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가 키운 환율 공포, 2009년 이후 최고치 경신
상상인證 "외국인 순매도와 위험회피 심리, 환율 하방 경직성 높여"
무역흑자 역대급, 반면 환율은 '금융위기'급
전쟁 종료 시 1530원 고점 형성 후 1440원 아래 급반락 가능성도 제기
◆…신한은행 본점 현황판 사진 (4월 1일 15시 30분 촬영), 사진=신한은행 제공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한미 금리차만 놓고 보면 3월 원·달러 적정환율은 '1158원대'가 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실제 환율은 지난달 31일 '1530.1원'에 마감하며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중동전쟁의 종전 기대가 반영되며 이후 소폭 되돌림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환율은 여전히 '1510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수출은 호조를 지속하고 무역수지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환율은 오히려 '금융위기'급으로 치솟고 있다.
시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한다. 이번 전쟁 국면은 단순한 긴장 고조를 넘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실질적 충격으로 이어졌고 이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줬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중동 무력 충돌은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는 재료였지만 이번에는 에너지 공급 불안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동시에 반영되며 충격의 강도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지정학적 불안이 실제 외환 수급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하고 이는 곧 달러 수요 증가와 원화 약세로 연결됐다. 결국 환율은 펀더멘털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5년 이후에는 무역수지와 금리차로 설명되는 모델 추정치보다 실제 환율이 계속 높게 형성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수급 프리미엄'으로 해석하고 있다.
상상인증권 최예찬 연구원은 2일 분석보고서에서 "기준금리차를 활용한 당사 환율 모델 기준으로 보면 현재 원·달러 환율의 고평가(원화 저평가) 폭은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특히 올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1분기 누적 무역수지가 498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직전 10년간 연평균 흑자 규모인 438억달러를 이미 상회한 상황임을 언급하면서 "미국과의 기준금리차가 -1.25%p로 유지되는 가운데 3월 257억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반영할 경우 3월 적정 환율은 1158원대로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 무역수지 흑자의 주된 원인에는 에너지 수입 감소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고, 이후 상승한 유가로 인해 교역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 수준의 흑자 유지는 쉽지 않다"면서 "내국인 해외투자 확대, 외국인 국내 유가증권 매도, 대미 투자 증가 등 수급측 환율 상승 요인이 반영되면서 2025년 이후 모델 추정치가 실제 환율을 지속적으로 과소추정하는 기조가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는 +200원 내외의 수급 프리미엄으로 판단되며 이를 감안하더라도 펀더멘털 대비 원화가 뚜렷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이 끝나면 호르무즈 해협 관련 불안이 잦아들게 되며 지금의 과도한 괴리는 빠르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4월 중 종전이 현실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30원선에서 고점을 찍고 전쟁 발발 직전 수준인 1440원 아래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특정 환율 레벨을 목표로 하지 않으나 최근과 같은 환율 쏠림 국면에서는 환율의 하락폭을 키우는 방향의 외환시장 미세조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고 연기금을 통한 전략적 환헤지 비율 확대 등 정책적 공조가 병행될 여지도 크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4월 중 종전을 가정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530원 선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전쟁 발발 직전 레벨인 1440원을 하회하는 급격한 되돌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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