이익을 주민과 지역에 돌려주는 상생전략이 결합될 때 통합특별시는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수도로 거듭난 전망이다.
이 교수는 "전남과 광주는 이미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며 "바람은 서남해에서 불고, 햇빛은 들판에 쏟아지며, 산업은 새로운 전력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특별시의 성공은 청사 위치나 조직 개편이 아니라 누가 미래의 전기를 장악하고 그 가치를 지역 산업과 주민 삶으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며 "에너지를 잡는 지역이 미래를 잡는다. 전기가 흐르는 곳에 미래가 있다. 전남광주특별시가 그 중심에 서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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