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지방의원 수의계약 및 지방공무원 횡령 방지’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업체에 대한 수의계약 쏠림과 지방의원의 이해관계 업체 계약 등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지방재정의 계약 관리 체계를 대폭 손질한다.
특히 기초 지방정부가 동일 업체와 체결할 수 있는 1인 견적 수의계약을 연간 5회 또는 2억원 이내로 제한해 특정 업체에 계약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의원 수의계약 및 지방공무원 횡령 방지’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동일 업체에 대한 수의계약 횟수·금액 제한을 신설하고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공금 횡령을 막기 위한 지방정부 회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지방계약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은 단체장·지방의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계열회사 등의 수의계약 체결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원이 친인척 회사 등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 전남광주 곳곳서 드러난 수의계약 문제
전남광주에서도 지방의원이나 특정 업체를 둘러싼 수의계약 문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보성군에서는 한 군의원의 배우자가 출자지분 총수의 40%를 소유한 업체가 2022년부터 올해 초까지 수의계약 133건, 22억8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2026년도 정부 합동감사에서 적발됐다.
해당 계약은 공사 관련으로, 1인 견적 수의계약을 활용해 건당 2천여만원 상당으로 나눠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상 추정가격 2천만원 이하의 공사·물품·용역은 2인 이상 견적 없이 1인 견적만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와의 계약이 기준금액에 맞춰 반복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25년에도 보성군에서는 특정 업체와 여러 건의 수의계약이 반복됐다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 의혹이 지역사회에서 제기된 바 있다.
특정 업체에 대한 수의계약 집중 문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화순군에서는 지난 6월 당시 구복규 화순군수가 뇌물을 받고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구 군수를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화순군 공무원 3명과 공사업체 대표, 브로커 등 모두 10명도 같은 사건으로 검찰에 넘겼다.
구 전 군수 등은 2023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화순군이 발주한 수의계약 공사 9건을 특정 업체가 수주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곡성군의회에서는 지난해 의원 7명 가운데 3명이 관급공사 수주 개입 등 비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곡성군의회는 이후 공식 사과하고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다.
광주에서도 지난해 홍기월 광주시의원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학회 회장이 운영하는 업체에 1천500만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맡겨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지방의원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를 둘러싼 수의계약 문제가 반복되면서 지방계약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동일 업체 수의계약 연 5회·2억원 제한
행안부는 이에 따라 기초 지방정부가 동일 업체와 연 5회 또는 2억원을 초과해 1인 견적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한다. 광역 지방정부는 연 7회 또는 3억원까지로 제한한다.
대상은 일반 기업의 경우 추정가격 2천만원 이하, 청년창업·여성·장애인 기업은 5천만원 이하의 1인 견적 수의계약이다.
다만 지역 내 업체 부족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계약할 수 있다.
각 지방정부는 한도 내에서 세부 기준을 정하고, 예외적으로 체결한 계약의 심의 결과는 누리집에 공개해야 한다. 또 분기별로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하고, 상급기관은 보고 내용을 점검해 필요할 경우 감사에 나선다.
수의계약 정보 공개도 강화한다. 지방정부 누리집에 공개하는 항목을 명확히 하고 사업자등록번호도 추가해 주민들이 계약 상대방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연내 제정을 추진하는 ‘지방의회법’에는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관리 강화 방안도 담긴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지방의원의 겸직 신고 내용과 영리행위의 연관성을 심사하고, 겸직 직위 휴직 권고나 관련 상임위원회 보임 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지방정부가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경우 해당 지방의원은 위원회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위원회가 계약이 부적정하다고 판단하면 지방정부에 계약 재검토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공금 횡령 막을 회계시스템도 강화
행안부는 최근 발생한 회계 담당 공무원의 공금 횡령 사건에 대응해 전국 지방정부 공금관리 전수점검과 지출 시스템 통제 강화에도 나선다.
지난 4일부터 읍·면·동, 사업소, 시·군·구 순으로 공금관리 전수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거래처명과 예금주명 불일치, 담당 공무원 명의가 포함된 거래, 보통예금계좌 부정 이용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전자대금청구시스템 ‘e호조+빌’ 이용도 의무화해 회계 담당자가 거래처 계좌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변경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실제 지급 계좌와 시스템에 등록된 계좌의 예금주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계좌검증 기능도 강화한다. 예금주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지출 자체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계약 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 등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지방정부 명의의 보통예금계좌로 이체되지 않도록 시스템 통제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인 ‘청백-e’에 지출시스템의 이상거래 정보를 연계해 회계감사에 활용하고, 결재권자와 회계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공금 횡령 예방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행안부는 오는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 관련 훈령을 개정해 전자대금청구시스템 이용 의무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편법적 수의계약과 공금 횡령은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문제"라며 "계약 관리와 공금 집행 전반의 취약 요인을 근본적으로 보완해 비리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도·시스템 개선을 통해 주민이 신뢰하는 투명한 지방정부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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