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전기도 없던 강남에 ‘첫 불빛’ 켠 곳은?…한강 다리가 바꾼 서울 130년

1960년대 후반 건설 중인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 1969년 개통한 제3한강교는 서울이 한강 남쪽으로 확장하는 주요 축이 됐다.

1960년대 후반 건설 중인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 1969년 개통한 제3한강교는 서울이 한강 남쪽으로 확장하는 주요 축이 됐다. 사진제공=서울기록원

1960년대 후반, 아직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던 한강 남쪽에 전에 없던 불빛이 켜졌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짓던 공사장의 자가발전기에서 나온 불빛이었다. 1969년 ‘제3한강교’라는 이름으로 개통한 한남대교는 그렇게 훗날 강남으로 불리게 될 땅에 서울이 뻗어나가는 길을 열었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한강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상설 다리가 없던 시절 강을 건너는 방법은 걸어서 건너는 도섭(徒涉)부터 징검다리와 나룻배, 여러 척의 배를 이어 붙인 배다리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폭이 넓고 수심이 깊은 한강에서는 나룻배와 배다리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다.

한강의 풍경을 처음 바꾼 것은 1900년 완공된 한강철교였다. 그 탄생 과정에는 구한말의 복잡한 국제정세도 얽혀 있다. 1896년 미국인 제임스 모스가 얻은 부설권은 자금난으로 일본에 넘어갔고 한강철교는 결국 일본에 의해 경인선의 일부로 완공됐다. 근대 토목기술이 한강에 들어온 현장이면서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던 당시 시대상도 함께 품은 다리였다.

1936년에는 한양의 동쪽 관문이던 광나루에 광진교가 놓였다. 늘어나는 통행량과 홍수·결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서쪽에서는 1965년 양화대교가 국내 기술로 완성됐고 여의도 개발과 맞물려 1970년 마포대교와 1981년 원효대교가 차례로 개통했다. 다리가 놓일 때마다 사람과 물자의 흐름이 달라졌고 새로운 생활권이 만들어졌다.

1985년 개통을 앞둔 동호대교. 자동차와 지하철 3호선이 함께 지나는 동호대교가 들어서면서 강북 도심과 강남의 연결은 한층 촘촘해졌다. 사진제공=서울기록원

서울의 지도를 크게 바꾼 것은 한강 남쪽으로 향한 다리들이었다. 한남대교가 강남 개발의 축이 된 데 이어 1973년 영동대교가 강남과 뚝섬 일대를 연결했다. 1985년에는 지하철 3호선과 자동차가 함께 지나는 동호대교가 문을 열었다.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시간이 줄면서 한강 양쪽은 점차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였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고건 당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989년 11월 15일 열린 올림픽대교 개통식. 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올림픽대교는 높이 88m의 주탑과 24가닥의 케이블로 설계됐다. 사진제공=서울기록원

1989년 11월 올림픽대교 개통 당시 모습. 주탑 높이 88m와 24가닥의 케이블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제24회 올림픽이라는 상징이 담겼다. 사진제공=서울기록원

건설 중인 성산대교. 1980년 개통한 성산대교는 교량의 기능뿐 아니라 도시 경관과 조형미가 중시되기 시작한 당시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진제공=서울기록원

한강 다리가 늘고 교통량도 급증하면서 교량의 안전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는 이를 뼈아프게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성수대교는 1997년 다시 개통했고 이후 교량의 안전 기준도 강화됐다.

다리는 이동 통로를 넘어 시민이 머물고 즐기는 공간으로도 변했다. 홍수 때 물에 잠기도록 설계한 잠수교 위에는 국내 최초의 2층 교량인 반포대교가 들어섰다. 이후 달빛무지개분수가 설치되면서 자동차로 지나치던 다리는 시민과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가는 볼거리가 됐다.

2025년 1월 개통한 고덕토평대교 전경.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이 다리는 주탑 사이 거리가 540m로 콘크리트 사장교 가운데 세계 최장이다. 사진제공=현대건설

서울의 생활권이 수도권으로 넓어지자 다리도 서울 경계를 넘어 뻗었다. 행주대교는 일산 신도시 생활권의 성장을 뒷받침했고 2001년 방화대교는 공항축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동쪽에서는 강동대교와 구리암사대교가 서울과 수도권 동부를 연결했다. 2025년 개통한 고덕토평대교는 주탑 사이 거리가 540m로 콘크리트 사장교 가운데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다리가 놓일 때마다 도시의 경계뿐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시간 거리’도 달라진 셈이다.

철도가 필요하던 시대에는 철교가 놓였고 강남 개발이 시작되자 남북을 잇는 다리가 잇따라 들어섰다. 국제도시를 꿈꾸던 시기에는 다리에 아름다움과 상징을 입혔고 신도시와 공항이 생겨난 뒤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었다. 한강 위에 다리가 하나씩 늘어난 과정은 서울이 어느 방향으로 몸집을 키워왔는지를 보여주는 도시 연대기이기도 하다.

이런 한강 다리의 역사를 서울시가 최근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한강 이야기 총서’ 제10·11권인 ‘한강의 다리’다. 한강에 다리가 없던 전근대부터 강남 개발을 거쳐 오늘날 메가시티에 이르기까지 29개 다리를 통해 서울의 변화를 풀어냈다. 다리가 왜 그 자리에 놓였고 주변 지역을 어떻게 바꿨는지도 옛 사진과 그림·지도·도면 등 기록자료를 곁들여 보여준다.

서울시가 2024년부터 펴내고 있는 ‘한강 이야기 총서’는 이번 두 권을 포함해 모두 12권이다. 권당 평균 95건, 전체 1139건의 사진·그림·지도·도면 등이 수록됐으며 한강공원 누리집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사진제공=서울시

사진제공=서울시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