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술직에서 사무·영업·해외 현장으로 업무 범위 확장
기업, 인건비 경감... 노조 ‘소득 절벽’ 해소 등 상호 '윈윈'
산업현장을 떠난 정년 퇴직자들이 재고용돼 국내외 생산현장과 사무실 등에서 근무하는 가상 이미지.<제미나이>
산업 현장에서 정년퇴직한 ‘베테랑’을 현업에 재고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 생산직이나 연구·기술직 중심으로 퇴직자를 재고용했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사무직과 영업직, 해외 생산거점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정년 이후 소득공백을 줄이려는 노동계와 합리적 비용에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려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퇴직자 재고용, 전 직군으로 확대... 글로벌 생산 기지로 넓어져
9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임단협을 통해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대상으로 본인 희망과 건강 등을 고려해 최대 1년간 재고용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사무직과 기능직 모두에 적용된다. 생산직과 연구개발직에 한정됐던 재고용을 사무직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제조업 분야는 퇴직자 재고용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재고용 대상을 '우수 인력' 중에서 선별했는데 최근 퇴직자 전체에서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기술직과 정비직에 한정하던 재고용 직군을 영업직에도 개방했다. 재고용 기간도 1년에서 최대 2년으로 연장했다. 동국제강은 노사 합의를 거쳐 정년 자체를 단계적으로 연장(60세→61세→62세)했다.
퇴직자를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파견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LS일렉트릭은 업계 최초로 ‘정년 후 재고용위원회’를 설치하고 매년 퇴직자의 약 3분의 1을 재고용해 북미와 베트남 사업장에 파견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외 인력의 낮은 업무 숙련도를 빨리 보완하고, 국내 본사의 기술력과 공정 노하우를 이식해 해외 사업장을 조기 안정화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성과 우수자를 선별하는 ‘시니어 트랙’ 외에도 세 자녀 이상을 가진 직원을 재고용하는 '복지형 모델'을 지난해 도입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도입한 HE(Honored Engineer) 제도를 통해 고숙련 엔지니어에게 정년 없는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현장 기술직을 실무 전문가로 다시 채용해 공정 안정성을 꾀하고 있다.
시니어 인턴십도 확산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령 인력을 채용해 행정 보조 및 주거 복지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기업 PT코리아가 시니어 인턴에게 마케팅과 전략 업무를 맡겼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경영 지원, 세무, 회계 분야 자문역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은 비용과 유연성, 노조는 고용과 소득 보전... 상호 '윈윈'
이처럼 재고용 제도가 대기업 전반에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노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보다 필요 직무에 퇴직자를 선별 고용하는 것이 경영에 유리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1년에 추가되는 인건비가 30조2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퇴직자를 재고용하면 기존 임금피크의 60~80% 수준에서 인건비를 지급해 비용 부담이 적다. 또 계약직이어서 고용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다.
노동계에도 불리할 것이 없다. 65세 법정 정년 연장은 계속 추진하되, 당장 은퇴 후 발생하는 소득 절벽을 해소할 대안이 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노조와 단체 교섭을 거쳐 재고용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은 이 제도가 노사 간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배경 속에 재고용 제도는 빠르게 확산 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관련 제도를 도입한 기업 비율은 2021년 27.2%에서 2025년 40.6%로 높아졌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률은 59.2%, 300인 미만은 40.4%로 집계됐다.
다만 재고용 확대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통상 계약직 형태로 운영돼 고용 안정성과 임금 등 처우가 정규직 보다 낮다. 또 신규 청년 채용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고용 제도의 성패는 기업이 비용 절감과 청년 채용, 고용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기자가 기획·검수하고 AI기자 인코봇이 작성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