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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 이병철의 계산착오, 베일에 쌓인 ‘HBM 가격’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6.04.08 11:14
ㅣ 수정 : 2026.04.08 11:14
반도체 1t 부가가치 13억? 100배 이상 폭증
반도체를 한국과 대만 동아시아가 하는 이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생산라인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 기자] 삼성은 43년전인 1983년 2월, 이병철 창업회장의 ‘동경선언’으로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었다.
그해 2월 8일, 전날 밤잠을 못자고 고민한 이병철 회장은 날이 밝자마자 사돈인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도체를 하기로 결심했소. 이제는 누가 뭐래도 밀고 나갈 것이니 이 사실을 내외에 공표해 주시오.”
이 회장의 반도체 결심은 일본의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권유를 받아 수년간 고민을 하고 타당성과 수익성까지 계산해서 나온 것이지만, 삼성그룹 안팎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이 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湖巖自傳)’을 보면 당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우려가 심각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시 반도체 사업은 최첨단 기술로 분류되면서 인구 1억 이상, GNP 1만 달러 이상, 국내 소비 50% 이상이 충족돼야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였다. 당시 이같은 잣대를 충족하는 요소는 하나도 없었다.
삼성 내부 경영진 조차 대놓고 반대는 못했지만 ‘무리수’라는 반응이었다. 타 기업, 재계에서도 “3년을 넘기지 못할 것” “삼성의 가장 큰 실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때문에 동경선언을 한 뒤 이병철 회장은 삼성 내부를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때 이 회장이 집중적으로 한 이야기가 “철강 1t을 생산하면 부가가치가 20만원밖에 안되지만, 1t짜리 자동차를 생산하면 500만원의 부가가치가 생기고, 컴퓨터 1t분량은 3억원, 반도체를 1t생산하면 무려 13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들어 불과 석달만에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 올해 1/4분기의 경이로운 실적은 이 계산이 완전히 틀렸음을 보여준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AI(인공지능) 컴퓨터 제조업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최첨단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HBM)의 구체적인 가격은 잘 공개되지 않는다. 기업간, B2B 거래 품목인데다 안보관련 산업의 기밀적 요소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HBM 칩 1개당 가격은 대략 1000~1500 달러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성능을 대폭 개선한 첨단 HBM4 반도체 가격은 이보다 더 비쌀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칩은 개당 무게는 무거워야 1g 정도다. HBM 반도체는 여러개의 칩을 쌓아 만드는 적층(積層) 구조, 그래서 더 무겁다고 해도 5g을 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HBM 반도체 1t은 개당 무게 5g을 기준으로 20만개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개당 가격을 1000달러로 계산하면, 2억 달러, 1500달러로 치면 3억 달러다. 환율 1500원 기준으로 3000억원, 4500억원의 제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반도체 1t을 생산하면 13억원의 부가가치가 생긴다”고 했던 당초 이병철 회장의 계산에 비해 부가가치는 100배(영업이익률 50% 기준) 이상 폭증한 셈이다.
현재 HBM 반도체의 수요가 엔비디아 뿐 아니라 AMD와 같은 경쟁 AI 업체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 물량확보 전쟁이 치열해 "부르는게 값"인 만큼, HBM4의 개당 가격은 곧 2000달러를 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경영학자들은 이처럼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산업의 쌀’, 메모리 반도체를 선진 산업국이 즐비한 유럽이 아닌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만 생산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서 연구했다. 유럽 국가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자본력도 풍부하고 생산기술도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네덜란드 ASML사 등의 생산라인을 전량 수입해서 사용할 정도로 앞서 있다.
결론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의 유교문화였다.
개인의 ‘웰빙’ 보다는 대의명분,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순종적 문화, 직업의식(Work ethic)이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집중적 노동을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라인도 철강과 마찬가지로 쉬지않고 돌아가야만 하는데, 이를 위한 ‘3교대 24시간 근무’ 같은 시스템은 동아시아에서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생전 “노조가 생기는 순간 그 회사는 바로 문을 닫겠다”며 무노조 경영에 집착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또 하나 대한민국 반도체의 성공비결로는 정부로부터 그 어떤 규제와 간섭은 물론, 이를 부를만한 지원도 받지 않은 점이 꼽힌다.
1980년 5공화국 신군부 등장시기는 물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동차 등 중공업산업에 대해서는 중복투자 등을 내세워 교통정리에 나서곤 했다.
이로인해 LG반도체가 현대그룹을 거쳐 SK로 주인이 바뀌기는 했지만, 하이닉스라는 반도체 회사는 없어지지 않고 양강 구도로 남았다. 이는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등 경쟁을 자극하고 지금과 같은 경이로운 실적을 만드는데 큰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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