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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계 인사이드] 막오른 2026 프로야구, 기업들의 ‘온도차’

야구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녀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사진이 여러차례 공개됐고, “병석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이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쳤다는 TV중계에 눈을 번쩍 떴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삼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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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 막오른 2026 프로야구, 기업들의 ‘온도차’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6.04.03 06:30

ㅣ 수정 : 2026.04.03 06:30

삼성 “야구까지 1등은 곤란?”

SK “인천 떠나 글로벌으로”

현대차 “명문 이미지를 기아에”

구광모 리더십과 LG트윈스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개막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우리 국민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인 프로야구 2026 시즌이 지난주에 시작됐다.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일본처럼 주요 기업들이 구단주가 돼서 1982년 출범했다. 대기업에서 선수연봉 등 비용을 대지 않으면 존속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202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만년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구단 자체 회계상으로는 흑자지만, 모기업에서 연간 수백억원씩 광고비나 협찬금 명목으로 대는 돈이 주 수입원이다.

프로야구 구단을 가진 주요 그룹 지주사 관계자들은 프로야구 성적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 구단주인 오너 심기는 물론 그룹의 실적과 임직원들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 재무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야구금리(金利)’라는 용어도 있었다. 기업의 프로야구 성적이 대출 금리에 0.1~0.2% 정도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은행의 대출 책임자가 특정 프로야구팀의 광(狂)팬일 경우, 해당 팀의 성적에 따라 “기분이 좋아서” 또는 반대의 이유로 금리가 움직이는 경우다.

■ 삼성그룹의 홍길동? 삼성 라이온즈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현재 삼성그룹에 삼성 라이온즈는 홍길동, 서자(庶子)와 같은 존재가 됐다.

2020년 작고한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은 학창시절 레슬링에 심취했던 스포츠맨이었다. 레슬링협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12년간 역임했다.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펑펑 날리고 팀이 우승을 휩쓸 때, 이건희 회장과 오너 일가는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삼성이 추구해 온 ‘일등주의’에 대한 집념은 프로야구나 농구, 배구 등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야구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녀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사진이 여러차례 공개됐고, “병석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이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쳤다는 TV중계에 눈을 번쩍 떴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삼성은 라이온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2011년~2015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2011~2014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1997년~2008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역대 1위) 1984년~1993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역대 2위) 등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한 뒤 삼성 라이온즈는 그룹에서 제일기획에 매각됐고 이후 우승은 없었다. 당시 삼성그룹이 삼성 라이온즈와의 사이를 벌린 숨은 이유로 이건희 회장이 추구해온 일등주의의 부작용이 꼽혔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실적으로 압도적인 재계 1위를 구가하는 삼성이 프로야구에 농구, 배구까지 지배하자 반감이 조장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그룹 및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및 변칙승계 의혹이 불거지고 사법당국의 수사로 이어진 것도 삼성 라이온즈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만든 요인이 됐다.

■ 통신경쟁에 따른 SK의 프로야구 ‘진출 및 퇴장’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은 2000년 인천을 연고지로 SK 와이번스를 창단, 프로야구에 뛰어 들었다. 당시 SK의 주요 사업이었던 SK텔레콤과 주유소 등 석유화학 사업의 홍보를 겨냥한 것이었다.

SK 와이번스는 창단후 8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네번을 우승했다. 특히, 프로야구 최초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두산 베어즈의 아성을 깨고 수도권 명문 구단이 됐다.

하지만 SK는 2021년 SK 와이번스를 신세계 그룹에 매각했다. 프로야구 광팬인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야구단을 인수하고 SSG 랜더스로 팀 이름을 바꿨다.

당시 최태원 회장과 SK가 프야구단을 매각한 것은 그전까지 압도적인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였던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낮아지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전해진다.  특히 통신시장의 주요 경쟁자였던 KT가 2013년에 프로야구단 KT위즈를 창단함으로써 수도권 경기도의 무선통신 이용자들이 대거 KT로 환승하면서 LG 플러스의 협공과 함께, SKT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현재 SK그룹의 주력사가 된 하이닉스 또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B2C 거래가 아니라 엔비디아 같은 회사를 상대하는 B2B 기업이다. 야구단을 정리할 무렵 SK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매년 프로야구단에 지원하는 수백억원이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축구단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글로벌을 추구해야 할 SK로서는 프로야구단 정리가 선견지명이 된 것이다.

■ 기아차에 명문 이미지 입힌 현대차의 기아 타이거즈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직후인 1998년이었다. 기아차를 인수한 현대차의 최우선 과제는 기아차에 대한 ‘주인없는 부실 회사’에서 만드는 차라는 이미지를 걷어내는 것이었다.

3년 뒤인 2001년 현대차그룹은 대한민국 최고 명문 인기 프로야구단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했다. 당시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장이었던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회장에게 해태 타이거즈 인수를 적극적으로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룹내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현대차의 주요, 핵심 생산기지가 울산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제품은 울산에서 만들고 호남의 프로야구 구단을 지원하는 딜레마였던 것이다.

구단 이름을 기아 타이거즈로 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던 기아차의 이미지를 높이고 판매를 늘리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정의선 회장은 프로야구를 좋아하고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다. 정 회장으로서는 기아 타이거즈에 대해 이재용 회장이 삼성 라이온즈에 하는 것처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 구광모 리더십 떠받치는 LG 트윈스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 갖 마흔살의 나이로 LG그룹의 4대 총수가 됐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LG 트윈스는 지난해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 2020년 시즌부터 우승 두차례에 단한번도 4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좋은 성적을 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상속분쟁에 주력사인 LG전자의 선전 중에도 신사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요 정체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78년생, 적은 나이가 핸디캡으로 꼽혔던 구 회장에게 LG 트윈스의 좋은 성적이 그룹 임직원들을 하나로 묶고 리더십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도 구광모 회장이 그룹 계열사 실적 못지않게 LG 트윈스의 성적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절실한 롯데, 욱일승천 한화

롯데는 최대,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발등의 불로 꼽히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화점 호텔 내수 분야의 선전이 절실하다. 만년 하위팀이라는 불명예를 진 롯데 자이언츠가 잘 해야만 하는 이유인 것이다.

한화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세가 돋보이는 기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방산, 한화오션을 앞세워 한국 조선의 새로운 강자로 도약하면서 재계순위도 지난해 7위에서 올해는 롯데의 5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내리 꼴찌인 10위, 2023년 9위 2024년 8위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다 갑자기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준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최근 몇 년간 모기업 한화가 보이고 있는 경이로운 약진이 프로야구에도 반영된 것이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좋지 않을때도 꾸준히 야구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작년 한화 이글스의 대약진에는 외국인 용병투수 2명이 당초 예상치 못한 깜짝 활약을 펼치는 운도 크게 작용했다. 많은 에피소드를 갖고있는 김승연 회장의 의리와 뚝심 경영이 빛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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